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꽃이 웃다
김 익 택
골 기와 지붕삼아
아스라히 흐르는 물같이
곱게 핀 작약 꽃이
봄빛에 따사롭다
바람 불면
빨강 하양 꽃이
서로서로 의지하는 모습
즐거워서 깔깔 웃는 연인 같다
그 모습 보고
연인도
예쁘다 아름답다며
또 웃는다
작약
김 익 택
어느 분홍 전설을
여기 퍼뜨려놓았을까
그 꽃 착취하려는
건달과 아가씨들
세상에서 제일 친한 척
아양 떨고 있다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자와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자의
유혹의 대가는
진한 슬픔이다
연분홍 유혹만 안다
손 털고 일어서는
투자자들 뒤통수 슬픔을
오월은
김 익 택
흐르는 물은
뿌리를 만나면
푸르름이 되고
봄 처녀를 만나면
발간 유두가 되듯이
오월은 가진 것이
희망밖에 없고
할 수 있는 것이
사랑밖에 없는 계절이다
그래서
오월의 생명들은
하나같이
모두 긍정적이어서
삶이 활기차고 발랄한가 보다
비
김 익 택
꽃 지고 잎 피는 오월
그 시작의 종은
비가 울린다
5월의 비는
사월의 꽃 진자리에
눈물자국을 닦아주고
땟물자국은 씻어준다
그래서
오월에 내리는 비는
때로는 정신 줄을 잡어라고
매몰차게 가지를 흔들기도 하고
때로는 아픈 상처 덧나지 않도록
부드럽게 풀잎을 쓰다듬는 것이다
오월의 비속을 걸으며
김 익 택
오월의 비
그 속으로 걸어가면
나도 너도 하나의 신록
청개구리는
나뭇잎 뒤에 숨어 울고
꾀꼬리는
젖은 날개를 털며 운다
오월의 비
그 속으로 걸어가면
하늘도 땅도 사람도 모두 푸른 빛
싱그러움 아니면 5월 아니다
비애
김익 택
그래요
언제 당신이 오신다고
기별이나 하셨나요
백의종군 하여도
군계일학같은 당신
감격과 슬픔은 일심동체
타인처럼 무심해도
누가 원망하리요
누가 사랑하지 않으리요
당신 없이는
삶의 의미 없음인데
봄바람
김 익 택
스스로 춤출 수 없는 푸른 산이
바람을 빌려 덩실덩실 춤을 춘다
봄이 왔다고 내 세상이 왔다고
초록이 넘실넘실 장삼 휘날리며
초록이 웃고 바람이 노래하며
온 산이 울렁울렁 파도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