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山城)에서 느낌 하나

 

김 익 택

 

저 인위적 쌓은 거대한 성이 자연의 일부가 되기까지

몇 백 년

 

자연의 세월에 무너지고 보수하고 무너지고 보수하기를

몇 백 번

 

삶의 손길에 때가 묻고 사람의 보호에 정이 들기를

몇 만 번

 

이제 나라와 국민에게 존경과 자랑과 사랑받는 나라 지킴이

살아 있는 역사의 증인이다

 

전쟁의 교훈이요 한권의 책이요 평화의 상징

민족사관이다

 

너와 나 우리가 지켜야 하고 대대로 보존해야 할

나라의 보물이다

 

고성(古城)에 앉아서 1

 

김 익 택

 

그 무엇이 저만큼 믿음직할까

그 무엇이 저만큼 단단할까

이마에 수근을 질끈 졸라매 듯

산 허리를 둘러싼

저 고성을 쌓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까

상상이 버겁다

피 눈물로 쌓았을 것이고

죽음으로 지켜냈을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린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전쟁도 평화도 자유도 평등도

나라를 지켰다는 것은 죽음의 산물이고

자유평화를 유지해온 것은

민심이 천심임을 믿고 실천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 산 높은 곳에서

나라를 지켜보고 마을 지켜보고 저 고성

그 옛날 굶주림속에서

장비없이 맨몸으로 쌓았을

노동을 생각하면 어림짐작까지 어렵다

 

 

고성(古城)에 앉아서 2

 

김 익 택

 

차곡차곡 쌓은 돌 하나하나 바위 하나하나가

비바람에 마모가 되고

검은 이끼와 하얀 이끼가 끼고

산과 나무와 어울러 자연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기까지

어느 소설이 저만큼 우여곡절을 품을 수 있을까

읽을 수 없어도 느껴지는 참혹한 전쟁과

헤아릴 수 없어도 짐작이 가는 아픈 역사가

가슴을 찡하게 한다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것은

모두 그분들의 희생 덕분

고맙고 미안하고 자랑스럽다

그 말 밖에 할 수 없어 고개 숙여진다

고성(古城)에 앉아서 3

 

김 익 택

 

 

저 산 꼭대기로 넘어가는 태양

아픔을 치료하는

적외선 레이저같이

성벽 심장에 붉은 빛을 비추고 있다

붉게 물들은 성벽은

오래된 낡은 책을 쌓아 놓은 책장같이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내가 마치

그 수많은 책 위에 앉아 있는

미니어처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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