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왕후 야행길 2

 

김 익 택

 

오늘 하루 밤

나는 대왕 너는 여왕

나 왕자 너는 공주

화려한 의상 갖춰 입고

왕릉길을 거니는 사람들

행여 넘어질까

그 옛날 허왕후

발길 비추는 등불같이

여기저기 흔들리는 등불

해맑은 웃음소리가

밤 하늘을 수놓는

불꽃처럼 아름답다

밤하늘에도 나뭇가지에도

꽃같이 열매같이 화려한 네온이

그 옛날 허왕후 후광같이

디지털 시대를 리드하고 있다

방안에서 맞이하는 가을

 

김 익 택

 

 

꽃이 초대에도 못 가고 과일이 초대에도 못 가고

정말 마지막이라고 단풍이 초청해도 불러도

못 가는 나

올해도

오라는 곳 없어도 갈 곳 많은 가을의 초대는

매양 다음이라는 낱말에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방안에서 한숨은

누워있어도 편지 않는 풍경은 극대치를 달리고

베란다에서 호소는

바라보는 파란 하늘과 밝은 빛은

어느 그곳 풍경에 가슴이 답답하다

재촉하는 가을바람

 

김 익 택

 

 

미처 가을을 준비하지 않는

빨간 단풍잎이

찬바람에 고개를 가로 젖는다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갈까

물음은 가당찮다는 듯

비바람의 위세가 대단했다

형제인지 남인지

도움인지 빼앗음인지

어리석은 물음 하지 말라는 듯

흩날리는 회오리바람에

먼저 떨어진 낙엽까지 가세했다

가는 길 모르고 오는 길 모르는

바람에 누운 갈대가

햇빛을 머금고 웃었다

휘몰아치는 바람

떨어지는 낙엽

눈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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