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읍성의 바람소리 속에는

 

김 익 택

 

 

평생 입 닫고 있어도

곁에 있는 부모님같이

든든한 것은

그 옛날 삶의 보루 때문 아닐까

 

이마에 흐르는 땀 씻어주고

답답함 가슴 닦아주는

이 바람의 정체는

그 옛날 성을 쌓던 그분들의

소원 결정체 아닐까

 

그렇다면

저 차곡차곡 쌓아 놓은

돌 하나하나에 말라붙은

붉은 이끼와 하얀 이끼는

그분들의

눈물이며 땅방울의 흔적

 

동서양의 성현

소크라테스와 공자말씀이

성을 쌓던 그분들 마음의

절박하고 현실적 깨달음이

될 수 있었을까

축제를 부르는 봄

 

김 익 택

 

생각 할 것 많고 복잡한 것 많은

문밖 보다 방안에서

더 많이 보낸

코비드19

지난 3년 훌훌 벗어 던진 2023년 봄

꽃보다 먼저

사람들 얼굴에 꽃이 핀다

 

언제 빛이 편가르고

바람이 삶과 죽음 구별했던가

언제나 공평하고 평등한 봄

 

지난해도 꽃은 피고 봄이 왔건만

꽃이 피었다고 봄이 왔다고

달달한 날씨가 사람을 불러내고

입맛 다시는 꽃 향기가 삶을 불러 모운다

 

여기 저기 숨어있다 튀어나오는

물 만난 고기 마냥

도시마다 축제를 한다고

밖을 불러내는 갖가지 축제 깃발들이

도로옆에 펄럭이고 있다

마술이 예술인 이유

 

김 익 택

 

 

꼼수의 꼬임에 장미가 불타고 양산이 펼쳐졌다

박수소리와 감탄의 눈빛과 존경을 한 몸에 받은

그의 빈 모자속에서 알이 나오고 비둘기가 나왔다

그의 입에서 돈이 술술 나오고

그의 손끝 허공에서 돈이 나왔다

믿음과 의심이 공존하는 가운데

그의 행동에 시선이 감시를 했지만

눈이 손의 행동에 따라가지 못했다

순간 순간

속이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

공개적인 속임과 꼬임은

창작이 되고 예술이 되고 희망이 되고 사랑이 되고

존경이 되었다

한줌의 의심도 없이

우중 산책

김 익 택

 

 

운동도 좋지만 어지간 하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비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바람이 얼굴을 때리네요

이왕 나선 김에 운동시간은 채워야 한다고

의지를 길에 박았지요

 

시멘트가 젖은 도로를 가로질러

지렁이가 길 나서고 달팽이가 길 나서는 길을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사선으로 내리는 비

거침없는 흙탕 물 친구삼아

걸어가는 길가

모로 누운 잡초 그 위로 쏟아 붇는 비가

또 사정없이 몰아쳤습니다

 

더 걸어도 그만 돌아서도 그만

아무 의미 없는 일

저벅 되는 신발에 달라붙은 바지가

건강을 헤친다는 경고 같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뜬 소문의 응징

김 익 택

 

 

사랑의 뒤 담화를 두고

웃고 떠드는 사이

고독이 문을 활짝 열었다

 

잎 바람의 꼬리는

자리를 감추고

초록이 수다를 멈추었다

 

그림자를 지우는

파고의 물빛이

두 눈을 반짝거렸다

 

첩보와 정보를 가리지 않는

먹구름이

거센 바람이 비를 불렸다

 

비가 멎자

태양이 벌겋게 얼굴을 붉히며

대지를 달구었다

외로운 삶의 봄

김 익 택

 

 

꽃의 초대는

삶을 가리지 않고 반기지만

삶이 아플 땐

꽃이 피고 봄이 와도

사치 아닌 외로움

 

아픔과 용기는 한 쌍의 단짝

그 사실 알았을 땐

꽃이 피고 봄이 와도

세상은 마냥 즐겁지 않다는 것

 

노래가 애인가 되고

책이 친구가 되어도

밤낮이 없이 잦아드는

고통은 사랑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

 

꽃이 피어 손짓하고

향기가 반갑다고

손목 잡고 끌어도

마음의 빈자리는 더 넓어서

발 없는 생각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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