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의 고고한 멋
김익택
화려한 꽃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은은하고 고고한 멋
그 옛날 선비들이
너를 왜 좋아했는지 알겠다
네가 회색 두루마기르 입고
걸으면 선비가 되고
회색 두루마기를 휘날리며
뛰어가면
춤추는 선비가 된다는 것을
가만히 서 있어도 의연한 모습은
학식 덕망 그 자체가 아니던가
삶의 고마움을 깨달을 때
김익택
내 몸 내 정신 내 것이라고
내 맘대로 행동하는 것
철학과 종교의 설교를
귀가 닳도록 듣고 들어도
가슴에 닿지 않았는데
건강이 보낸 신호를
정신이 받아들이고부터
삶의 고마움은
나날이 감사의 기도를 하고 살아도
모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부터 눈에 들어오는
풍경 어느 하나
고맙지 않는 것이 없고
귀중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것도 절실하게
2024년12월01일 주남지 소감
김익택
마지막 시작 12월01일
겨울을 나기 위한
찾아온 철새들 울음 소리
주남지에 가득한데
나에겐 몸서리치는 추위가
그들에겐 따뜻할까
새 머리를 이해못한
내 소갈머리가 헛웃음을 웃는다
학의 너의 궁금점을 생각하다
김익택
꽁꽁 언 저수지 한 복판 숨구멍이
너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잠자리라니
두뇌를 가진 나
이해보다 설마가 먼저다
너도 살아있어
몸속에 피돌기는 할것인데 얼지 않을까
아무리 천적이 무서워도 그렇지
다른 새들처럼
낭떠러지 둥지도 있고
저수지 한가운데 갈대숲도
나무 위 둥지도 있지 않는가
왜 하필 꽁꽁 언 저수지에
잠을 잘까
온 종일
영하의 추위에 먹이를 찾다
잠잘 땐 찬물위에서 잠을 잔다면
삶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너야 말로 전생의 업보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너는
선인들이 너를 닮고자 한 군계일학
그 깊은 이유
천 번 만 번 새겨 볼일이다
두루미의 춤사위
김익택
입맞춤인가 싸움인가
둘이서 마주보며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
우아하고 고고해
사랑 놀이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고
싸움이라 해도
고개 끄덕거려진다
겨울 저녁 두루미 관찰
김익택
긴 목 빼고 경계하다
날개를 펼쳐 우는 모습
장군의 호령같이 믿음직하다
긴 목 숙여 모이 쪼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
붉은 노을에 물든 날개가
청자 빛같이 곱다
길었던 과거와 짧은 미래 그 사이
김익택
이 나이 먹도록 무엇을 위해 살았던가
행복을 향해 달려왔던 꿈의 세계는
어디 가고
세월을 기록한 내 몸은
눈 멀고 귀 멀고 이를 빠지게 하더니
걷는 것조차 제어 한다
따라서 오장육부는
전에 없던 항의에 저항이 힘겹다
겪었던 삶의 교훈은 어디서 무엇할까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정수리에 고이는 땀방울만
개 기름같이 번질거리고
가슴은 식어
하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의욕상실
내가 살았던 지난날이 마치 꿈만 같다
내가 나에게 묻는 사진과 글
김익택
꿈만 꾸고 말 것인가
구슬도 꿰어야 보석이 된다는 말
알지만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무식하면 용감한 꿈도
생각과 타협해야 한다는 사실
그것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나
오늘도 뼈 있는 아내의 말
부질없다 생각하며
사진을 담고 글을 쓰는 일 현재진행 중
백만 컷이 되고 만 편이 될 때면
자신감을 붙을까
탄핵과 비상계엄 사이
김익택
상실의 시대에 떨어진 과일이 썩지 않겠다고
항변을 하자
거리에 쏟아 나온 낙엽이 이리저리 거리를
어지럽혔다
민주주의를 말하고 정의를 말하는 소음 진동에
벌거벗은 나무들이 떨었고
서로 옳다고 외치는 뜬 소문들이 거리를 가득 매웠다
썩은 냄새가 발효를 나무라는
호랑이 땅에서
늑대와 여우의 싸움은 종이 호랑이를 무시했지만
정의의 씨앗은 조용히 봄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어리석은 사람들의 희망
김익택
잎 떨어진 저 나무 끝에 겨울의 꿈은 바람이 알고
앙상한 저 나무 끝에 초록 봄은 빛만이 알까
그 가지를 움켜쥐고 앉은 까치는
겨울을 어떻게 생각하고
부엉이 무슨 생각을 할까
보이지 않는 생각들이 가지를 친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미래를
잘 안다고 큰 소리치는
꾼들의 소리는 까치소보다 날카롭고
부엉이는 조용히 밤을 기다린다
감 떨어진 그 아래 어수선한 마른 잎들
찬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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