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문동 맥문동 소나무 숲길

 

김 익 택

 

 

이른 아침 밀양강 소나무 숲에는 땅의 신이

보라 빛 세상을 펼쳐 놓았다

 

낮게 살고 낮게 보고 낮게 생각하고

낮음의 미학을

위로보고 살다 지친 삶들에게

보기 편하게 보라 빛 세상을 펼쳐 놓았다

 

어미가 자식에게 젖을 물리듯

어미가 자식에게 손잡고 가르치듯

낮음의 철학을

걸어가는 발 아래 펼쳐 놓았다

 

두 발로 걷는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게

삼문동 솔밭 그늘에 그림처럼 펼쳐 놓았다

아버지와 소나무

 

김 익 택

 

 

그대는 내마음의 소나무 하나

눈보라에도 태풍에도 꺾이고 쓰러질 망정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 마음의 소나무 하나

내가 외로울 때나 아플 때나

나를 지켜주는 소나무 하나

하지만 나는 그대에게

사랑으로 이름으로 믿음의 이름으로

바람이 되고 비가 되어 투정을 부렸죠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내가 무슨 투정을 부리든 받아주었기에

삶의 아픔 없는 줄 알았죠

하얀 눈이 쌓여 가지가 부러질 때도

태풍 비바람에 가지가 부러지고 벼락을 맞아도

소나무처럼 곁에 있어 고마울 뿐

내마음같이 아파하고 괴롭지 않았죠

그대가 무너지면 다시 살 수 없는 삶 임에도

백년을 살고 천년을 살 것 같이

영원히 희망만 있는 줄 알았죠

소나무 그늘에서 시간의 역사를 배우고

소나무 그늘에서 삶의 고통을 느끼고

소나무 그늘에서 삶의 소통 의미를 새기고

소나무 그늘에서 참 사랑을 알게 될 때까지

그대에게 도 아픔이 있고 괴로움이 있고

눈물이 있음을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대가 떠난 뒤 내가 애비가 된 뒤 알았지요

 

맥문동 꽃 길에서

 

김 익 택

 

 

맥문동 보랏빛 꽃 속에 하얀 숙녀가 걸어간다

꿈속이었던가 내가 쫓아다니다 놓쳐버린 그녀가

천상의 길이었던가 내가 길 헤매다 잃어버린 길이

여기 거짓말이 같이 현실을 펼쳐 놓았다

아가씨가 다니고 노파가 다니고 강아지가 걸어간다

위장에 해결하지 못하고 축적된 지방을 해결하게 위해

보라색 꽃이 웃고 건장한 소나무가 산소를 내 뿜은

35cº 오르내리는 길을 숨을 헐떡거리며 걷고 있다

천상의 꽃구경이 아니다 천상의 꽃 길이 아니다

단지 건강하기 위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길일뿐

모두 온 몸 땀이 흠뻑 젖어도 앞만 보고 걷고 있다

 

맥문동 침묵시위

 

김 익 택

 

 

여름 아니면 나무 그늘은

나무와 풀들에게 죽음의 땅이다

태양을 볼 수 있었던가

땅에 영양분이 있었던가

죽음을 먹고 사는 푸른 이끼와

죽은 시체를 먹고 사는 버섯 포자뿐

그곳에서

맥문동 보라꽃이 활짝 피었다

튼튼한 꽃대 활짝 핀 꽃송이가

자유와 평화를 꼭 외쳐야 하는 가

그 의문을 되묻는 듯

침묵의 향기가 솔 밭에 가득하다

맥문동의 삶의 권리주장

 

김 익 택

 

 

하나보다 둘 둘 보다 셋이 좋은 것은

약한자들의 삶의 기본이고

꽃을 피우고 향기를 퍼뜨리는 것은

삶의 이목을 끌기 위한 방법인데

저 보라 꽃 맥문동의 소리 없는 행동이

그 삶의 진리를 일깨우고 있다

삶의 권리는

강한자와 약한자와 동일하다고

 

아이야 너는

 

김 익 택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세 살 박이 아이

네가 웃고 옹알이하는 동안

온 집안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안아 줘도 모자라고

뽀뽀해도 모자라는

너의 해맑은 웃음소리

어디서 왔으며

너의 티없은 맑은 미소

어디서 왔을까

이 땅의 천사가 있다면

죄 모르고 법 몰라도 웃고 살 수 있는

행복 바이러스

좋으면 웃고 아프면 우는

천진난만한 너는 눈 코 입 귀

어느 한 곳

사랑스럽지 않는 곳이 없다

 

맥문동과 숙녀

 

김 익 택

 

 

나비와 벌로 살기보다

꽃의 이름으로 살고 싶다는 그녀가

맥문동 꽃 길을 걸어간다

화창한 무더운 여름날

꽃은 더 없이 활기찼으나

나비와 벌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도

그녀 자신이 꽃이 되고 싶었던가

꽃보다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며

사진 담기 바빴다

꽃구경 온 못 남성들이

꽃은 보지 않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늘씬한 몸매 하얀 블라우스

긴 갈색 파마머리

빨간 리본이 달린 하얀모자

분명 그녀는 걸어 다니는 한송이 꽃이었고

한 마리 나비였다

어디선가 몰려든 카메라 셔트 소리가

벌 날갯짓 소리 만큼이나 바빴다

맥문동 솔밭

 

김 익 택

 

저 땅속 마음이 보라 빛일까

무덥고 칙칙한 더운 여름 날

더운 마음을 식히고

푸른 꿈을 잊지 말라고

보라 빛 맥문동꽃이

소나무 하얀 가슴을

보라 빛을 만들어 놓고

여인의 붉은 가슴을

보라 빛을 만들어 놓았다

푸른 솥 나무그늘 밑

보라 빛 꽃속에서 쉬었다 가고

새로운 마음 다져라고

올 곧게 피어 더위에 지친 삶들에게

조곤조곤 희망의 얘기를 하고 있다

소나무 아래에서

 

김 익 택

 

당신의 말 아무 들어주는 이 없을 땐

큰 소나무 아래에 누워 하늘을 보세요

바람이 소나무 잎과 소통하고

반짝이는 태양과 나누는 얘기 귀기울여 보세요

바다의 고래 울음소리

바다 새 울음소리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꿈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가슴이 뻥 뚫는 시원한 바람이 전해줄지도 모릅니다

계절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있듯이

모든 삶에게는 좋던 싫던 겪어야 하는

생활리듬이 있다고

바람이 하는 얘기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썩어가는 밑 둥을 보고 꺾어진 가지를 보고

솔잎은 갉아먹는 송충이를 보고

꼭대기에 집을 짓고 사는 까마귀를 보고

노래하는 매미를 보고

먹이를 찾아 기어다니는 매미를 보세요

원치 않고 예상치 못한 사고로 난 상처이며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

살을 파먹거나 해치는 삶 들 뿐이지요

그래도 천년을 살아 온건 내일 죽어도 믿음 하나

어느 것 하나 내 의지 내 운명대로 사는 것 없었지요

운명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았을 뿐이지요

그 다음은 하늘에 맡기고 사는 것이지요

오늘 하루의 삶이 미래에 행복이 될 수도 있고

그냥 하루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소나무의 흉터 그냥 아니 듯

소나무와 바람이 하는 소리 그냥 소리 아닙니다

내가 따라 들릴 수도 있고 안 들릴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부정적인 사람에게 부정적으로 들릴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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