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의 이팝꽃

김 익 택

 

 

 

네가 꽃피운 지 어림잡아 오백년

칙 뿌리 냉이 달래 산나물로

연명하든 보리고개

그 많은 사람들

너를 보고 무슨 생각했을까

철없는 아이는

꼬르륵 거리는 주린 배 부여잡고

몇 번은 울고

몇 번을 화가 났을까

어른은

미래 희망 그 보다

배고픈 더 배 고파서

보기 싫어 베어 버리고 싶지 않았을까

너는 아는 지 모르는 지

올해도 그 옛날처럼

포동포동한 꽃송이가

삶들의 영혼이 핀 것 같아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추억은 세월의 선물

김 익 택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해가 지고 별이 지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맘이 아프면 괴롭지요

 

밤이 차가워 낙엽이 떨어져도

계절을 분간 못하는 것은

그대와 함깨라면

마음은 봄

 

숨쉬는 시간이 아깝다는 사실

깨달은 순간

언제나 꺼내 볼 수 있는

마음에 사진첩을 하나를

만들어 두었다는 것

 

그 여자의 차원

 

 

 

그 남자가 그 여자의 만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레는 과정이었죠

눈동자가 맑으면 맑은 대로 언어가 세련되면 세련된 대로

의상을 얘기하지 않아도 얼굴에서 느껴지는

유니크한 모습

서로 알아간다는 것은 평등 기준인데

남자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느낌

외모부터 품격까지

도전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다른 차원의 사람

빈약한 주머니가 공간을 채울 수 없더라도

미소를 머금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부재가 압박감으로 느껴졌죠

모자라는 품위를 한꺼번에 레벨 업 하기전에는

그 여자와 동격이 될 수 없다는 것

웃음 뒤엔 아쉬움이 침묵 뒤엔 자괴심이

대화속에서도 가슴을 답답하게 했죠

회피하는 남자의 눈빛은

그 여자 시선을 맞추기보다

백포도주 따르는 소리에는 세레나데를

흑포도주 따르는 소리에는 외로운 소리를 들었죠

사랑하지만 나 혼자였다는 것

사랑하지만 너는 아니었다는 것

미학도 지식도 부도 생각위에 생활이 있었다는 것

그 여자 우아한 맵시에서

하늘의 별이 더 멀어 보였고

가로수 불빛이 무겁게 느껴졌죠

사랑의 구별은

세상 그 무엇보다 초라하고 비참했다는 것

부가 인격의 차원이 될 수 없지만

우아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교양과 위트까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친구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

안녕히 가세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깍듯이 친절한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이다음 그 여자가 전화를 한다 해도

술잔에 넘쳐 흐르는 사람

분명한 한계의 선을 그었다

설사 그 여자가 다시 만나자 해도

추억으로 남겨 두겠다고

 

위양지 한바퀴

김 익 택

 

 

 

저수지 뚝방 따라 걷다 보면

뿌리를 드러낸 팽나무와 머리를 깃댄 늙버들

꼬불꼬불 이어진 숲길 따라 걷다 보면

하늘을 덮은 노송과 마을 지킴이 같은 느티나무

그 어디서든 발 걸음을 멈추고

위양지를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

이팝꽃이 덮고 있는 완재정은 비밀정원 같다

있는듯 없는 듯 조용이 걸어가면

나도 자연의 일원

바람이었던가 빛이었던가

눈이 전하는 아름다움 가슴으로 담지 못해

내일이면 잊을 것 같아

스마트 폰으로 욕심을 채우지만 그래도 부족해

화가가 그립고 시인이 그립다

 

 

 

행운의 믿음

김 익 택

 

 

세상에 믿을 수 있는 행운도 있지

그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으면 좋겠어

나도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다른 사람에게 꿈이 될 수 있지

하늘의 별똥별이 목적지를 정하고 떨어지는 건 아니지

무조건 부정은 행운을 부정한다는 말도 되지

생각은 무에서 시작하고

희망은 노력에서 시작하는 거지

아니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지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 아닐까

바보같은 상상이라고 해도 좋아

상상이 없으면 계획도 없는 거지

내 눈을 한번 봐

내 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보이지 않니

강력한 의지말이다

별똥별을 냇가에서 찾을 수도 있지

희망은 희망을 가진 자의 것이니까

별똥별을 내가 밟고 다녀도 모르고

구석기 유물을 돌담장을 쌓아 놓고도

모를 수 있지

세상은 관심가지는 것만큼 아는 거야

그 희망 내가 가져 보겠어

내 오감의 안테나를 곧추 세우고

하늘이 감동해서

태양이 안내하는 행운을 위해

내 열정과 정신을 한곳으로 모우겠어

누가 뭐라고 하든

 

김 익 택

 

내가 몰랐던 재능이 있었던가

 

행운 아니면 밥만 축내는 사람

몸으로 때우는 일

그 밖에

있어도 찾지 못하고

하고 싶은 있어도 할 수 없는 환경

 

기회라는 것

시기와 때가 있는 것인데

온다 해도 무엇이 기회인지 몰랐다는 것

 

하고 싶은 것 있었지만

할 수 없었던 환경 탓하기 보다

늦었지만 것 열심히 하는 것 밖에

 

누가 뭐라고 하든

TV와 나

김 익 택

 

 

우리 응접실 TV

컴퓨터에 밀리더니

스마트폰에 밀려

관심 밖

잠자는 시간이 더 많다

친구 같은 친구

천년만년 누릴 것 같은

독보적인 인기

너도나도 몰랐던 인기하락

반세기만에 끝인가

이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뜸한 활동

응접실 한가운데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

네 모습이 내 모습인가

내 모습이 네 모습인가

하품하는 사이

지나간 시간이

격세지감이다

 

 

성찰의 시간

김 익 택

 

 

내가 나를 무시한 죄

뼈속에도 바람이 들고

신경속에도 돌풍이 불면

뼈와 뼈의 고통이 어떠한 지

신경주사가 질러 놓아도

백혈구가 허물어진 신체를

복구하지 못해

통증은 몸을 극히 제한한다

내가 나를 무시한 죄

보여준 참 맛은

평생 열심히 살고

평생 남을 돕고 살아도

내가 나를 방치한 죄는

내가 아무리

가진 것 있어도

먹고 입고 잠자는 것까지

내가 내 몸을 거부하고

내 정신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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