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몽우리에 오는 봄은 어디까지
김 익 택
두루미 울음소리
아득하고
매화 몽우리
바람소리 차가운데
저 두루미 날개 짓에
오는 봄은
어디 즈음이며
저 가지 끝에
매화 몽우리의 봄은
어디까지 왔을까
보름달과 매화
김 익 택
춥다고 문 밖 출입
하지 않는 2월 초 저녁
아무도 찾지 않는
대가댁 장독에
고개 숙여 동치미 담는
숙녀 흰 옷 소매에
떨군 얼룩같이
돌담장에 기대어
하늘을 쳐다보는
연분홍 매화 몽우리가
처마끝자락에
정월 대보름 달을 보고 웃고 있다
너는 부정할 수 없는 꽃의 심볼
김 익 택
희생해도 바라는 것 하나 없고
곤궁해도 어느 하나 탓하지 않는
너는
부정할 수 없는 꽃의 심볼
죽어도 알려야 하는
봄의 의지는
상상 아니라 현실
너의
꽃과 향기는
손 모아 기도하는 아이를 닮았고
허리 굽은 할머니 미소를 닮았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꽃
김 익 택
죽어도 꺾이지 않는
강추위를 벗을 삼아
피는 너는
어느 해 단 한번도
관심 밖의 꽃인적이 있었던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빛은 희망을 담았고
바람이 미주알고주알
알리지 않아도
있는듯 없는듯
흩트리는 향기는
품어야 내 것이 되는
사랑을 담았다
발길을 돌려 세우는 매화
김 익 택
우중충한 하늘이
발길을 재촉하는
2월의 저녁나절
어둠을 재촉하는
예사롭지 않는
찬바람 피하려고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데
어디서 나보고 가라고
코를 부르는 향기가
발길을 돌려 세운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 익 택
그런데 말입니다
죽어야 알리는 새 소식 아니라면
참아야 하는 것이
삶의 정석 아니던가요
살면서 지켜야 하는 약속은
모두 다 지키면 좋겠지만
어길 수밖에 상황도 부지기수
생명이 두개 있는 것 아닌데
지켜서 죽을지도 모르는
약속을 지킨다면
어리석지 않을까요
어긴 약속 뒤에
사과도 있고 용서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당신은 시간과 한 약속을
매년 지키고 있습니다
바람이 귀싸대기를
사정없이 후려치고
얼굴이 얼어 터져도
봄은 멀지 않았다고
봄이 온다고
꽃잎을 떨구며 향기를 퍼뜨립니다
살고 죽는 건
하늘의 뜻
지키는 것이
희망이며 사랑이라고
새봄 알리는 축포
김 익 택
웅장해서 경의롭고
아름다워서 감탄하는
대자연과
오래 살아서 경의롭고
예뻐서 사랑스러운
나무와 동물 그것 말고
친구처럼 애인같이
늘 그립고 보고싶은
사람 아닌 삶에게
존경심과 경외감 가진 적
있었던가요
무언속에 무언
꽃과 향기로
삶의 가르침과 지침이 되는
매화
긴 겨울 속에서 새봄 알리는 축포
만물의 영장 사람들은
너를 보고 인내와 희망
용기를 배운다
2월 밤의 고민
저 매화 눈망울에 맺힌 빗 방울은
기다리다 지친 눈물인가요
저 푸른 솔잎에 맺혀 있는 빗방울은
반가워서 웃고 있는 것인가요
풀리는 강물은 말이 없고
물 깃을 퍼 올리며 비상하는
기러기 날개 짓 소리 활기차네요
코비드 19는
이제 독감같이 생활이 되는 걸까요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
대화에 숨소리가 가볍습니다
올 때도 무겁고 갈 때도 무거운
하얀 두루미 날개 짓에 저녁 노을이 붉습니다
이별의 노래가 위로가 되는 외로운 밤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의 책들의 제목이 나를 보고
쌀때만큼 관심을 가져라고 묻고 있습니다
밤 깊어도 잠 안 오는 밤
유투브만 보지 말고 생각해야 알 수 있는
책 속의 글들이 잠들어도 잠들 수 없어
밤낮 없이 간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멀리 있는 매화 걱정하지 말고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 말고
노력을 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