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지 새벽무대

 


김 익 택 

 

 

 

 

저기 고기 낚는 태공

나보기엔 사람 아니라 신선인데

그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무대도 없고 감독 없고 각본도 없고

조명도 없고 주연 조연도 없다

있다면

넓은 저수지에 발을 물 담그고 있는

나무들과 낚시 집


그리고

지천으로 피어나는

물안개와 노란 은행나무들

그들이 한데 어울려

사랑

만남

이별 이야기를 엮어낸다


장엄한 음악 없어도

가슴이 뭉클하고

비극 반전이 없어도

눈을 빨아들인다 


한 시간 동안 펼치는

자연의 대하 드라마

가슴에 녹아서 스며들어


누구는 일 년

누구는 십 년 기억되는

한편 영화 이야기

그 보다 위대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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