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속살

 

김 익 택

 

 

 

 

 

눈 맑은 아이

잠자는 숨소리같이

파도의 속살이 모래를 쓰다듬고 있다

보고 가라고

듣고 가라고

주름마다 빛나는 물결

쓰러지며 울고 웃는다

 

꽃으로 스러지고

소리로 쓰러진 그 뒤

남은 얘기는 상상으로 남겨두고

질문도 대답도 없이 저 홀로

바다로 떠난다

파도

김 익 택

 

순간에 피고

순간에 져서

더 아름다운 꽃이여

 

그대의 운명은

아마도 주체하지 못한

뜨거운 정열 때문일 것이다

 

그대의 온몸 사시사철

바위에 부딪쳐 피 멍이 들고

그 피 멍이 꽃으로 피어날 때

 

바위가 울고 바람이 울고

어머니가 울고 하늘이 울고

네 하얀 꽃잎 포말 되어 쓰러질 때

 

썩지 않는 그대의 눈물 꽃은

낮과 밤 갈봄여름겨울 가릴 것 없이

기약도 없이 피었다 지고

 

오늘은 내일을

내일은 또 내일을 피고 지는데

그대의 어머니 바다는 단 한번 아는 척 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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