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 석양속으로 사라지다
김 익 택
꿈길에서 만났던가요
깨어나고 싶지 않았죠
해 뜨는 아침 붉은 빛에 물들은 모습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죠
붉은 빛은 그대를 비추는데
내 가슴이 뜨거웠지요
순간 나의 팔다리의
시침과 분침은 멈추었고
온 몸은 긴 그림자를 망부석이 되었지요
나는 바라보는 나는 황홀했지만
그대 눈에 나는 보이지 않는가
단 한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요
오히려 편했습니다
내 뇌가 멈추고
내 심장이 까맣게 탈때까지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었니까요
사랑보다 위대한 것이 그리움이었음을
김 익 택
사랑으로 채워 줄 수 없는 그리움이
너에게 있었지
비밀 아닌데 숨기고 싶은
반짝반짝 빛나는 이슬같은 해맑음과
입 속을 감도는 꽃등심같은 달콤함이
너에게 있었지
가슴을 환하게도 하고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보고 또 보고 싶은 영화같이
새겨 들어도 모자라서
듣고 또 듣고 싶은 노래같이
예절 필요없이
감정이 북 받혀 눈물이 흘렸지
앓아서 기쁘고 아파하면서도 즐기는
이 이율배반의 극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통제를 벗어난 반응을 했지
가슴 깊은 곳 어디
남 모르게 숨어 있는 안테나는
밤낮 가리 않고
오직 너를 향해 켜져 있었지
사랑보다 위대한 것이
그리움이었음을 모르는 채
바람이 말 했습니다
김 익 택
솔솔솔 바람이 불었습니다
쏴쏴쏴 바람이 불었습니다
스스스 바람이 불었습니다
소리는 달랐지만
음악을 음미하듯 음식을 음미하듯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모두 사람들에게 하는 얘기였습니다
솔솔솔 바람이 하는 얘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세월의 이야기를 하고
쏴쏴쏴 바람이 하는 얘기는
태평양 대서양 자연의 이야기를 하고
스스스 바람이 하는 얘기는
이 땅의 사는 삶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들의 얘기는 한결같이
거대한 인류 얘기 아니라 살면서 놓친
기초적인 얘기했습니다
나를 지키고 나를 발전하는 것은 진실과 정의와 사랑
배우는 것이고 받아드리는 것이고
지키는 것이고 가르치는 것이라 했습니다
떨어지는 나무 잎
김 익 택
개가 태양을 보고 짖었다
태양은 공기를 데웠고
잎이 떨어지면서
바람을 힐끔 처다 봤다
바람이 축 쳐진 나뭇가지를 가리키며
중력을 설명했다
까치가 바람을 향해 가위질을 했다
바람이 소리를 실어 날랐고
잎이 떨어지면서
까치를 보고 원망 했다
원망하지 마라
죽음도 너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