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천 수양버들
김 익 택
노랗게 물든 버드나무 잎
하얗게 꽃을 피운 갈대를
포근하게 감싼 뽀얀 안개가
하얀 이불 끌어안고
잠자는 아이같이 평화롭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점점 높아지는 엄마의 목소리가
방안을 휘감듯
태양이 떠 오르자
넓은 늪지대를 품고 있는 안개가
요동을 친다
가을이 말하다
김 익 택
오셨던가요
기다릴께요
누가 나를
반기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가을은
사람 아니어도
빛과 바람이
밖으로 불러낸다
보라고
똑 바로 보라고
꽃피고 열매 맺는
삶의 아름다운 섭리를
가을은 하나님의 선물
김 익 택
노력하지 않아도
풍성한 맞이하는 가을이
미안하지 않느냐
묻지 않아도
양심이 고개를 숙이게 하네요
들판에 황금 벼
과수원의 붉은 과일 내 것 아니지만
하늘과 바람이 주인 없듯이
꽃과 향기는 주인 없지요
그릇된 생각
공짜 덤으로 사는 삶 같지만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행복한 것은 행복한 것이니까요
욕심이 탈진해도
가을은 하느님의 선물
삶 그것만으로
의미는 충분합니다
화포천에 첫서리 내리면
김 익 택
간 밤의 꿈이 한이 서렸던가
비 오지 않아도 온몸이 젖고
불지피지 않아도 뽀얀 입김
왜 그리도 차가운지
북녘의 꿈 날아드는 철새
그들만 날개 짓이 활기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