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당신의 이름은

 


김 익 택



 

 

한결같이 그립던 유년시절 

아닌

철들고 난 뒤

당신은 엄마 하고

간절하게 부르고 싶을 때가 언제였습니까?

중학교 때

아니면 고등학교 때

아니면 젊음이 아쉬운 늙었을 때

아니면 다시 없는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

아니면 어머니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

그래요 그렇습니다

어머니의 그리움을 무엇으로 

무게를 젤 수 있겠습니까

마음의 무게를 눈물로 젤 수 없을 테니까요

사랑이 무겁고 희망이 무거울 때는 또 어땠습니까

내가 자식을 낳아 키우며

내 자식이 불효를 일깨울 때

다시 없는 깨달음 은혜가 적막강산일 때

생전 따뜻한 밥 한 끼를 제사 상에 올릴 기회밖에 없을 때

그때 부르는 어머니는

 

목구멍에서 똥 구멍까지 죽죽 훑는 이름은 아니었는지요

 

 

 

 

 

 

 

 

 

 

 

 

부모 마음

 

김 익 택

 

 

 

 

 

산골 마을 밤이 오면

집집마다 새어 나오는 쑥부쟁이  불빛

두꺼비처럼 엉금엉금 기어 나오고

산 그림자 도적같이 불빛을 포위할 때

정적을 깨는

늙은 할배 기침 소리 밤은 깊어 갔지요

 

창호지를 타고 흐르는

마당의 불빛만큼 여리고 가엾은

할배의 기침 소리가

바람의 파고 따라 어둠에 묻히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 삶

잠자리마저 무거워집니다

 

끼니 굶는 것을 친구 삼아

수도승처럼 살아온 생활

삭은 나무같이 야윈 몸

눈물까지 말라도

잠들지 않는 한 자식 걱정

끼니는 굶지 않을까

 

제 몸 하나 힘겨운데

저 문 밖 어둠에 박은 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손자의 얼굴이

어둠 저편에 어른거렸다지요

 

 

 

 

 

 

 

 

 

 

 

 

어머니와 가마솥

 

김 익 택

 

 

 

 

 

 

새색시 울 엄마

늦은 봄 모내기 때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머리에 두른 흰 수건이 흠뻑 젖어

풋사과 얼굴에 줄줄 흘러 내렸다지요

 

새색시 울 엄마

열 일꾼 점심 준비 하려고

모 심다가 말고 집으로 돌아와

젖은 나무에 불 지피려고

가마솥 검은 아궁이에 입 바람을 부느라

고운 얼굴 온통 숯 검댕이 다 되었다지요

 

그래도 자꾸 꺼지는 불을

다시 지피려고 매운 연기에

눈물 콧물 빗물에 얼룩진 줄 모르고

밥을 짓고 수제비 국을 끓였다지요

 

지금은 전설 같은 얘기지만

불과 50년 전 일입니다

 

울 엄마 지금도

늦은 봄 비 내릴 때 하시는 말씀을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흐르는 세월에 숨길 수 없는

자꾸 더 도드라지는 주름살같이 

그때 추억이 깊습니다

 

 

 

 

 

 

 

 

 

 

울 엄마 -  1

 

 

김 익 택 

 

 

 

 

 

늙어서 잔주름 늘고

흰머리마저 다 빠져 쭈글쭈글 해도

제 자식 알아보는

온전한 정신으로 이었으면 좋겠다

 

왜 저리 늙었는지

왜 저리 정신이 혼미한지

외소 하고 초라한 모습 보고 있으면

 

마음고생 무관심

일조한 자식은

뒤 늦게

가슴 미어지도록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죄송해서 울고

불쌍해서 울고

불효해서 울었다

 

불효 자식 간절한 소망 하나

울 엄마 하늘나라 가실 때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울 엄마 -  2

 

김 익 택

 

 

 

 

 

 

깨끗하고 정갈했던

울 엄마

 

귀 어둡고

말 더듬고

허리 굽고

걸음걸이 어둔한

외소한 초라한 모습

보고 있으면

 

언제

저렇게 늙었을까

의문 뒤 불효

불효 뒤 죄책감에

끓어 오르는 속 울음을 삼키다

저도 몰래

속 상해서

엄마 왜 그래

짜증석인 말 하고 말았다

 

당신이야말로

일상에 불편한 일

몇 배로 더한 것은 당연지사

보기가

안타까워 내 뱉은 말

불효자식 표본은 아닐까

 

살면서 남에게

단 한번도

뼈에 사무치는 한

미치고 환장하도록

가슴 아픔일 하지 않았는데

결말이 왜 저럴까

울컥하는 눈물 가슴을 친다

 

울 엄마

늙음이

왜 그리 보기 싫은지

서러워서 아프고

 

불쌍해서 답답했다

 

 

 

 

 

 

 

 

엄마의 DNA

 

김 익 택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제일 먼저 찾는 엄마는

세상의 전부다

 

엄마 그 말 속엔

공포와 편안함

모두 해소해주는 구세주이다

 

그 아이

어른 되어 제 짝 찾으면

엄마는

그 사람의 후 순위

 

아이 낳고

엄마의 참 의미를 깨달으면

엄마는 삶의 모럴

 

엄마는

너무 구질 구질하게 산다고

엄마는

사서 고생한다고

구박 아닌 구박 하던 그도

 

나이 먹으면

옷 한 벌 밥 한 끼

사 먹는 것도

아끼고 아까워하는

저도 모르게 엄마를 닮은

구 시대

 

엄마는

엄마 정신 속에는

저 보다 자식을 생각하는

변치 않는

 

DNA 원형이 있다

 

 

 

 

 

 

 

 

 

 

 

울 엄마 보고 있으면

 

 

김 익 택

 

 

 

 

 

 

주름밖에 없는 얼굴 보고 있으면

당신 희 멀건 눈동자 보고 있으면

당신 푸석푸석한 백발 보고 있으면

당신 지팡이 짚어도 

불안한 걸음걸이 보고 있으면

 

못해 준 것 너무 많아서

해줄 것 많아도 능력이 없어서

미안해서 울고

안타까워 울고

불쌍해서 울고

내가 미워서 울었습니다

 

나는 왜 

그 물음 뒤에

떳떳하게 대답할 말 하나 없어서 

더 눈물이 났습니다

 

 

 

 

 

 

 

어머니의 소원

 

김 익 택 

 

 

 

 

 

아프지 말고

잠결에 세상 떠났으면

 

우리 엄마

정신 없어도

늘 하시는 말씀

 

우리 어머니

이제는

말하고 듣고

손자 손녀 얼굴 선뜻 알아

보지 못하신다

 

그래도

어머니는

삭정이 같은 다리

굽은 나무 같은 허리로

손자 손녀 챙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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