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잉어의 위용
김 익 택
연지의 백호인가
연지의 수렁인가
싸움도 먼저
먹이도 먼저
나 아니면 안하무인이다
위엄인가
존엄인가
그가 휘 젖고 다니면
물고기들은
조무래기 도망가기 바쁘다
그가 활보하면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도망가는 것을 보면
위험과 불안을
조성하는 것이 분명한데
그런데도 나그네는
눈을 떼지 못한다
자존심은 후회를 생각하지 않는다
김 익 택
내 마음의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자존심은
배를 촐촐 굶어도 살아있고
몸살에 펄펄 열이 나도 살아 있다
여느 때는
무시 멸시를 삼키지 못해
고개 치켜드는
뱀 대가리가 되어서
가시 돋친 순식간의 말
쏟아 붓는 너에게
쉬이 지울 수 없는
깊은 또 하나 상처
본의 아닌 우울이 되기도 하지
외로움 하나
김 익 택
불안초조가
잠 못 이루는 밤
나는
밤길 헤매는 산속같이
그 어둠 속에 내가
더 보이지 않도록
꼭꼭 숨고 싶다
돌아 앉은 희망과 꿈
벽돌을 쌓고
그리움으로 표류하는
나를
아무도 찾지 못하게
꼭꼭 숨고 싶다
그래서
삶도 천적같이
두렵고 의심스러운
정신을 보듬고 쓰다듬어
쉬게 하고 싶다
오늘 하루도 삶은
김 익 택
오늘 하루
병원 응급실에는
탄생과 사투를 하고
죽음과 사투를 한다
돌아서 올 수 없고
돌아서 갈 수 없는
피 할 수 없는
그 운명
누구나 겪었고
누군가 또 겪어야 할
삶
사람들은
오늘도 어제와 같이
슬픔과 아픔을
이기기 위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지난 여름은
김 익 택
그래
지난 그 무더운 여름은
고진감래라는 말 그냥 하는 말 아니었구나
들에도 산에도
땀에 익은 낱알의 구수한 향기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걸 보면
가을에 토실한 낳기 위한 진통이었구나
죽을 만큼 무덥고
죽을 만큼 가물고
죽을 만큼 목이 타던 지난 여름은
삶의 진통이었지 죽음의 강요가 아니었구나
희망을 믿고 살고자 했던 의지 실험이었구나
귀한 줄 알고 어려운 줄 알고
아낄 줄 알고 고마운 줄 알라는
삶의 교훈이었구나
삶의 굴곡 속에서
믿어 의심치 않는
삶의 진리의 탐구였구나
욕심 하나
김 익 택
글로 표현하지 못한
잊혀지지 않는 생각
빤히 눈으로 보고 있어도
사진으로 표현 못한 풍경
그것 안되면 기억하는 만큼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살아 있는 양심
김 익 택
내가 알 수 없고
알 수 있더라도 생각나지 않는
막연히 기다리다 잠드는 날은
아마도 오늘 하루 삶
마음에 차지 않고 아쉬운
그 무엇을 채우지 못한
책임과 의무가
양심을 일깨우는 것일 것이다
내일은 그러지 말라고
하는 일 꼼꼼히 챙기라고
버릇이 습관되면
돌이킬 수 없는 그 날
후회할 것이라고
근본과 양심이 살아있을 때
알려주는
경고 신호일 것이다
독백 또는 믿음
김 익 택
일을 하다가 잠을 자다가
길을 가다가 밥을 먹다가
뜬금없이 떠오르는 언어
문득문득 생각나는 풍경들이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구원의 손길은
문학밖에 없고 사진밖에 없나 보다
내 안에 죄책감
쓰고 찍다 보면 편안한 걸 보면
끝없이 일어나는 의문의 물결
그것 무한한 잠재력이라 생각하며
미처 못 따라가는 마음의
행간
미처 해동이 못 따라가는
순발력
아쉬움을 남기며
미래의 불행은
김 익 택
결혼할 때 생각하지 않는 이혼같이
미래의 죽음을 먼저 생각하지 말자
어제 하루는
오늘 하루의 얼굴
오늘 하루는
내일 하루의 마음
보듬고 다듬어야 할 삶일 뿐
일어나지 않는 불길한 일
걱정하는 삶
살지 말자
만약에 말이다
김 익 택
만약에 말이다
내 생애
감당하지 못할 행운이 온다면
불행으로 가는 첫걸음 일수도 있지
만약에 말이다
내 생애
감당하지 못할 불행이 온다면
그 끝이 행복의 시작이 될 수도 있지
산전수전 생명부지 겪은
노파 흘린 말속에
삶의 지혜가 녹아 있지
그런데
그 말 의미를
자신이 늙은 다음 아니면
그렇게 고귀한 줄 모르지
시간의 定理
김 익 택
지난 시절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움도 괴로움도
늙지 않는 추억되듯
자연은
미련이라는 말 모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매양
그대로 하루일 뿐
삶의 본능은
김 익 택
꽃이 핀다는 것은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이고
열매를 맺는 것은
종족을 번성하고 것이다
살아 있다는
살고 있다는 것은
나무도
동물도
사람도
마찬가지
매일 태양이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듯이
생각이 허공을 떠 다닐 때
김 익 택
아무리 돌을 던져도
바다 물고기는 죽지 않지
내가 나에게 상처를 주고
내가 나에게 실망하는 일
그만 하자
바람과 물이
늘 곁에 있어도
움켜쥐고 마음대로 할 수 있던가
눈길이 머무는 곳 마음만 두고
생각이 여물면 그때
몸이 실천하는 내가 되는 것을
나뭇잎을 보내는 나무마음
김 익 택
저 나무 빨간 잎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연초록 향수
진초록 젊음
회상하고 있을까
이제 지탱하려 해도
언재 나무가 손을 놓을 줄 모르는 백척간두
떠나려는 자와 보내려는 자의 그 사이
이별이 아니라 사별
그 슬픔이 나날이 붉은 빛을 만들었을까
아
그래 붙들고 있어봐야
메말라 죽어가는 모습보다
아름다울 때 떠나 보내는 법을
나무는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
이왕이면
머리 더 멀리 보내려고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
다양성의 구제
김 익 택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그랬지요
행동이 생각을 못 따라가는 것
사람들은
게으르다
겁이 많다
결단력이 없다
우유부단하다
용기가 없다
설득보다 질타를 했지요
한 사람의 생명이
나라를 구하는 의가 아니면
나약한 그들에게도
사회의 일원
사회에 적응하고
단련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먼 훗날
김 익 택
아직은 풋과일
해충 곤충
가뭄 장마에
몸과 마음 벼르고 닦아야 할 시간
내 삶
내 정신이
나를 이기는 날
바람 멎고
비 멎은
먼 훗날
그날 비로소
내 안의 슬픔 게워내어
햇빛에 말리어 먼지로 털어버리는
그 날
가슴 치는
한 줄의 시를
토해 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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