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성의 복사꽃
그 옛날 조총을 쏘며
성을 기어오르던 왜적을 향해
한 손에 돌 또 한 손에 낮을 들고
성을 지켰던
성난 읍민 피가 잠든 성은 먹빛인데
분성산성 벽에 기대 어 핀
연 붉은 복숭아꽃이
온 도시를 하얗게 뒤집어 놓은
벚꽃 핀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도화맹세보다
더 굳은 의지로 다졌던
임진년 그 날의 상징같이
복숭아 붉은 꽃이
푸른 산을 휘두른 성벽을 지켜보고 있다
새치 혀끝
김 익 택
입안에 날마다 죽는
산과 바다 강과 들
산천을 떠도는 장돌뱅이
바다를 헤매는 어부들
여의도 혀끝이
날마다 죽이고 있다
먹고 먹어도 지겨운 줄 모르는
입안의 허심은
날마다 성찬이어도
늘 허기진 삶인가
욕심 욕망 거짓의
새치 혀끝이
죄 없는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한강 둔치의 권새
김 익 택
삿갓 사나이와 낙엽에 시를 뛰었던 사내가
요즘 세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철조망 목에 걸고 하늘을 우러러 보았을까
벽 보고 부처를 찾았을까
검은 선글라스 끼고 모여드는 부나비들
여의도 가로등 불빛아래 모여든다
영화로운 삶 그 달콤한 맛 못 잊어서
온갖 구걸로 다시 얻은 민심
두 손 불끈 쥐고
여의도 횃불아래 구름처럼 모여서
서로가 잘났다고 고성방가 온갖 욕설이 난무하다
대립 각을 세운 앙다문 이빨과 붉은 눈알들은
서민을 앞세우며
아니요 맞아요 정의를 위한 정의
반대를 위한 반대 말의 중심에 선 사람들
타협 아닌 타협으로 날이 저문 한강의 둔치는
연중 휴무 아니면 연중 개 싸움판이다
Mystery
김 익 택
어제는 내 편
오늘은 네 편
소홀찮게 움직이는 마음
나만 그런가
너도 그런가
아니면
소리를 낼 줄 알고
소리를 들을 줄 아는
감정을 가진 소 돼지 개 고양이 철새들
아니면 그 반대로
나무 숲 과일 채소
그것 모두 먹고 사는
이기주의자들의 유산
에라 모르겠다
누워 있어도 다시 생각나는
잘 한 짓 못한 짓
잃어버린 것 얻는 것
마음 밖에서
마음 안에서
일어나고 잊는 일
그 어떤 삶의 룰의 선상
양심의 잣대
저도 그도 아니면
오늘이 내일 되듯
자연스러운 현상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각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그래 흘러가는 것이겠지
바람처럼 강물처럼
꽃 제비
김 익 택
무딘 칼날에
살 베이는 북녘의 소리를
저 별은 알까
진실은 어디서 뭘 하며
정의는 그 어느 시 공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일까
그들에게 산다는 것은
생명부지
사로 돕고 산다는 말
헌신짝
도움마저 내치는 수령은
한 톨의 쌀
아사직전 아이들 밥상차림 아닌
비축하기 바쁜 전쟁밥상
굶주려서 매일 죽어가는
아이들 신음소리
들어도 어쩌지 못하고
들려도 어쩌지 못하는
묶인 말과 묶인 발
눈이 있고 귀가 있고
입이 있어도 외면하는 그들
사람이라는 낮말이 정말 아깝다
내 가슴에 탕탕 총소리가 났습니다
김 익 택
당신의 조국 월남(베트남)
당신 이름 탕
그가 할아버지 죽음에 가지 못해
이틀 동안 애도하느라 출근하지 않았다는
소리 듣고
내 가슴에 탕탕 총소리가 났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단지 이름 때문에
아직도 내 머리 속에
생생하게 맴도는 군가
맹호부대 백마부대 비둘기부대
어릴 때 너도 나도 우리도
자랑스럽게 불렀지요
이 땅 형님 삼촌님들
자랑스럽게 참가했던 전투
한국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정글 토굴
비단뱀 원숭이 흥미진진한 얘기
또 무엇이 있었던가요
전쟁승리 담에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베트콩
야만적인 생활
주민들의 비애 슬픔
그 전투에
적군이었던 아군이었던
그의 부모님들도 분명 참가했을 터
서로 총 겨누던 그 땅에서
산업연수원으로 온 탕
그의 할아버지 삶 중심이
전쟁중심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 마음이
조금은 미안하고
조금은 환했습니다
어떤 정치토론
김 익 택
무식이 우기자
상식이 핀잔을 주었고
유식이 설명을 하자
가식이 웃었습니다
장식이 얘기하자
지식이 따졌고
양식이 빙그레 웃자
요식이 그냥 너머 가자 했습니다
유언비어
김 익 택
아닌 땐 굴뚝의 연기가
내 코로 들어와
허파를 뒤집고
눈물 콧물도 모자라
정신없이 재치기를 나게 한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모순의 얘기를
부끄러움없이 하는 풍문에
지나가는 개가
허허 웃고 있다
돈다 돈다
김 익 택
땅이 돌고 하늘이 돌고 내가 돈다
검은 손 내 미는 권력자
동아줄을 잡으려는 재벌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관심 없는 국민들
나라 전체가 똥 냄새로 진동을 한다
자유민주 자유평등 가식으로
무장한 사람들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한쪽은 촛불 하나씩 들고
한쪽은 태극기를 들고
지금도 광화문에는
서로 잘 났다고 자유와 민주를 외치고 있다
속 터지는 국민
김 익 택
안개와 구름이
태양 눈을 가린 사이
우왕좌왕하는 바람
눈 빨건 사람들
제 잇속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분수를 모르는 구름도
바람이 기만하는
고양이 걸음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게
눈치를 살핀다
사람들은 저마다
정의를 외치고 민주를 외치지만
요란한 깡통소리뿐
가만이 듣고 있는 나무
토사광란 보다 더 지독한
소음과 매연에
토악질을 하고 구역질을 한다
여의도 사람들
김 익 택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과일과 곡식도
무르익으면
스스로 땅에 떨어지는 진리
여의도 사람들은
눈치 코치 아는
다섯 살 아이만 못하는지
알다 가도 모르는 일
입만 벌리면
만병통치 가난구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고
물 마시듯이 남의 탓하고
술 마시듯이 잇속 챙기고
커피 마시듯이 핑계 되고
담배 피우듯이 사기 치고
이제는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다
고구려와 백제 육 백 년
신라 천년
고려와 조선 오 백 년
똘똘 뭉쳐도 지키기 어려운 외세
서로 제 잘났다고
실익 없고 양보 없는
당파 싸움 몇 백 년
왜 에게
나라 뺏긴 진리
왜 반복하고 있는지
다행히 사람 눈 속이고
사람 마음 훔쳐 산다 해도
날마다 머리이고 사는
하늘이 부끄럽고
날마다 밟고 사는
땅에게 미안하지 않는지
참으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세상
김 익 택
좋은 옷 맛있는 음식
고급 승용차 고급 주택
아름다운 배우자
젊은 세대들
삶의 제일의 목표
이 모두 이룰 수 있는 꿈
그 꿈 이루기 위해
어떤 정치인은
정신을 팔고 양심을 팔고
육체를 팔고 영혼을 팔고
어떤 학자는
역사를 팔고 미래를 팔고
과학을 팔고 자연을 팔고
어떤 종교인은
부처를 팔고 예수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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