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누리 마루
김 익 택
동백섬 정상
고운 최치원 기념비
그 아래 누리마루
APEC 21개국 정상
한자리에 모여 회의하던 곳
가까이는 동해
멀리는 태평양을 관문 요충지
거북이 바다를 바라보는 그곳
광안리와 해운대 해안을 날개를 달고
아름드리 해송과 빛 고운 동백
해국이 바다를 맞이하는 곳
한민족의 정신 한민족의 정서
홍익인간 제세이화를 담은
누리마루는
아담해서 아름답고
근엄해서 장엄하다
낚 시 꾼
김 익 택
일초에 한번
깜박이는 커서가
채찍처럼
컴퓨터 하얀 자막이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머리 속이 빈 독일 때
채워야 하는 두려움
가슴이 텅 빈 바람구멍일 때
메워야 한다는 두려움
꺼꾸로 물을 퍼 담을 수 없는 우물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이 맑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하얀 구름이 여유롭게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습 평화롭다
곧장 쏟아질 것 같은 마음의 글
하늘의 호수처럼 발을 담을 수 없고
하루 종일 반짝이는 비늘 물결만 바로 보고 있는
낚시꾼이 나만 같습니다
어둠이 전하는 소리
김 익 택
저문 밤 홀로 걸어가면
어둠이 땅을 빌려 내는 소리가 있다
걷는 사람 성격에 따라 인격에 따라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들
그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보면 들리지
툭툭 차면 아프다는 소리
사뿐사뿐 걸으면
들리 듯 말 듯 고맙다는 소리를
유달리 발걸음이 가벼운 날은
내가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둠이 발바닥이 아프지 않게 등을 빌려준 것이지
그 옛날 소리는
수크렁 뺍쟁이 무성한 오솔길에
꽃신 발걸음 짚신 발걸음 소리
어쩌다 놀란 풀 여치 소리와
술 취한 사람 헛기침에 놀란 들새 어둠소리뿐
지금 도시는 어둠을 잃었고
어둠을 잃은 도시는 온 통 아프다는 소리뿐이다
수시로 차량의 바퀴에 찢기는 소리는
참을 고통마저 없는 처절하게 아픈 소리
하이힐 소리는
저린 발 쑤셔대듯 바늘 콕콕 찌르는 소리
둔탁한 남자 구두 발자국 소리는
상처 난 심장 짓밟는 소리
시멘트 포장도로와 유리 벽 건물에 부딪히고 찢긴 소리는
어둡지도 않고 밝지도 않는 도시 골목골목 누비며
잠 못 들게 하는 소리 소리들
수면에 시달리는 도시 건물은
높게 치솟아 어둠 가까이 밤하늘을 닿고 싶어 하지만
어둠을 잃은 소리는 땅이 비좁다고 물마루 타고 오르듯
단숨에 건물꼭대기까지 올라가 밤하늘을 보고 있다
바람 끝에 매달린 가을 하나
김 익 택
해 바뀐 돌담에 거미줄 하나
대롱 대롱 매달린
낙엽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바람 불면 팔랑개비처럼 돌고
멈추면 축 처진
한여름 소 불알처럼 달랑거린다
낙엽도 거미줄도 임자 없는 떠돌이
무슨 미련 있을까
빈 껍데기 붙잡고 시름하는 사이
가을은 겨울 속으로 재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지나온 과거는 누구에게나
한때의 청춘
나뭇잎은 햇빛도 뚫지 못한 푸르름이 있었고
거미줄은 잡으면 놓치지 않는 핏줄근성 있었다
모든 것을 두고 가는 가을의 끝자락
천하의 바람둥이 바람은
세세 거리며 겨울을 서두르고
거미줄은 죽어도 못 놓겠다는 듯
낙엽을 앙다물고
널 뛰는 바람에 낙엽이 악어처럼
배 뒤집기를 하고 있다
생각
김 익 택
구름 집에서
이슬 술을 마시고
소매 끝 휘날리는 신선 같이
천 년에 한번 들을까 말까
아깝고도 고운 소리
너와 내가
향유하는 시간
생각은
세상에서 제일 큰 선물을 받고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 되고
권력
명예를 한 손에
가질 수 없었다면
허공의 꿈
잠깐일지라도
하늘에서
비 바람을 조종하고
구름 거느리는 단군처럼
그렇게라도 가질 수 없었다면
미쳐도 벌써 미쳤을 것이고
죽어도 벌써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 맘 헤아리지 않는다
김 익 택
부도난 어음
승소 판결문을
불에 태워보지 않는 사람
사업 실패 아픔을 모르지
밤마다 채권자들 문전성시 이루고
전화벨 소리와 사람발자국 소리가
심장 쪼그라들게 하는 아픔 모르지
어두워도 문밖 출입이 두려운 아픔 모르지
눈과 귀 코와 입 잠깐 누렸던 호사가
순식간 혹독한 시련이 된다는 사실
내 한 사람의 청결이
내 한 사람의 진실이
나를 알고 너를 몰랐다면
해명도 변명도 정의가 될 수 없다는 사실
사회적의 책임을 벗어 날 수 없다는 사실
사회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실패 뒤
날마다 채찍 같은 시간
도덕이 사업을 수용 못한다는 사실
권력 따라 사업이 움직이고 사업 따라 돈이 움직이며
문전 성시를 이루던
그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잇속을 챙기는 이로운 사람들
외로운 사람 맘을 헤아리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