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사랑
김 익 택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
국화
제때 분 갈이하고
물 주고
적당한 햇빛바라기 하였어도
오래되지 않아
꽃 피우기 전에
말라 죽는 이유
이야기 나눌 친구가 없고
사랑하는 님이 없어
불안 우울
조울증에 걸려
시름 시름 앓다 죽었다는
꽃 집 사장
친구의 말
바람이 없어
오는 향기 맞이할 수도 없고
가진 향기 퍼뜨릴 수 없어
핀다고 해도 향기가 없단다
세찬 바람도 맞고
세찬 이슬도 맞고
모진 비바람도 맞아도
친구가 있고 사랑하는 님이 있으면
더 아름답게 피고
더 향기롭단다
반 백 년 넘게 살면서
해마다 가을 오면
미당님 시같이
그 향기 그 빛에
마음을 흠뻑 적셨던 그 꽃
좋아만 했지
완전 무지였구나
가끔 창을 열어 놓아도
감옥같이 답답했을 탠데
돌봐 준다는 것이
사랑한다는 것이
오히려 유리 벽 속에
꽁꽁 갇혀 놓은 꼴이 되었구나
그간 베란다에서
죽어간 많은 화초들
사랑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
배려하는 방식
이해하는 방식
모두 다 나를 위한 방식
너를 위한 사랑 아니었구나
죽음의 궁지를 몰아넣었구나
시름 시름 앓다 죽는
너를 보고
오히려 원망 했던 내가
한없이 미안하구나
사약 먹이고
죽어가는 모습 지켜보는
그것
다르지 않았구나
아
무지막지한 죄
어떡하면
용서가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