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교와 연인들

김 익 택

 

 

하늘에서 못다 이룬 사랑

땅에 사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만나라고

어지러운 세상 어지러운 마음

다잡으며 살라고

마음만 먹으면 너도 나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하늘 아닌

지상에 오작교 같은

월영교를 만들어 놓았다

 

하늘의 언약 강이 받아 대꾸하는

청사초롱이 비추는 다리에

필연 아니면 인연

인연 아니면 우연일지라도

사랑의 연육교를 만들어 놓았다

그 다리위로 청사초롱 불빛 밟으면

걸어가는 연인들

얼굴은 보일 듯 말 듯한데

웃음 소리 해맑다

 

창사초롱도 강물도 바람도

반가움 뒤 설레는

그들의 마음같이

출렁거리고 있다

 

연꽃 만나려 가는 맘

 

김 익 택

 

 

비에 젖어도

나 만을 위한 미소 보여주었으면

나 만을 위한 향기 피워주었으면 바람

 

너의 기분 생각하지 않고

보고 싶으면 가고 생각나며 찾아가는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너에겐 나는 벌도 아니고 나비도 아닌 불청객

네가 품고 있는 오묘한 진리와 사랑

네가 모르는 미학을 담는 사람

 

알려야 하고 자랑해야 할 일은 어찌 그것뿐일까

나누어서 행복하고 함께해서 아름다운

네가 못다한 미의 세계 내가 대신하는 것을

 

이왕이면 개개비가 네 꽃잎에 앉아

세레나데를 불러주었으면 좋겠고

달팽이가 너를 만나려 가는 길이었으면 좋겠어

 

그가 다시 사랑하다고 말 한다면

김 익 택

 

 

또 한번 묻는다면 이제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제는 말 할텐데

말끝은 흘리고 말았어

그도 나에게 묻기까지 많은 날을 고민했을텐데

얼마나 무안했을까

좋은 것도 아니지만 싫은 것도 아닌데

세상 참 고르지 않지

내가 좋으면 네가 싫고 네가 좋아하면 내가 싫고

사랑은 일방통행 아닌 걸 알지만

그도 그렇고 나도 그래

세상에 어느 것 하나

내 욕심대로 되는 일 얼마나 있었던가

다만 그를 단 한번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뿐

그가 나를 사랑한다면

생각을 바꿀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내가 아닌가

그가 다시 내 생각나 사랑한다 말 한다면

나도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애

적어도 그의 마음은 아니까

처음 만나는 사람보다 이점은 있지

요모조모 살펴보면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쩜 내가 사랑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

더 많은 관심 더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전에 없던 사랑을 발견할 수도 있는 일

그가 손을 잡으면 꼭 잡아보고

그가 기대면 어깨를 꼭 안아보고

사랑이라면 사랑한다면 느낄 수 있을 거야

그가 다시 사랑하다고 말 한다면

 

존재 의문

김 익 택

 

 

죽음 아니면 정신줄을 놓고 싶을 때가 있지

 

눈물도 짜고 땀도 짜듯이

봄바람도 바람이고 겨울 바람도 바람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소금이 말하고 물이 가리켜 주는

내 몸이 하는 일을

모르는 나는 무엇인가

 

인간의 속성 욕심을 의심하지 않을 때가 있지

 

바람과 비의 영양분을 살고 있음을

내가 몰라도 엄연한 사실

질량으로 보여주고 물질적으로 각인시켜 줘도

감사는 커녕

남의 일인 양 무시하고 사는 나는 무엇인가

 

자책하는 양심

김 익 택

 

 

언뜻언뜻 떠오르는 양심 없었다면

나란 사람

이만큼 소양을 갖추었을까

때로는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고

때로는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 거짓말

시간장소관계없이 잘못 되짚는 기억

새살 돋고 늙어도 변치 않는 것은

사과하지 않아 미안하고 부끄러운 것인데

내 안의 진실이

누가 아는 사람 없다고 무시해도 되느냐

그냥 넘어가려 하는가

참 대단하다

켕기지 않느냐고 묻는다

미안하다

지난 날 반성하고 이제는 하지 않지

그런데 너는 지나간 일 되풀이하면 너는 좋으냐

되 물어도

양심은 단 한번도 잊음도 없고 용서도 없다

 

저녁놀과 밤사이

김 익 택

 

 

빛이 밝혀 놓은 길을 바람이 그냥 두지 않았다

 

내용 없는 편지를 받은 구름이 무슨 대단한 비밀을 감추듯

잠깐 얼굴을 붉히고는 어둠속으로 사라져 바렸다

 

도시의 불빛이 추궁했지만 별마저 자취를 감추었고

잠들지 못하는 매미가 짧은 여름을 아쉬워서 울었다

 

오래전 잃어버린 고향을 별들은 지구를 향해 수신호를 보내고

미지의 사랑을 꿈꾸든 소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사연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고 이별도 모르는 체

 

Demis roussos의 Goodbye my love, Goodbye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열대야 풍경

김 익 택

 

 

시계가 새벽을 가리키는 밤

대지를 삼킨 더위가

무단 외출을 금지하듯

사람들을 아파트 안에 묶어 놓았다

 

열기를 뿜는 에어컨은

24시간 휴식도 없고

잠들어도 잠들지 못하는

유튜브가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낸다

 

복권보다 돈 벌기 쉬운

미디어 디지털시대

너도나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스스로 상품이 되어

이곳 저곳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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