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너와 나는 인연이 아닌가

 

김 익 택

 

 

매화 너와 나는

노력을 해도 인연이 아닌 사이인가

오랜 세월 누구보다 더

많은 생각 많은 만남이 있어도

만족할 수 있는 한 컷 만나지 못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말처럼

올해도 사나흘

너를 만나 담은 수백 컷

컴퓨터 화면에 펼쳐 놓고

오리조리 뜯어보고 살피며

때로는 너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때로는 너의 미소를 다듬는

성형외과 의사가 되어

지난 밤 꼬박 세워 완성한 작업

한방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휴지통을 뒤적거려도

파일을 수색해도 흔적도 없다

 

매화가 아무리 손을 내 밀어도

김 익 택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평생 사랑의 선물로 준비된

사이가 되었으면

 

늘 봐도 모자라서 다시 찾고

늘 만나도 다 하지 못한

뭔가 있어 미안한 나는

네가 아무리 보여주어도

찾지 못하고 담지 못 해

단 한번도 흡족한 만족은 없다

 

네가 알면 내가 모르고

내가 알면 네가 모르는

그 무엇을 얻기 위해

해마다 3월에 오는 봄은

기다리며 설렜지만

 

사랑의 선물은 받아도 아쉽고

줘도 뭔가 미안해

또 내년 3월의 봄을

만날 준비하며 기다린다

 

매화 너는 외로운 가슴에 훈풍

 

김 익 택

 

주린 배 채우지 못한

그만한 슬픔

 

한끼 밥 보다 못할지라도

 

텅 빈 뇌 외로운 가슴에

감도는 훈풍이

 

그만한 기쁨 있을까

매화가 떨어지고 나면

 

김 익 택

 

 

언제 오들오들 떨던 겨울이 있었던가

미학과 향기를 있는 대로 베풀었던

부담 없는 진심

 

겨울의 강을 건너 온

지친 삶의 위로가 너만 할까

고귀한 생명 존귀함이 너만 할까

 

소라없이 피었다가 소리없이 지는

일주일은

못 사람들에 희망의 선물

 

떨어지고 나니 너도나도

다급해서 찾은 화장실

물 내리고 돌아서는 마음이다

 

매화의 외로운 사투는

 

김 익 택

 

 

실오라기 하나 숨기지 않고

 

찬란한 기쁨과 행복

둘도 없이

나누는 마음

 

감정을 가진

어느 사람이 너만 할까

 

방문 꼭꼭 걸어 잠그는

북풍 설한에

오직 너만

 

외로운 사투를 하고 있다

 

그대와 함께하는 시간

 

김 익택

 

 

너만 보면 힘이 나고 즐거운 것은

공짜로 준 선물 받은 기분이었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은

내 두뇌에 넘치는 엔도르핀

내 상상의 나래에 올라탄 뛰는 가슴은

이상의 세계를 달리고 있었지요

내 귀에 들리는 소리 축하에

먹는 것은 맛을 잃었고

걸어가는 발걸음은

허공을 붕 떠다니는 기분이었지요

양탄자를 타고 떠난 여행은 닿는 곳마다

처음 본 이상의 세계

낯선 사람 사람들이 손 흔들며 반겼지요

그와 함께 걸어가는 동안

내 두뇌와 가슴의 궁합은

계획 없는 먼 여행중에서도

그를 향해 열려 있는 정신은

예의에 신경 쓰였고 배려에 정신이 없었지요

손엔 땀이 촉촉히 베었지요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매화

 

김 익 택

 

 

떡 줄 사람 생각도 없는데

나만 홀로

좋다 나쁘다

수다를 뜨는 것인가

 

매화는 오늘도

뭇 사람들이

와도 그만 가도 그만

단 한번도

잘 왔다 잘 가라는 인사는 없어도

 

찾아온 사람들마다

한결같이

올 때 웃는 미소가

갈 때까지 흐뭇하다

 

해마다 매화 피기를 기다리는 나

 

김 익 택

 

 

3월 중순

태양과 매화

그리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나

 

너를 만나는 날은

 

그 옛날

임금과 왕비

합방 날 잡는 만큼이나

기다려진다

건설공고 매화는 썩어도 준치

 

김 익 택

 

 

피었다고 피었는데 아직 멀었다고

일주일 후 만개할 것 같다고

그대 허락도 없이

주제넘게 소문을 퍼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날 오면

맞이한다고 반겨줄 것이라고

내 맘대로

그대 맘을 도둑질하고 말았습니다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눈이 아픈지

호흡기가 좋지 않는지

살피지 않고

 

지 맘대로

얼굴을 맞대고 코를 맞부비며

향기를 맡는 사람들

 

코비드19 풀리자

겨울 끝

꽃구경으로 모여든 사람들

 

썩어도 준치라 했던가

 

곧 쓰러질 것 같은

늙은 가지 끝에 핀 매화가

한결같이 싱싱하다

사랑에 빠진 이성의 마비처럼

 

김 익 택

 

 

너를 알게 된 지 15여년

관심을 넘어 사랑하게 되었지요

다른 건 몰라도

꽃이 피어서 지기까지

내가 너를 렌즈 담아 둘 때는

때와 장소 그리고 구도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죠

지난 10여년은

스스로 만족하고 감동하기를 반복했지요

하지만 2023년에 다시 본 지난 사진들은

거의 모두 쓰레기

꽃이 좋으면 빛이 안 좋고

구도가 좋으면 꽃의 상태가 안 좋았지요

더 아름답게 더 보기 좋게 하기위해

의도와 의식이 채도는 높았고

더 또렷하게 하기위해

색이 빛을 빛이 꽃을 삼켜버렸지요

지난 10년은

너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욕심이었고

앎이 아니라 자만이었지요

쫓아다닌다고 만남이 성립되지 안듯

현실을 착각하였고

기술을 과장하였지요

사랑에 빠진 이성의 마비처럼

 

매화 그리고 파파라치

 

김 익 택

 

 

그럴 일은 없겠지만 싫어 한다 해도 사랑할 겁니다

스토커냐고요

파파라치이냐고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알고 보면 소토커도 파파라치도

그 시작은 관심에서 시작하니까

삶은 공생관계죠

다르게 생각하면

매화가 나를 초대했는지도 모르지요

너도 나도 추운 겨울 견디느라 고생했다고

서로서로 위로하는 관계 말입니다

아무리 초대해도 관심이 없었다면

사랑도 할 수 없었겠지요

물론 일방적인 행동은 오해할 수도 있지요

반대로 기대하지 않는 손님이 찾아주면

그보다 반가운 일도 없겠지요

아무튼 이유없이 자주 찾는 법은 없는 것이지요

매화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에 취해 버린 것이지요

위협과 강압 거짓과 음해없이 도의와 예의를 넘지 않는

순수한 관심 열정적인 사랑 말입니다

고고학자가 유물을 신처럼 관리를 하고

화가가 나신을 세밀하게 묘사한다고 하여

어느 누구도 스토커라고 파파라치라고 하지 않지요

내가 매화를 담는 이유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창작을 하기위해 찾는다면

해명이 되고 설명이 될까요

죽을 때까지 삶의 의미를 놓치지 않는 철학과

배려와 희생과 인내로 시작한

매화의 삶의 미학을 말입니다

그대 꾸밈없는 삶속에는

 

김 익 택

 

 

체격이 거대해서

위엄이 있었던가

얼굴이 화려해서

이목을 집중시켰던가

삶이 녹아 있는

작은 몸

인내가 우람하고

기쁨을 품은

꾸밈이 없는 미소는

맑아서 청초하다

 

삶의 정신을 살찌우는 그대

 

김 익 택

 

봄의 첫 탄성 알리는 그대는

상상과 전설 속에 사는 꽃 아니다

산과들 자연속에 살면 자연

마을 담장 서민과 살면 서민

서원 방문 앞 학문과 살면 학문

사찰 안 앞 진리와 살면 진리

그대 자연과 삶에 스며드는

말없는 향기는

천리를 달려 노래가 되고

그대 아픔을 웃으며 봄을 알리는

조용한 미소는

만리를 달려 정신을 살찌우는 삶이다

 

삶의 진리를 보여주는 삶

김 익 택

 

 

너에게 삶의 사랑은

아프면서 커는 말

너에게 삶의 진리는

늙으면서 아는 말

그 삶의 사랑과 진리를

손수 보여주는 삶이다

 

꽃바람도 아프다

김 익 택

 

 

삶을 어루만져주는 봄

 

피골이 상접한

너도나도

한해가 고비고비

 

세월에 장사 없는 몸

 

활짝 핀 매화 향기

향기로운데

꽃 바람이 아프다

 

 

 

너와 내가 닮은 것들

 

김 익 택

 

지난 해가 다르고

올해가 다른

 

정수리가 훤한

내 정수리

하얀 머리칼

 

하늘이 훤한

네 가지에 피는

하얀 꽃

 

내년에는

내가 너를 볼 수 있을까

네가 나를 볼 수 있을까

삶만 믿는 꽃 매화

 

김 익 택

 

지난해 꽃 피웠던

나뭇가지

잘려 나간

나이테가 선명하다

 

죽은 것은

죽은 것이고

산 것은 더 악착같이

살아야 하기에

 

휘어지고 부러진

가지에 핀 꽃은

미래만 있다는 듯

여전히 아름답다

매화의 눈물을 보았다

 

김 익 택

 

 

오랜만에 매화의 눈물을 보았다

맑아서 더 서럽고 아까운

눈물을 보았다

아파서 서러울 때

참았던 눈물 모아서

한꺼번에 흘리는 눈물을 보았다

흘러야 아픔을 씻고

흘러야 슬픔을 닦는

아낌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슬퍼도 마음대로 울 수 없었던

눈치보는 눈물

그동안 얼마나 참았던가

또 얼마나 기다렸던가

노란 꽃술

하얀 입술에 맺힌

보석보다 맑은 매화의 눈물을 보았다

매화가 지고 발길을 돌리며

 

김 익 택

 

이 꽃 지고 나며

일년을 기다릴지라도

당장

등 돌리는 사람들

묻지 않고 따지지 않아도

익숙한 생활

익숙한 풍경

세상사 삶의 섭리 쫓는

모습을 보고 있다

나 또한

어쩜 그에게는 휴식이며

나에게는

삶의 진리를 따름이라고

변명을 늘어 놓고

내년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매화 꽃 비가 흩날린다

김 익 택

 

 

가벼운 봄 바람에

자유까지 내려 놓은 영혼같이

흐느적흐느적

매화 꽃 비가 흩날린다

 

저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꽃잎에 언제

흩날리는 향기가 있었던가

늘 반기던 미소가 있었던가

 

희망 밖에 없는

검은 대지에 연 초록 봄날

쓸쓸한 가벼움이

가슴을 짓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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