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삭풍에 피는 꽃은
김 익 택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얼굴을 내밀 수 없는
2월의 삭풍에
울고 웃는 그대는
무슨 사명으로 피는 것이며
무슨 운명으로 피는 것일까
사람들도 모두
빵모자를 쓰고
귀 눈 가리고
목로리를 둘러싸도
외출은 큰 용기인데
24시간 밤낮
삭풍을 맞으며
죽음을 무릎 쓴 꽃을 피우는 가
매화 너는
김 익 택
검은 나무 가지마다
얼굴 내민 너는
새 아씨
입술보다 더 붉다
고목가지 끝에
눈물 같이 맺힌 너는
갓난 아이
웃음소리보다
더 맑고 신선하다
너의 혼을 닮았으면
김 익 택
새빨간 거짓말이 득세하는 시대
양심도 의지도 너만큼 하였으면
핍박 앞에 목숨 걸고 저항하는
그들에게 미학으로 위로하고
향기로 격려하는 너를 닮았으면
세파의 미끼로 낚시질을 하고
배가죽이 절도를 충동질하는
감언이설에 꿈쩍하지 않는 너를 닮았으면
늙어 흙이 되기까지 제갈 길 가는
너의 정신과 혼을 배웠으면
꺾인 가지에 핀 매화
김 익 택
네가 웃어도 내 눈에는 울음으로 보였어
같이 웃어준다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
바람이 거드름을 피울지라도
나는 내진실을 믿고 싶었어
해마다 너의 희생은 단 한번도 그르지 않았으므로
그러나 아픈 것은 아픈 것이지
너와 내가 다른 삶이라고 예외 될 수 없는 것이
맞으면 아픈 것 아닌가
죽어도 아프다는 말 하지 않는다 하여
아프지 않다면 삶이 아니지
상처는 아물어도 기억까지 아물지 않는다 것을
알고 있으므로
감정이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지
나누어서 위로가 된다면 눈빛으로도 보내야
삶의 도리 같아서
부러지고 꺾어져도 웃고 있는 너를 보면
사실 내가 위로 받지만
내가 겨울에 피는 이유
김 익 택
그럴 수 있지 그게 아니다
내 갈 길을 가는 것이지
살이야 하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것 모른다
오직 내가 살기위해서
내 삶이 너에게 희망이 되었다면
그것은 오직 너의 행운
그것을 네가 나를
고맙다고 생각한다면
우연일지라도 나는
산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내가 너에게 그래
나의 향기 나의 미소가
향기롭고 청순해서
좋아한다면 모순 아니라 희망
살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
너에게 악천후 환경이었음을
하기야 나도 얼어 죽기를 반복하지
그것이 내 삶이라서
지독하게 피어야 하고
지독하게 향기를 피울 수밖에
겨울 아니 피고
따뜻한 봄에 핀다면
네가 나를 쳐다보기는 하겠나
삶은 희소성 아니면
모름지기 빛 좋은 개살구지
나는 너에게 천생연분이고 싶다
김 익 택
나는 너에게 천생연분이고 싶다
너의 눈빛 너의 향기를
보여서 알고 맡아서 아는
시각 미각이 아니라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비바람의 떨림과 고요속의 불안을
아끼고 나누어서 하나되는
고마워서 울고 싶은 이심전심이고 싶다
내 그리움이 너에게 일방적일까
김 익 택
내 그리움이 너에게 일방적일까
너를 볼때마다
아름다움에 취하고 향기에 취해
소녀 가슴인데 너는 싫어해도 웃고 좋아해도 웃는다
존경과 사랑은 달라도 사모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음인데
너는 최상의 표현일지라도
마음에 닿지 않는 건 내 미성숙일까
대문이 닳도록 너를 찾는 사람들
하도 많아 기억을 못하거나
야위고 늙은 몸 방문 밖에 죽음이라
웃고 있어도 웃는 것이 아닐까
그도 저도 아니면
나홀로 취해서 귀하다 아름답다며
붙잡고 밟으며 요리조리 뜯어보며
지치도록 괴롭히는 미움 때문일까
귀하다고 하면 실례가 될까
김 익 택
귀하다고 하면 실례가 될까
가엾다고 하면 위로가 될까
미사여구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
네가 피운 꽃 네가 품은 향기
꽃의 왕이라는 말
듣지 못할지라도
너의 맑음 너의 품위는
삶의 고뇌 삶의 번뇌의 상징
인간사회 꽃을 피운
철학자 시인이 부럽지 않다
쉿 조용히 저 꽃이 듣고 있잖아
김 익 택
쉿 조용히 저 꽃이 듣고 있잖아
좋은 말이라도 가려서 해
귀 없다고 귀 없는 것 아니고
입 없다고 입 없는 것 아니야
함부로 만지지 마 꽃이 아파 하잖아
스치는 바람에도 아파하는 거 몰라
말하지 않는다고 아프지 않는 것 아니고
가만 있다고 감정 없는 것 아니야
내 눈에 보이는 저 꽃도 너와 같이
고운 심성도 있고 굳은 믿음도 있어
침묵하고 있을 뿐이지
일년에 단 한번 어렵게 꽃을 피워
관심과 사랑받지 못하고 떨어지고 만다면
저 꽃의 상심이
얼마나 아프고 괴로울지 생각해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