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부르는 화포천
김 익 택
돌아가는 발길 돌려 새우는 건
사랑하는 님만 아니네
꿈에 본 환영 같이 발길을 붙잡는다
인력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자연이 연출하는 퍼포먼스는
대본 없으니 배우도 없고
음악도 없으니 소리도 없는데
카메라 셔트 소리만
퍼덕이는 새 날개 짓 소리같이 요란하다
그대 제발
김 익 택
어제는 비처럼 가고
오늘은 바람처럼 왔습니다
오늘 하루가 짧다고 느껴지는 것은
한 달이 지난 다음에 느껴지는 것이고
세월이 짧다고 느껴지는 것은
10년이 지난 다음에 느껴지는 것입니다
행복했던 시간은 짧게 느껴지는 것이고
불행했던 시간은 길게 느껴지는 것이 삶입니다
그대 제발 가지 말아요
이른 봄 연 초록 푸름으로 남아줘요
그대 생각에 가슴 적시는 일
그대 생각에 향기 느끼는 날
나 이제 눈물 젖는 일 끝내고 싶어요
나 이제 향수 젖는 일 끝내고 싶어요
가을이 묻다
김 익 택
이 가을의 선물을
놓치고 싶지 않아 손을 꼭 말아 쥐었다
가을 바람이 빠져나간 손바닥엔
땀이 촉촉하게 베어 있다
설렘 뒤에 아쉬움이 부끄러워 올려다 본다
하늘에 흰구름이 한데 뭉쳐 있어도 평화롭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나는
가을 속에서 있어도
아름다움은 포커스가 없고
소리는 언어를 찾지 못한다
태양이 묵묵히 내려다보고
바람이 온 몸을 휘감아 감정을 흔들었다
발은 움직여야 걷는 것이고
팔은 흔들어 빨리 가는 것이고
머리는 생각을 바꾸어야 회전이 되는 것이고
느껴야 가슴에 감성이 깨어난다고
빛이 좋은데
뭘 해
정신 빠져나간 사람처럼
호수 물안개
김 익 택
이 아침
어느 억울한 분
눈물이기에
앞이 안 보이도록 마음을 적시고도 모자라
발목을 붙잡습니까
아니면
어느 분의 고귀한 정성이기에
바람도 없고 빛도 없는
이 아침에
씻어주고 보듬어주는 것도 모자라
윤슬로 마른 목을 축여주는지
포용할 수 없고
베려 할 수 없는
희생 하는 것인지
경의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화포천의 철새는
김 익 택
남쪽으로 가는 나그네 새
북쪽에서 오는 나그네 새
평생 단골손님인데
서로 만남 없는 화포천은
언제 만남을 주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