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

 

김익택

 

 

고향을 갈 채비를 하는 겨울 철새

몸단장을 하기 전

남쪽의 천사의 소식은 기다리는

꽃망울이

이월의 비에 눈물을 흘렸다

 

만남과 떠남을 알리는

비바람이 나무가지를 흔들었다

속뜻을 늦게 알아차린 철새들은

하나 둘 모여 조잘조잘거렸다

 

양지쪽 마른 풀섶에서

쑥 잎 뾰족이 머리를 내밀고

내일 얼어 죽어도 매화는

바람이 눈물을 닦아주었다

 

 

민들레 하소연

 

김 익 택

 

 

못 생겼다고 무시하지 말아요

향기롭지 않다고 미워하지 마세요

난 당신이

이유없이 짓 밟아도 아무 말 하지 않았지요

내가 태어난 곳 길 한 복판

내 의지 아니었지요

자라서 꽃을 피우기까지는

행운 아니라 천운

삶과 죽음 차이는 바람 한점 차이

살아도 태양과 바람 비와 가뭄은

고난의 연속이었지요

삶은 살아있기에 행복한 것이기에

존재는 삶의 의미로 충분했지요

생명이 소중한 것이면

사랑도 소중한 것이지요

빛이 비추고 바람이 소통하는 곳이라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법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못 생겼다고 무시하지 말고

향기롭지 않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혹시 아나요

당신 평생 앓고 있는 고혈압

혈관속의 불순물을 내가 청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조용한 축복

 

김 익 택

 

 

추운 겨울 더

꿈을 꾸고 꿈을 먹고 자라는

그 꽃은 죽을지언정

단한번도 포기를 모른다

 

떠들썩한 축제는 있어도

조용한 축제는 없듯

 

그에게 조용한 축복은

오는 듯 안 오는듯

추위가 저울질하는 겨울 속에서

조용히 피어

숨죽인 삶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숨은 조력자 아닌가

 

너를 맞는 사람들은

이구동성

고마음을 참지못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들꽃에게 기회를

 

김 익 택

 

 

사연 없는 나무 없고

아픔 없는 꽃 없지요

외면하면 섭섭한 것은

저 들꽃도 마찬가지

이제부터

너희들이 주인공이 되고

나는 훌륭한 감독자가 되려 한다

너는 나그네 1. 2

너는 바람 너는 비

그리고 너는

바람과 비를 맞이하는 주인공

내가 있는 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여기는 안전지대

원없이 한없이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펼쳐보렴

생명의 하모니 봄

 

김익택

 

 

봄비는 내리기만 하여도 움이 되고 꽃이 되는 가

세상이 온통 찌푸려도

촉촉히 젖은 땅은 생기가 가득하고

물방울이 맺힌 나뭇가지는 활기가 가득차다

 

물이 땅속에서 피돌기를 하는 동안

꿈틀거리는 삶은 동물만이 아니었다

 

모름지기 태어남은 땅 밖이라고

강력한 햇빛에 곧장 허물어질지라도

버섯이 고개를 내 밀었다

 

내리는 비는 활짝 열어놓은 대문이었다

순조로운 첫 시작은 들 불이었다

주인도 없는 땅 밖 세상은 미 개척지

먼저 점령하는 자의 몫이었다

 

내리는 비는 양수였고 바람은 훈수였다

부드러운 빛은 생명의 무한한 화력이었다

봄 삶과 꿈의 사이

김 익 택

 

 

시간의 돌팔매에 맞지 않으려면 눈치를 봐야했다

강조도 없고 신념도 없었다

삶의 몫은 삶을 영위하는 자 몫이었다

자유를 누리는 만큼 비례하는 것이 의무였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였다

돌아가는 자연은 한치의 어긋남 없이 규칙을 지켰다

싹이 돋는 것도 꽃이 피는 것도

봄이 지나면 삶의 보장은 없었다

스스로 지키며 사는 경쟁과 투쟁의 이치

시간의 약속만 있었다

기다림은 준비였고 준비는 기다림이었다

상상은 무한대지만 실천과 꿈의 차이를 좁히는 것이

노력이었고 준비였다

결과의 결실의 보장은 없었다

절망 뒤 희망만 가지게 할 뿐

사랑으로 포장하고 위로로 포장하는 건

도전할 수 있는 의지만 주었다

축하의 선물일지 죽음의 올가미일지는

지신의 몫이었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해야 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희망이었다

경험은 축적이라는 지식이 되고 기술이 되고

길잡이 되고 목적이 되는

말과 기록은 관심이 있는 후대에게

어둠속의 작은 빛이 되고

갈증속의 물 한방울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움의 속성

김익택

 

 

보고픔을 살고

외로움을 참고 살아도

누가 눈치챌까 봐

슬픔은 삼키고

부끄러움은 감추고 산다

사랑과 질투 사이

김 익 택

 

그걸 몰랐네

1더하기 1은

하나라는 걸

 

그걸 몰랐네

1더하기 2는

분열이라는 걸

 

 

3월이 부르는 소리들

깈 익 택

 

 

몇일 전만 해도 차갑고 냉정하게 보였던 산과 들이

부드러워졌다

 

흙을 뚫고 나온 개구리 소리 들을 깨우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연두 빛이 해맑다

 

산엔 진달래 들엔 냉이꽃 도시엔 여인의 치마폭에서

봄은 소리소문없이 들불처럼 번질 것이다

 

이름모를 개울가 똑똑 얼음 녹는 소리는

어느 병원 산모 팔뚝에 똑똑 떨어지는 링거병에 영양제같이

 

도시의 거리는 검은 외투를 벗어 던지고 거리를 활보하고

바다와 산과 강은 조용해도 생명들의 잉태 소리가 바쁘다

오늘 이 길을 떠나면

 

김 익 택

 

 

오늘 이 길을 떠나면 다시 돌아보지 않기를

눈물과 약속했었지

네가 싫어서 아니라 거짓이 싫어서

그 사람과 다녔던 바닷가 카페

영화구경 레스토랑 모든 추억

오늘 이후 잊기 위해

가물가물한 먼 훗날의 추억처럼

그런 사람 있었던가 기억하려 해도

내 안의 그 사람은 오늘로서 모르는 사람

길가다 우연히 마주쳐도 아니 되고

꿈에서도 나타나면 안 되는 사람

기억에도 없고 옛사랑에도 없는 사람

사랑을 믿었고 그를 믿었던

사랑을 모르고 진실을 몰랐던

바보였던 내가 너무 싫어서

이별 그 말조차 기억하기 싫은 사람

내가 못나 자초한 눈물 밖에 없는 이 길 끝

집에 도착하면

오늘 피는 꽃이 내년을 피는 꽃을 모르듯이

사랑과 이별 아픈 아닌 시대

닦아내고 헹궈내어

전생을 모르고 다음생을 모르는

그런 사이가 되었으면

오늘 걸어가는 이 길 눈물이 마르고 나면

아장아장 아이가 걸어가는 새로운 길이 펴쳐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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