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산책
김 익 택
해운대 사는 사람이 해운대 해수욕 가는 것
소원 아니다
뭘 볼 것 있다고
동백섬 한바퀴 도는 것도
최치원을 얘기하지 않고 동백꽃을 얘기하지 않는다
엘시티 빌딩이 구름이 가렸는데
내일은 비가 올려 나
더워서 그런가 한바퀴 돌았는데 숨이 차네
고양이 밥 줬는데 먹었나 확인이나 하고 가야겠다
최치원이 박아 놓은 글씨 해운이 잠들어서 보이지 않는다
저 건너 엘시티 사람들이 보지 않겠지
쏴 쏴아
노거수 소나무가 시원하다며 겨드랑이 땀을 닦으며
걱정하지 마
오줌 누는 소리는 들려도 겨드랑이 냄새는 나지 않을거야
오줌은 내가 누는데 너희들이 왜
검은 바위에 파도가 바지 춤을 올렸다
관심과 불균형
김 익 택
그리움은 떨어져야 아름다운 법
상상이 별을 만들고 눈발을 만들죠
날마다 보내도 돌아오지 않는
텔레파시는
무소식이 희소식
덧 씌우는 안녕은 흐릿해 가고
먼 산에 박힌 눈은 우두망찰 끝에
거울 앞에 선 얼굴 수척하다
헝클어진 머리 푹 들어간 검은 눈
하루 한두 번 생각나면 먹는 음식
관심 없는 운동
제자리에 돌아온 정신이 샤워실로 향한다
날마다 사랑하는 사람은 생각해도
나를 생각하지 않음이 아랫배를 직시한다
무관심을 원망하듯
소문없이 붙은 살 탄력 잃은 가슴이
샤워에 눈물을 가린다
나 없는 그리움이 존재하는지
아마도 그 사람이 사랑한 건
그리움보다 내 앞에 서 있는 무관심의 실체일지도
모른다고
Good by my love good by
김 익 택
농익은 시든 꽃을 부여잡고
내 시린 가슴 보여준들
바람은 무게를 지탱해 주지 않는다
어제는 오늘 아님을
시간이 증명하는 이유
아쉬움은 혼자 가져 가라 한다
삶은 위대함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정신을 휘어잡는 연주 5분
마을을 정화시키는 것도 5분이면 충분하다
날마다 사랑한다는 말은
일상이 되면
사랑한다는 말은 휴지통에 버려야 할 일
존귀해야 할 말은 극적인 것
좋아한다는 말과 차별이 있지
가슴에 흐르는 강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은
너도 가슴에 강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
자랑은 나을 위한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한 것이어야 아름답다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은
공유하고 공감해야 유지되는 것
저 꽃이 안타까워 줍는 것은
가야 할길 막는 것
그를 위한 일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다
Calm down
김 익 택
신중과 신속을 강요하는 건
긴박과 늦음을 강조하는 단어이죠
살면서 겪게 되고 닥치게 되는
피할 수 없는 모순이죠
성공과 실패는 간발의 차이가 많죠
당신이 잃은 건
신중과 신속의 문제가 아니었죠
차단 아닌 만남 사랑 아닌 우정이었죠
밤하늘의 달은 공간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죠
사랑은 가까이하려는 성급함이 있죠
불안을 떨쳐버릴 수 있는
신중도 아니고 신속도 아니었죠
언어 모독만 했죠
머리를 쥐어박고 돌멩이를 걷어찬다고
해결될 일 아니죠
해결은 차분한 것을 좋아하죠
지금까지 아무것도 당신에게 해당되지 않았죠
어리석음을 양심을 여기고
비겁함과 타협하기 급급했죠
그러니까 개 눈에 똥 밖에 안보인 것이죠
통증 신호
김 익 택
사랑보다 솔직한 하늘의 소리
아 야
밤새도록 끙끙 앓아야 비로소 아는
진실의 소리
사랑할 수 없는 사랑
천당과 지옥 어떻게 다른 지
알리는 소통
나 아니면 겪을 수 없고
나 아니면 느낄 수 없고
나 아니면 견딜 수 없고
견뎌야 깨닫는 특급비밀 통신
하나뿐인 몸
고칠 수 없는 한계
절실함을 알리려고 보호하려고
그 또한 처절한
싸움이었으며 인내였음을
시간의 선물
김 익 택
입을 막지 못한 시간은
팔 다리에 족쇄에 가두었다
그토록 쫓아다녔던 사랑도
평생을 신처럼 사랑했던 돈도
두 손 달려와 안겨도
선뜻 안지 못한다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세월이었다
우스운 것은
정작 거절해도 받아야 하는 선물은
시간이 만들어 놓은 골병이었다
정신도 육체도 언밸런스가 되자
가까운 사람부터
손절하기 시작했다
도의보다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거절해도 통용되지 않는 고통은
세월의 계시를 받아 드려야 했다
그것도 내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