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지수 위양지

김 익 택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봄처럼 살라고

누가 봐도 싱싱하고

누가 봐도 아름답게

꾸밈없이 가식이없이

내 얼굴 내가 못 보고

내 양심 내가 못 봐도

네가 나를 바라보는 거울같이

저 위양지 비친 봄 빛이

학문 닦아 베푸는

권선비 마음을 닮았을까

위양지 가슴에 봄빛이 가득하다

 

세월이 남겨준 것은

김 익 택

 

 

꽃 향기 흩날리는 봄

완재정 대문을 들어서는 당신의 모습

그 옛날 대가 댁이 당신만 할까

 

그대 눈가는 곳 푸른 하늘과

꽃송이에 머무는 너그러운 시선이

죄 밑으로 느껴지는 건 왠일일까

 

삶의 핑계로 놓쳐버린 젊은 꿈의 기회는

사랑으로 접어두고

세월이 남겨 준 것은

싫다 해도 돌려주는 늙음과

거부해도 두고가는 아픔과 고통뿐

 

남은 용기마저 앗아간 지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는

길고 지루했던 지난날이 꿈만 같다

 

이 아침에

김 익 택

 

 

아침 찬바람을 입에 물고 오는 여명은

차가워도 붉고

꽁꽁 얼어도 펄펄 끓습니다

 

멀쩡한 겉 모습만 보고 속병 모르듯이

소리 없이 오는 여명은

아침마다 저렇게

남을 위해 속을 끊이며 오고

마침내 제 모습을 들어낼 땐

찬란하게 아름다운가 봅니다

 

단 한번도 나를 위해

불 밝히지 않고

남의 생명을 위해 불 밝히는

그대는 빛이 미치는 곳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차가운데도 뜨겁고

뜨거운데도 차가운가 봅니다

풀잎의 교훈

김 익 택

 

 

들판의 연초록 풀잎들이 비단이라 걸

그의 삶 이래 줄곧 주장해도

그 의미

가슴에 새기지 않았던 나

올 봄 다시 알려주고 있다

 

모름지기 삶은 어릴 때가

제일 순수하다고

철들고 삶을 알면

그때부터 천사의 모습을 잃어버린다고

뒤늦게 가슴에 밑줄 하나 긋는다

 

 

 

 

 

달팽이 삶

 

김 익 택

 

 

큰 행운이 오기 전 삶은

너무 힘들다고 했는데

나에게 불편한 삶은

반 백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

 

사랑으로 살고 즐거움으로 사는

행복은 잠깐

나에게도 있긴 있을까

있으면 언제 올까

쌓이는 의문은 거짓말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내 삶 내 운명

내 지고 사는 달팽이

삶의 전부를 받아들였다

 

그래도 꿈 같은 의심

꿈 같은 믿음은 삶의 절반

아직도 난

그 꿈을 믿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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