그대 뒷모습에서
김 익 택
꽃 보다 아름다운 그 얼굴
어디로 갔을까
꽃 보다 향기로운 그 향기
어디로 갔을까
꽃보다 아름다운 걸음걸이
꽃보다 아름다운 옷 맵시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설프고 불안한 갈음걸이
그대 뒤 모습
아픔만 보이고 슬픔만 보이고
외로움만 보인다
희망과 희망을 위해
고생과 고생이 습관화 되 버린
그 결과
그 무엇으로
보상해 줄 수 없는 젊음은 가고
남은 것은
젊음을 태워버린 찌꺼기 육신
그 한없는
초라함과 미안함과 불쌍함이
그대가 나를 내가 그를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음이
가슴을 친다
천사와 천사
김 익 택'
어릴 때는 누구나 천사이죠
몸과 마음 그리고
눈의 미소와 웃는 목소리는
순수뿐이죠
자라면서 때가 묻고
살면서 거짓말을 하고
살기위해 남을 해치기 시작하죠
어려운 환경에서
꿋꿋이 나를 믿고
남을 도우는 삶
몸 늙어 보잘것없어도
마음은 사랑과 지혜로
가득 찬 삶
그들이 진정 천사 아닐까요
가을 하늘
김 익 택
저 맑은 파란 하늘은
하나님의 미소인가
마음을 기쁘게 함이 끝이 없고
저 하얀 솜 구름은
하나님의 선물인가
마음을 해맑게 함이 이를 길 없다
생명의 부재 그때가 오면
김 익 택
밥 숟가락을 놓는 그 순간까지
너를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한 몸
네가 삶을 졸업하고 나면
나는 고철장으로 너는 흙으로
미래가 될 지 과거가 될 지
그 다움 삶은 너도 나도 모른다
몇 천년 지난 뒤
만날 땐
박물관 유물이 되고
인류사의 기록물이 될지
사람이 사람을 모르고
숟가락이 숟가락을 모르는
그 시대에
너는 입술의 꽃이 되고
나는 가슴 뜨거운 한술로 만날지
가을의 하루
김 익 택
가을 태양이 대지 향해 조총을 달였다
넓은 논의 나락은 노랗게 토담위의 박은 하얗게
마당의 고추는 발갛게 달아올랐다
가을 보름달이 산달을 향해 차 올랐다
북쪽 날아온 기러기와 두루미는 고향으로 돌아오고
제비와 따오기는 남녘 고향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이렇듯 가을은 비움과 채움이 교차하는 시간
태양과 달은 계절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
만남과 떠남의 진리를 삶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분산성의 가을 노을
김 익 택
찾아 준 고마움의 인사인가
신선한 바람의 초대가 오히려 고맙다
태양은 마지막 인사를
구름에게 전하려 하는가
흰구름이 붉게 변하고
검은 구름사이 붉은 햇살이
대지를 비추었다
죽음으로써 삶을 유지한
높은 성벽은 조용히 저녁을 맞이했다
아는지 모르는지
그 성벽에 앉은 연인들은
노을을 만끽하고
태양은 서쪽 하늘을 더 붉게 물들였고
시원한 바람이 성벽을 훑고 지나갔다
태양이 서산에 빠져버린 뒤에도
사람들은 성벽을 떠날 줄 몰랐고
붉은 노을이 구름을 뒤집어 놓았다
오늘이 마지막같이
찬란하게
붉은 노을지는 먼 산을 바라보며
김 익 택
붉은 노을지는 먼 산을 바라보며
무지개를 찾으러 떠난 아이를 생각해 봤지
저 선 너머 무엇이 있을까
저 산이 없으면 아름다운 붉은 노을을
더 오래 볼 수 있을텐데
시간이 아쉽고 노을이 아쉬워
노을이 발목을 적셔도 일어나고 쉽지 않았지
붉은 구름이 검게 변하고
이슬이 발목을 적시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사랑하는 님 보내고 돌아오는 듯 아쉬웠지
어둠은 노을을 지우고
어둠은 아쉬움을 지우고
어둠은 얼굴을 지워 인광이 보이지 않으면
문득 어둠속을 걸어가고 싶었지
자꾸 자꾸 걸어가면 그 어딘가
꽃보다 예쁜 소녀
꽃보다 아름다운 숙녀를 만날 같은 거 같았지
집집마다 전등이 켜지고
가로등이 외로운 길을 비추면
개 짓는 소리 어둠을 뚫고
착각이 무너지고 꿈이 깨어지고 나면
반짝이는 별이 나를 반겼지
고성(古城)에 앉아서 3
김 익 택
저 산 꼭대기로 넘어가는 태양
아픔을 치료하는
적외선 레이저같이
성벽 심장에 붉은 빛을 비추고 있다
붉게 물들은 성벽은
오래된 낡은 책을 쌓아 놓은 책같이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나는 미니어처같이
그 수많은 책 위에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