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정원
김 익 택
아기자기한 꿈이 저처럼 귀여울까
봄이 부르는 좁은 길을 따라가면
줄지어 선 꽃들이 환영하듯 맞이한다
저기는 청순한 마가렛이
여기는 좋아한다 말없어도 붉어지는 양귀비
저 쪽에는 심장보다 붉은빛 꽃 장미
이쪽에는 고혹적인 이웃집 누님같은 목단
발자국 앞에는 공주님 목에 걸린 목걸이 같은 꽃 금낭화
그 집 화원 좁은 길을 걷다 보면
눈 가고 마음 머무는 곳
거역할 수 없는 꽃들이
정감을 불러 일으키는 미의 장
눈을 외롭지 않게 하고 코를 바쁘게 한다
내 마음이
김 익 택
두문불출하고 살기에는
바깥 세상이 아까운 시대
나를 찾으려는 사람
나를 찾으려고 산으로 들어가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밖에 없는
산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네
모란과 장독
김 익 택
푸른 사월이 꿈꾸는 봄
가지런한 골기와에
봄빛이 흘러내리는
뒤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에 핀
인자하고 너그러운 꽃
모란은 장독 속
돤장같이 고추장같이
내속을 삭여야 제 맛이 나는
그리움과 기다림을 아는 꽃이다
나누어서 좋고 베풀어서 아름다운
어머니 인심을 닮은 꽃이다
바람
김 익 택
어제는
말없이 오더니
오늘도
말없이 가네
내일도
또
그러겠지
금낭화 0 2
김 익 택
지난밤은
신혼 밤같이 행복했던가
아침 이슬 머금은 꽃잎
새색시 얼굴보다 싱그럽다
숙녀 치마저고리에 피는 모란
김 익 택
부귀영화 사랑 행복
세상에 아름다움 말
혼자 모두 가지고도
모자라는 걸까
신혼 방 침구에 피어나고
양가 규수
치마저고리 피어나서
살랑살랑 봄바람에
숫총각 가슴에 피어나게 하네
금낭화 01
김 익 택
일곱 자식 열 자식
조롱조롱 매달고
무거운 줄 모르고
배고픈 줄 모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