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너의 삶은
김 익 택
삶이 그렇게 어려왔던가
어느 한군데도 성한데 없는
너의 육신이
읽어도 머리에 전달되지 않는
책 속의 진리보다
삶의 진리가 뇌리에 박힌다
이종의 사랑같이
연리지 아닌데
한가지가 휘어져
다시 붙어 생명을 유지하는 모습
이해되지 않는 희귀한 삶이
아프다 못해 아름답다
사랑 경험삼아 하는 거 아니잖아요
김 익 택
우산도 없이 비 오는 길을 걸었습니다
머리가 젖고 어깨가 젖고 바지가 젖어
신발이 절벅거렸지요
그래도 가슴이 답답했지요
한번 돌아선 마음은
믿음을 회복할 수 없었지요
후회는 그 다음의 일이고요
괴롭지 않다면 미친놈처럼
비를 맞고 돌아다니지 않겠지요
무슨 말을 해도 이해가 안되요
나 모르게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는 거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 해도
이제는 내가 용서 못해요
막상 당하니까 기분 참 더러웠어요
내가 바보 같았지요
헤어지는 거 자랑할 일은 아니잖아요
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어요
만남은 몰라도
사랑을 경험삼아 하는 거 아니잖아요
이 비가 생각을 깨끗이 씻어주면 좋겠어요
그 사람과 있었던 모든 것들을
복숭아꽃 네 모습은
김 익 택
부러져서 꺾이고 늙어서 썩고 곪아서
보기에 흉측한 너의 거친 피부
아프지 않을까
참혹한 네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래도 피는 꽃은 젊고 싱싱하다
네가 보내는 삶의 메시지는 하나같이
삶은 기쁨이며 아픔이 아름다움이다
교양과 품격은 겉 모습 아니라
알리려 애쓰지 않아도 절로 드러나는
삶의 참 모습이다
그래도 맺은 열매는 하나같이 탐스럽다
복숭아의 진리
김 익 택
'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하기는 쉬워도 대답하기에는 어렵듯
저 복숭아나무 삶 보면 어림짐작 가는 삶이다
몸은 잘리고 꺾이어 평생 기형아 같은
삶을 살아도 잊지 않는 본연의 의무는
열매 맺어도 제 먹고 설기위한 삶 아니다
선과 악의 대명사 하늘이 준 과일
죽어도 지켜 하는 삶의 참 진리같이
늙은 몸에서 맺은 아이 볼같이 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