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양지 가을 산책

 

김 익 택

 

 

 

가을 아침

위양지 한바퀴 20여분

환타스틱

소나무와 느티나무 사이

오솔길을 걷다 보면

어제 피곤한 몸

맑은 공기가 씻어주고

지난 밤에 어지러운 꿈

상쾌한 바람이 채워준다

호수위에

노니는 고니

완재정 검은 골기와를 덮은

이팦 단풍

산허리에 고개 내민

붉은 태양

호수가 무대인양

춤추는 물안개

위양지 산책 20분은

각본 없는 즉흥적인 한편의 드라마

산책하는 사람 너도나도

감독이 되고 주인공이 된다

낙엽이 삶들에게 말하다

 

김 익 택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않는 낙엽

울음소리가 가볍다

떠날 때는

미련은 가벼워야 한다는 것

태양이 가르쳐줬고

후회는 무거워야 한다는 것

바람에게 배운 뒤

이리저리 쏘다니는 풍경

눈 가지고 감정 가진 자에게

자연의 이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

보는 이 가슴에 스미는

삶의 끝이 쓸쓸하다

 

 

 

 

낙엽의 가르침

 

김 익 택

 

 

 

저 노란 은행잎

저 붉은 단풍잎

자세히 들여다보면

벌레가 갉아먹어

쓩 쑹 구멍이 뚫려 있고

빛과 바람에 닳고 닳아

찢어지거나 떨어져 나가고

어는 것 하나 온전한 잎 없다

아팠다 힘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노라면 노랄수록 붉으면 붉을 수록

참으면서 살았다는 것

사랑으로 살았다는 것

믿음으로 살았다는 것

내 눈의 정보가

내 가슴에 감정을 우려낸다

갈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떨어지듯

아쉬움도 그리움도

가지고 가는 것 아니고

두고 가는 것도 아니라

숨 멎는 순간 잊고 가는 것이네

다만 어설픈 감정을 가진 내가

아름답다 하고 쓸쓸하다 하고

아쉽다고 하고 그립다 할 뿐

 

 

가을의 길목

김 익 택

 

 

 

 

 

연못에 가을이 오고

계곡에 가을이 흘러가면

바람은

가을을 더 부추기고

비는

가을을 재촉한다

 

 

가을 아름다운 어느 날

 

김 익 택

 

 

 

 

 

 

 

파란 하늘에 흰구름 한 조각 베어 물고

도망가는 바람

그래도 배 부르지 않는가

붉은 단풍잎을 마구 흔들어 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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