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오르는 할머니

 

김 익 택

 

우리 어릴 때 6,70년대는

행복한 기억보다 불행한 기억이 더 많습니다

공장이 있었던가요

전기가 있었던가요

있다면 부잣집에 있는 라디오뿐

배고픔과 못 배움

그리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농사일은

너도 나도 마찬가지

두더지 옷도 아껴 입고

보리밥도 아껴 먹는 것었지요

있다면 콩 하나도 나누어 먹는 인정뿐었지요

못 살고 못 배워서 겪는 눈물 콧물 서러움을

함께할 수 나눌 수 있는 것도 친구뿐이었지요

사랑이라는 단어 몰라도 의리는 알았지요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새마을 노래는 가난을 탈피할 구세주였지요

집집마다 큰 아들이 공부하면 온 가족이 뒷바라지하고

똘똘한 동생 하나 공부시키기 위해

누나 형님이 의심없이 뒷바라지는 자랑이었지요

배움이 믿음이었고 희망이었지요

2022년 지금 선진국

그 시대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지금

부모를 공경하고 스승을 존경하고 나라를 지키는

효 사상 마지막 세대

가난이 무엇이며 고생이 무엇이며

정이 무엇이며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같은 이름의 항렬의 세대

전쟁의 아픔은 뼛속까지

자유평화 기쁨은 영혼까지 아는 세대

후진국의 선진국까지 발전이 무엇인지

몸소 겪은 세대

그 세대들의 손자 소녀들이

경제 과학 예술 세계의 문화주역이 되었습니다

그 할머니들이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네요

노을지는 언덕을 향해

여고 동창생 할머니들의 외출

 

김 익 택

 

너의 얼굴에서 너의 말 속에서

나의 늙음을 알고

어린 나를 발견하는

늙어도 늙지 않는 청춘

얼굴 주름만큼이나

눈물 나도록 그리운 옛 시절

너에게서 풋풋한 청춘을 찾는다

돌아갈 수 없어도

되돌릴 수 있는 추억을

너의 얼굴에서 너의 말 속에서

나의 발견은

잃어버린 청춘은 보석이 되어

가슴을 적신다

마음은 있어도 허락치 않은 몸

너를 만나면 힘이 나

눈물 나도록 그리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고고춤을 추고 디스코춤를 추고 싶은가

손 짓 몸짓이 허공에서 자유롭다

 

사랑은 애태움의 결정체

 

김 익 택

 

 

선택할 수 있어도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랑

간택일지라도

간절한 바람은 고통이었고 행복이었다

미안함과 불안함을 감수하고 한 고백은

기다리는 동안 초조함의 극대치

하지 말 걸 그랬어

나를 우습게 생각 했을 거야

소문을 퍼뜨리면 어쩌지

내 행위가 예의에 벗어 난 것인지

그의 행위가 예의를 벗어난 것인지

일어나지도 않는 일을

미리 가슴 앓이를 했지요

돌아보면 성장의 과정 일뿐인데

그때는 삶의 전부였지요

사랑은

순수가 이성의 아픔을 알아가는

애태움의 결정체이었지요

 

시골 봄 풍경

 

김 익 택

 

 

논두렁에 엉겅퀴가 나비를 부르는 날

무논에 초록이 춤을 추었다

짝을 찾던 참 개구리 떠난 자리에

바글바글하던 올챙이들은

철새들에게 하루아침 만찬이 되었고

언제 갈아엎을지 모르는 무논의

독새풀이 빙그레 웃었다

농부는 찰랑대는 무논의 물을 보고

배가 불렸고

어둠 밤 스치는 봄 바람은

부드러웠고 향기로웠다

윤슬의 생명사랑

 

김 익 택

 

 

풀잎에 맺힌 윤슬의 반가움을 맞이하려면

바람이 잠자는 이른 새벽 숲으로 가야 합니다

붉은 햇살이 숲 속을 비추고

새소리가 숲을 깨우면

윤슬은 겉과 속의 같은 진실의 눈으로

세상을 밝힙니다

조용히 해야 볼 수 있고

조심해야 볼 수 있는 영롱한 눈은

바람의 입김도 허용치 않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목마른 삶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생명이 됩니다

생명을 주는 것 있어도 받는 것 없이

사랑은 주어도 흔적없이

마침내 윤슬은 목마른 삶의 생명수가 되기 위해

강으로 흘러갑니다

 

 

 

 

 

돈의 단상

 

김 익 택

 

돈은 삶과 죽음을 구별하지 않지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의식주 해결 그 뒤

삶과 사랑

양심과 진실까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와

편하게 죽을 수 없는 권리까지

관장하는 삶의 총아이지요

잘 살기위해 행복을 위해서라면

천연 윤리까지 눈 멀게 하는

삶의 정의와 치명적인 죄악도 가지고 있는

양날의 검이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얘기 만큼이나 많은

돈에 지배되고 노예가 되었던 얘기는

행복보다 불행이 더 많은

삶의 윤리잣대가 되었지요

그래도 세상 삶들은 횃불에 날아드는

부나비 삶을 살고 있는 걸 보면

권력과 부와 사랑은

사람이 존재하는 한 영원불멸

하늘과 물과 땅같이

 

 

늙음의 단상

 

김 익 택

 

앞만 보고 달려온 삶

내가 모르는 늙음이라는 선물을 주었습니다

침침한 눈 떨어지는 기억력

관절염 당뇨 고혈압의 압박이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제 쉬라는

격려인지 경고인이지

돌아보는 과거도 짧고

바라보는 미래도 짧습니다

묻지 않아도 아는 남은 삶은

바람이 무게로 알리고

베풀지 않아도 고마움울 아는 삶은

햇볕이 따스하게 알립니다

남어지 건강은

스스로 알아서 준비 하라는 듯

치아가 먹는 것을 불편해하고

항문이 배출을 불편 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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