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목정
김 익 택
백일홍 붉은 꽃이
하목정를 살피는 듯
대청 마루를 굽어보고 있다
세상 시름 많던
그 시절
모두 살리려고 죽음 길을 떠나던
낙포님 심장이 저렇게 붉지 않았을까
7,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더 의연하게 피는 꽃이여
아름다움은
어려운 환경에서 더 빛을 발하는 법
4백년 전 그분 정신을 혼불처럼 밝히고 있다
하목정에서
김 익 택
낙동강이 보이는
산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잡은 하목정은
갈고 닦은 사람공부
스스럼없이 지켰던
그 분은 가고 없어도
백일홍은 4백년이 지난
오늘도 변함없이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다
잠 설친 밤
김 익 택
오토바이 궤적 소리
어둠 따라
상념도 비몽사몽 흐려지는
깊은 밤
자신의 의지대로
소리 한번 낼 수 없는
가로수가
아닌 밤중에
매미 목소리로 빌려
아프다고 한다
이유도 모르고
생각나지도 않는 꿈에
잠을 설친 나는
눈동자를
꾹꾹 누르며
억지 잠을 청해 본다
백일홍꽃의 운명
김 익 택
나보라고 손짓하는
붉은 백일홍은
7,8월 더위에도
지치지 않더니
마음까지 씻어주는
파란 하늘 바람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마음에서 오는 계절
김 익 택
가을은
아침 저녁으로 온다는 사실
아는 나
겨울은
북쪽에서 온다는 것 밖에
몰랐으니
참으로 딱하다
더위도 아름다운 계절이다
김 익 택
해마다 겪는
살인적인 무더위
마냥
실어할 일인가
더위에
포도 복숭아 수박 참외를
먹을 수 있고
능소화 백일홍 해바라기 맥문동을
볼 수 있으니
어찌
아름답다 고맙다 아니할까
더워야
오곡이 익고 과일이 익고
더워야
양식을 얻을 수 있으니
고마움의 기도
거듭해도 모자라지 않을까
여름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김 익 택
연일 계속되는
불볕 더위에도
하늘은 평화롭다
가을 하늘이
저 만큼 깊었던가
가을 공기가
저 만큼 맑았던가
하늘이 너무 맑아
구름이 외롭다
어느 농부의 하소연
김 익 택
5월 가뭄에 모심지 못해
6월 단비에 겨우 심고 나니
7월 가뭄에 다 말라 죽네
겨우 살은 농작물은
8월 장마가 괴롭히고
9월 태풍이
눈물 콧물 다 빼고
그래도 살아남은 과수는
8월의 우박이 쏟아져
농민 가슴을 쥐어 뜯고 할퀴고 간다
열대야의 밤
김 익 택
밤 기온 33°C
여름이 좋아
여름에 피는
백일홍도 지치는 밤
매미도
더위에 지쳐
낮을 잊었는가
깊은 밤에 시끄럽게 울어댄다
백일홍이 뚝뚝
김 익 택
백일홍이
뚝뚝
눈물을 흘린다
제 꽃잎 떨어진
그 자리에
한때 화려함은
불볕 더위같이
활활 타올라
지칠 줄 몰랐으나
사정없이 후려치는
비바람 앞에
어쩔 수 없는 일
삶의 몰락 아니라
청춘은 한때라는 사실
자연이 잠깐
일깨워 준 것이지
사랑하는 사람
김 익 택
나에게 그 사람은
단지라는
낱말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
우리
더불어
낱말이 어울리는 사람
이해
배려
의리
낱말이 필요 없는 사람
생각
이미지
그것 만으로
내가 더 즐거운 사람
그렇다는 거지
김 익 택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는 거지
내가 몰라도
네가 안다는 거
부와 명예와 권력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리떼같이 서로물고 물려 있는 법
결국은
삶의 고달픔을 동반한다는 사실
그래도 세상사람들이
죽자 살자 쫓는 것은
거기에 행복을 찾는다는 거지
남의 등을 밟고
올라가야 빨리 도달 할 수 있는 그곳
올라가면 내려오기 싫어
강자에게 아부를
약자에게 가혹을
스스럼없이 하는 그곳
지금 사회가 그렇다는 거지
그렇다고
나 몰라 외면 할 수 없는 것이지
삶의 목표는
살아야 하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목백일홍의 충언)
김 익 택
당돌하게 묻지 마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맹인 3년
그러면 네가 얻을 수 있을 거야
그것이 뭣이던
네가 그 길로 갈 수 있는
머리로 번뜩 스쳐 지나가는 방법 하나
얻을 수 있다는 거지
그것 놓치지 않으려면
몸과 정신 팔팔하게 살아 있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과수원을 지나며
김 익 택
지난 봄에
무식하게 내리던
비바람은 기우였던가
불볕 더위에
영글은 과일이
비를 흠뻑 맞고 웃고 있다
8월의 기도
김 익 택
숨막히는 더위의 진실은 무엇일까
고생 고통의 의미 무엇일까
불볕 더위에 익는 과일
높은 습도에 자라는 벼
그들도 이 숨막히는 여름을 좋아할까
살기 위해서
순간순간이 아픔
살기 위해 삶을 사랑하고
살기 위해 알 수 없는 병 고통을 포용하고
살기 위해 살을 파먹는 벌레를 수용하고
살기 위해 공해 소음을 용해하고
가을은
그 결과의 진실 선물 아닐까
달성 하목정
달성 하목정(達城 霞鶩亭)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하산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건축물이다.
1995년 5월 12일 대구광역시의 유형문화재 제36호로 지정되었다.
개요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 낙포 이종문이 조선 선조 37년(1604)에 세운 정자이다.
‘하목정’이라는 정자의 이름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이곳에서 잠깐 머물렀던 인조(재위 1623∼1649)가 훗날 낙포의 첫째 아들인 이지영에게 직접 써준 것이다.
또한 일반 백성들의 주택에는 서까래 위에 덧서까래인 부연을 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지만,
인조가 명령하여 이 집에는 부연을 달았다고 한다.
앞면 4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다.
사랑채로 이용되었던 이 집은 전체적으로 T자형 구조로 되어있어서 처마곡선도 부채 모양의 곡선으로 처리되었다. 내부에는 김명석·남용익 등 많은 유명인들이 쓴 시가 액자가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