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포 파도
김 익 택
밀려오고 밀려오는 당태종의 병사처럼
수만 마리 말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온다
수많은 말들의 말굽에 떨어지는 입김이 흩날린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뿌리치고 물리쳐도 끝없이 에워싸고
당당하게 서 있는 바위를 향해
목적은 있어도 후회 없는 임전무퇴 병사처럼
깨어지고 부숴져야 신성한 의무를 다한 것처럼
마파람소리에 일제히 일어서는 갈매기 떼들같이
파도의 순간
김 익 택
뒤에서는
어서 가자 밀고 또 밀고
거품을 입에 물고 돌아설 때까지
목적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는 채
죽는 줄도 덤벼드는 돌격대처럼
일평생 떠돌았던 시간 길어도 짧은 순간
안주 할 곳은 당신은
망망대해 떠돌이
웃어야 할 목적 없고
울어야 할 목적 없어
두려움도 없고 그리움도 없다
순간이 역사가 되고
순간이 미래가 되는
움직여야 사는 삶
저 파도는 그렇게
오늘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