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왕후 야행길

김 익 택

 

 

 

조명이 나무를 물들이고

사람을 물들이는

허왕후 야행 길은 천국같이 아름답다

 

그 숲길을 걸어가면

온 몸을 비추는 오색찬란한 빛

가슴으로 들어와

너도나도 아이같이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그 숲길을 걸어가면

낮에 가졌던 온갖 시름 다 잊고 하고

평등과 자유 행복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워준다

 

그 숲길을 걸어가면

모두다 가져도 부담되지 않는

휘황찬란한 보석들이

내 옷 내 몸에 날개를 달아주고

하늘을 날아다니게 한다

야행 산길

 

김 익 택

 

낯을 가리지 않는 어둠이

사랑의 낱말을 포용하자

부끄러움이 미소를 되찾고

감춤이 거리를 활보했다

 

어둠은 나무를 동물로

다시 태어나고

숲은 괴물의 은신처가 되어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숨소리를 삼키고 걸어도

천둥소리 같아 눈에 불을 켜고

아무리 주위를 살펴도

불안은 허약함을 꿰뚫었다

 

감출 것 없어도 감추는 마음은

갑자기 귀신이 덮칠 것 같아

걸음아 날 살려라

삼십육개 줄행랑이라도 해야 하는데

정작 발걸음 꽁꽁 얼어붙었다

내가 나에게 위로

 

김 익 택

 

 

사랑과 관심 그 낱말이

아름다움과 부와 비례하듯

꽃을 피웠지만 아름답다는 말

향기를 피웠지만 향기롭다는 말

들어 본적 있었던가

작아서 보이지 않고

작아서 느끼지 못한 향기를

누구 탓 할 수 없지만

꽃은 꽃이고 향기는 향기다

태양이 알고 바람이 알아도

삶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억울한 것

하지만 나

의학이 소명하지 못한

꽃이 차가 되고 뿌리가 약이 되는

이세상의 오직 나만의 꽃

그 사실 알리기까지

계절을 잊지 않고 삶의 의무를 잊지 않는

한송이 꽃으로 살고싶다

이름없는 꽃으로 살고 생명 없는 꽃으로

삶이 끝날지라도

내가 사는 의미

 

김 익 택

 

 

꽃이 필 때와 질때까지

지켜본 사람이라면

관심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랑이 많을 수록

기쁨과 슬픔 아픔

미움과 그리움 오해와 진실

믿음과 실망도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

진실을 숨길 수 없듯

삶은 숨길 수 없는 것은

지구 둘레 4만킬로미터

우리 몸의 혈관길이 12만킬로미터

음속으로 돌아도 모르고 살 듯이

삶은 종합선물 셋트 라는 걸

착각하고 살고 잊고 살고

무시하고 살다

때 늦은 후회를 하는 것이지

김 익 택

 

내 마음이 답답할 때

내가 모르는 길을 네가 알 것 같아

대답 없는 물음을 하곤 했지

네가 내게 오기까지 수 백 년

그 사실 알아도

마음과 마음의 거리는

시공간을 초월한

제일 가까운 친구

좋을 땐 잊고 살고

나쁠 땐 너를 찾지만

외로울 땐

마치 맡겨 놓은 물건 내 놓으라는 듯

무례를 하지

그래도 너는

단 한번도 귀찮아 하지 않았지

자연은 공평하다

김 익 택

 

 

 

맛있는 음식은 똥이라는 흔적을 남기고

아름다운 옷은 걸레라는 흔적을 남기듯

내가 걷는 발자국은 흔적 없지만

내인생은 꼬리표가 있다

내가 먹고 산 뒤 남는 흔적은 무엇일까

내가 나를 아무리 잘 알아도

내 역사는 내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듯

바람이 남긴 생명의 흔적과 빛인 남긴 흔적은

삶과 죽음의 교훈이다

세상은 불공정하다고 외치 것도 들여다보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자업자득과 준비 부족이 많다

이렇게 자연의 정의는 침묵이다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먹고 사는 것은 공짜가 아니듯

기만과 침략의 전술까지도

해결 방법은 삶들의 몫이라고

단 1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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