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엘시티 밤 해무
김 익 택
102층 고층 방마다 켜진 불이
별같이 아름다운데
마천루를 훑고 가는
밤 구름이
여름 밤을 즐기고 있다
저기는 누가 살까
희망 아니라 요원의 꿈이
나를 반추하는데
구름은 다시 한무리의 양때처럼
마천루 머리위로 노닐고 있다
엘시티의 연정
김 익 택
저기 구름속에 빌딩
촘촘하게 보석을 박아 놓은 듯
불빛이 별빛이다
하나같이 그 집이 그 집같은
그 집들은
뭇 사람들이 동경하는 집
나그네는 빤히 보이는
꿈 같은 그 집을 밤 깊은 줄 모르고
연민의 정을 담는다
파도의 경고
김 익 택
바다가 더위를 초대하고
파도가 젊음을 불렸다
즐기는 것도
추억을 쌓는 것도
즐기는 자의 몫
공유하고 나누는 행복은
무한대의 리필
누리는 권리만큼
안전사고 책임은 즐기는 자의 몫
즐거움과 행복이
추상명사이듯이
천둥 번개
김 익 택
하늘을 덮은
먹구름속에서
쏟아지는 비가
대지에 콩을 볶는다
용 오름인가
이무기의 퇴출인가
세상을 번쩍이는
천둥과 번개가
지축을 흔들고 있다
가슴에 비가 내리는 날
김 익 택
비가 내린다
대지에
허리 굽히지 않고 꼿꼿이
오염된 곳 부패한곳 가리지 않고
비가 내린다
내 가슴에
오만군상을 하고
슬플 때 시원하고 외로울 땐 촉촉하게
나는 어머니의 위선 불효자
김 익 택
우리 어머니 얼굴에 핀
저승꽃은
한번 피면 질 줄을 모릅니다
도드라진 핏줄뿐인
닭 발 같은 손등에도
번지기만 할 뿐 멈춤이 없습니다
맞나는 음식 입맛 없어 못 먹으시고
다리에 힘 없어 구경 마다 시고
온 종일 화투놀이
아니면 티브이 보는 일이 전부입니다
삼시 새끼 된장국에 밥 한 그릇
좁은 방이 삶이며 우주
그런 어머니를 나는
손 꼭 잡아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눈물 삼키며 후회합니다
두 손 꼭 잡으며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말 돈 드는 것 아니고
죽기보다 어려운 말 아닌데
외롭지 않게 말 동무가 되어
좀 더 많은 시간 좀 더 많은 얘기
나누지 못합니다
명색이 시를 쓰는 아들이
정작 내 어머니에겐
그 말 몇 번 했는지 기억 없습니다
경상도 아들 아니랍시고
글쟁이 아니랍시고
어머니 읽지 못하고
나만 아는 후회의 글을 쓰며
눈물을 삼킵니다
가슴에 뜨는 달
김 익 택
가슴에 뜨는 달은
동쪽도 없고 서쪽도 없다
아픈 사랑 두 눈물에 뜨고
외로워서 서러운 가슴에 뜬다
배고픈 밥 한 숟가락에
추책없이 뜨고
보여도 아득한 미래 꿈에도
전설같이 의심없이 뜬다
따뜻한 위로의 말에는
자격지심이 서러워서 뜨고
반가운 격려에 말에는
자신이 비참해서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