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덕위에 소나무 숲을 거닐며

 

김 익 택

 

그 언덕위에 소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눈보라 맞으며 몇 백 년을 살았지요

그의 삶은 몇 권의 책이 될까요

수많은 화마와 전쟁에도 살아남은 것은

자포자기라는 말 몰랐을까요

생명을 위협하는 말 못 들었을까요

죽음의 고비는 없었을까요

자신의 희망을 믿지 않고

미래를 믿음 없었다면 벌써 죽었을지도 모르죠

삶은 믿음 없으면 희망도 없는 것이니까요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삶에게

보이지 않아도 함께하는 바람과 빛 같이

우리가 모르는

하나님은 손길이 있지 않았을까요

저 언덕에 소나무는

시련이 있으면 희망도 있다는 것을 믿었겠지요

불어오는 바람의 이야기와 내리는 비의 진실을

없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 태양의 진리를

한순간도 멈춤없이 내가 숨을 쉬듯이

 

 

사랑하는 그대에게

 

김 익 택

 

여름 콩국수 맛이 되었으면

겨울 뚝배기 맛이 되었으면

생명을 다투는

각박한 세상에서

꼬리를 끊고 달아나는

도마뱀이 아니라

두다리를 질질 끌고 가면서도

너를 위해 걱정하는

믿음과 의리가 되었으면

사랑했으면 사랑으로 끝맺는

평생 인생 서비스관계가 되었으면

개척자의 운명

 

김 익 택

 

꽃을 잃어버린 꿀벌이 방황했다

남은 꽃마저 작열하는 태양이

대문을 닫아 버렸다

말라버린 꽃은

꿀 샘 자리에 열매가 맺고

바닥에 떨어진 꽃잎은

썩은 냄새를 풍겼다

한줌의 꿀을 얻기 위해

더 먼 곳 더 깊은 곳

들과 계곡을 찾아야만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윤리 없고 법이 필요 없는

이종(異種)의 관계는

삶이 죽음이었고 죽음이 삶이 되었다

살기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 가야 했다

가족의 미래를 위해

 

기 도

 

김 익 택

 

 

내 몸과 정신이 하나되기위해

얼굴 중심에서

두 손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내 꿈과 현실이 하나되기위해

가슴 중심에서

눈과 귀를 하나로 모았습니다

 

하나님과 저가 하나되기위해

사랑 중심에서

내 삶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소낙비의 울음

 

김 익 택

 

쏴 쏴아

마른 가슴 적시는

반가운 울음소리

나무가 두 팔을 벌려 반기고

풀은 고마워 고개를 숙인다

벼논의 물길은 찰랑찰랑 춤을 춘다

태양에게 머리가 데인 기와지붕은

미소가 반짝이고

대문 지키는 백일홍은

마지막 꽃잎을 떨군다

쏴 쏴아

뜨거운 대지의 삶들을 적시는 소리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위로한다

잘 참았다 고생했다 그만 울어라

충분히 섭취하고 머금고 아껴라

쏴아 쏴

숲속 계곡 들판 땅속에 길 뚫어

양분 공급을 실은 비가

마이크를 들고 외치고 있다

 

몰라서 미안하고 못해줘서 미안해

 

김 익 택

 

노을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해도

아침 먼동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 것은 처음이네요

사랑할 때 즐거움보다

헤어질 때 아픔이 더 큰 것을 보면

아침에 피는 꽃보다

저녁에 피는 꽃이 더 향기로운 것인가 봐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을 보면

사랑할 때 망각하는 것이 환상과 기대를

착각하는가 봅니다

사랑할 때

누가 사랑을 공학적으로 생각 하나요

마음과 마음 감정과 감정이 화합하는 이성은

사랑 외 개입할 수 없는 것이지요

떠나 봐야 알고 떨어져 봐야 보이는 것이 진실같이

언젠가는 사랑이 현실을 직시할 때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되는 것

현실을 극복하는 것은 낭만 아니라 현실

행복의 뒤편에 있는 이해가 한계를 넘어버린 거죠

행복도 준비해야 할 것이 있고

사랑도 극복해야 할 문제는 있는 것이지요

노력없이 이해없이 만사형통은 없는 것이지요

희생 없이는 사랑도 없고

이해 없이는 사랑도 없는 것이지요

저 태양을 바라보며 묻고 있네요

몰라서 미안하고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그들이

우리가 될 줄은 몰랐다고

동상이몽 산책

 

김 익 택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길을 걸어간다

누가 누구를 위함 아니라

살기위해 웃고

살기위해

다리에게 힘을 불러 넣어야 하고

가슴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고기를 먹어야 하고

고단백을 먹어야 한다는

뇌의 요구를

위장이 굶어야 하고

비워야 함을 거절하지 못해

병을 불러온 고도비만을

의사의 강력한 주문에

강아지 앞세우고

가쁜 숨을 쉬며 걸어간다

잠깐 산책이 건강해 질 것이라

굳게 믿으며

저녁 삼겹살과 소주를 생각한다

 

 

창작의 다그침

 

김 익 택

 

 

날마다 그와 나의 싸움은 한치의 양보가 없다

그는 일초마다 눈을 깜박이며 질문을 요구했고

그때마다 나는 그를 단번에 압살할 수 있는

총알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쏴도 쏴도 죽지 않고

먹여도 먹여도 배부르지 않는 위장을 갖고 있었다

내가 준 먹이는 차곡차곡 뒤로 쌓아 놓고

내 잘못과 좋은 점을 나로 하여금 실소를 하게 했다

소화가 되고 효소가 되기까지

그는 식성까지 까다로웠다

매 끼니마다 아니 간식까지

새로운 제품 새로운 맛 새로운 향기의 맛을 요구했다

그의 식성은 맞추기 위해

시장을 들락거리거나 책을 보거나 SNS에서

정보를 찾으려고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있으나

영양분과 맛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웠고

질과 양 그리고 가격과 채산성을 따져야 했다

나의 이런 불만에 그는 단호하게 큰소리로 나무랐다

지금 거리를 나가보라

오천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단체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 군인들을 제외하고

똑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옷가게를 가보라 얼마나 다양한 디자인이 있는지

패션이라는 단어가 나오고부터

의복은 계속 다르게 모양으로 발전해 왔지

그것도 사람의 몸에 한정하여

소재 색상 생활 등등

연구와 개발을 만들어 낸 작품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런데 주제 소제 제목 장소 무제한

시각 감각 촉각 후각 상상 생각 공상 지식 지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창작의 범위

이보다 좋은 환경 어디 있을까

한계는 있지

우리가 죽기전까지 하는 말 말 말

연구가 모자라고 노력이 모자라고 공부가 모자랄 뿐이지

그렇지 아니한가

뇌를 다그치다

 

김 익 택

 

 

오늘도 난 축적된 것 없는 지식을 되새김질하다

뇌에게 다그친다

떠오른 것이 없어 아무것도

뇌는 조용히 하얀 백지를 내 밀며 말했다

묻지 말고 닦달하지 말고

네가 그렇게 간절한 글을 여기 마음껏 쓰라

앞으로는 맡겨 놓은 듯이 명령하지 마 알았어

너는 머리가 왜 아픈지 그 이유 몰라

돌아버리면 어떻게 되는 지 알지

그렇게 되는 거 바라지는 않겠지

세상에 다시없는 미친 놈은

맡겨 놓은 것이 없으면서

내 놓으라는 거야

멍하니 앉아 있지 말고 책을 읽어 봐

햇빛에 바래고 먼지가 쌓여 곰팡이가 좀 먹는

책장의 저 많은 책 죽으면 가지고 갈래

그리고 생각해

생각하는데 돈 더 냐

일하다 길가다 누워있다 잠자다가 눈 코 입 귀

네 감각기관 그것 폼으로 달려 있는 것 아니잖아

시작해 오늘부터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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