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양지 완재정에서

 

김 익 택



 

 

소리없이

지켜보는

위양지의 산 그림자는

일하는 농부의 삿갓을 닮았다

 

산 허리를 감고 있는

흰 구름은

민초들 삶을 살피는

암행어사 두루마기 닮았다

 

그 옛날 완재정 선비가

풍악에 젖고 시를 외고

놀기 위해 지어 놓은 정자 아니다

 

보리 고개 턱밑에 피는

하얀 이팝나무처럼

배고픈 민초들 허기 채우려고

피땀으로 파놓은 눈물 통이다

 

님은 가고 남은 것은

아침 저녁 드리우는

완재정 그림자는

 

하루에 두 번

뒤 돌아보라는 뜻일 것이고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열심히 살라는 뜻일 게다










위양지의 거울

 


김 익 택



 

 

하늘이 만든 거울이 

여기 있었네

하늘을 닮으려는

완재정 선비 마음이 

여기 있었네

 

민초들을 위한 그의 마음

기리기리 알리듯

평생 

자기 얼굴을 볼 수 없는 나무들은

제 몸을 드러내고 웃고


구름은 그늘을 드리우고 

웃고 가고

시원한 바람은

물결 위에서 웃고

사람들은 하회탈같이

웃고 가네

 

그의 덕망

저 호수의 반영처럼

그의 이름

저 호수의 구름처럼


찾아오는

후세 사람들 가슴에

맑은 거울 하나를

맘에 심고 돌아가네









완재정 단풍



김 익택 

 

 

 

그대

어디서 오신

누구 신지요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고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매양 거기서

오는 사람

미소 지어 맞이하고

가는 사람

손 흔들어 반기는

그대는 뉘신지요

그대 속을

진정 모를 일이 외다 

애가 타고 속이 타야

비로소 아름답다며

사람들이 찾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대 심장은

가마솥인가 봅니다

 

웃고 떠들고

감탄하고

떠나는 보름

지나고 나면

잎 바람에 휘 날려

떨어진 뒤 남는 것은

그리움 뿐

대체 그대는

어디서 오신 뉘신지요

 



 



위양지의 가을 아침


 

김 익 택

 

 

 

눈 만 뜨면

배곯는

양민들의

젊은

꿈같이

 

이른 아침

피어 오르는

위양지의

물안개는


이 밥에 피는

하얀 김같이

탐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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