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재정의 일출
김 익 택
붉은 하늘
으뜸 자리
솟아 오른 태양이
간밤에 잘 잤느냐
아침 문안 인사 하듯
제일 먼저
완재정을 비추고 있다
나보다 너를 위한
선비
위민정신을
태양도 알고
안개도 알고
바람도 아는 듯
예를 갖추어
문안 인사를 하는 듯
구름 속 태양이
완재정 청마루를
붉게 비추고 있다
가을의 뒤안길
김 익 택
빨강 단풍
노란 은행
떨어지면서 하는 말
감사하다
고맙다
잊지 않으리라 하여도
돌아 갈 수 없는
한 줌 추억은
아쉬움의 뒤안길
기억하지 않고
기약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또
바람이 지나가고
그림자가 지나가고
사람이 지나가는
그곳은
누구나 손님
그리워할 장소가 될 뿐
그 누구도 주인 아니다
기다림의 미학
김 익 택
바람을 기다려 본 적 있습니까
구름을 기다려 본 적 있습니까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은 희망입니다
저기 골목에서
저기 쇼윈도어에서
커피 삽 문이 삐거덕 거릴 때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분명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누군가 나를 만나려 온다는 것은
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만나지 못해 더 그리워도
내일 희망이 있기에
오늘 아픔은
아름다운 기다림입니다
가을의 비밀 열쇠
김 익 택
가을은
걸어가는 사람에게
더 느리게 온다
하늘이 전하는
땅의 삶 이야기
바람이 전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솔직하게 들으려면
그에게
나를 맡기고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
용서 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앙금과
지독하게 찌든
편향된 삶
깨닫고 다스리는 방법은
가을 속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단풍이 해결 실마리를 얘기하고
바람이 화해의 방법을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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