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도 떨어지고 나면
김 익 택
바람 불지 않으면 갈 수도 없고
침수할 수도 없어 의지를 잃은
떨어진 하얀 꽃잎이 호수위에
눈처럼 하얗게 덮었다
올챙이 시절을 잊은
꽃의 미학을 칭찬하던 삶들은
눈길은커녕 쓰레기 취급이다
의무는 임무를 다해도 토사구팽같이
넓은 호수위에서 의지를 잃은 채
떠돌고 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물결이 치면 대로
정신 불구자
김 익 택
뇌가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슴은
용기인가요 정신 불구인가요
아니면 불멸의 정의인가요
삶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삶들에게
배움이 모름을 지배하고
사랑의 진실을 호도한다
부가 빈을 이용하고
명예를 무기삼아 권력을 휘둘러
힘없고 죄 없는 삶들에게
고통을 가중하는 그들은
오늘도 태양은 떠오르고 바람은 불 듯이
떳떳한데
나만 불안 해 하고 있다
완재정 찔레꽃과 붓꽃
김 익 택
누나 등에 매달려 칭얼대는 허긴 아이
고개 늘어뜨린 모습같이
이팝꽃이 호수를 향해
가지가 부러질 듯 낭창낭창하다
많아서 주목받고
풍성해서 꼭 아름다운 것 아닌데
꽃을 피워도 관심 받지 못하고
향기를 퍼뜨려도 사랑받지 못하는
하얀 찔레꽃이
이팝꽃의 위력에 묻혀 수줍어 하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노란 붓꽃은
관심을 포기한듯 호수에 비친
제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다
결코 충분치 않는 사랑
김 익 택
사랑 결코 쉽지 않는 고뇌를 던져 주네요
좋아하는 것은 나의 의지이지만
그대 맘은 내 의지 아니지요
그대가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매력 없어
동의와 허락은 그대의 몫
나는 기다릴 뿐입니다
이런 경우를 사람들은 짝사랑이라고 하고
김치국물 마신다고 하더군요
글쎄요 사랑의 포기가 내 의지대로 되 던가요
노력은 해 봐야지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죽음 그 보다 믿었지요
생각이 절실 해
바람이 텔레파시가 되어
그대 꿈속에 나타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정성이 지극해
언제 어디서 우연이 인연이 되어
이심전심의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을지도
고뇌라는 말은
탈출구를 말을 잔재하는 말 아닐까요
고뇌를 사랑하고 아픔을 포용하면
남은 것은 사랑뿐임을 믿습니다
그때까지 내가 할 일은
나를 위한 그대를 위해 노력할 뿐
다른 탈출구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어 두문불출
김 익 택
뇌가 없을 땐 가슴이 있고
입이 없을 땐 손이 있어
삶과 사랑의 얘기를 쓰곤 했는데
오늘은
생각이 있어도 생각이 없다
문이 없어도 문이 있고
열려 있어도 닫혀 있다
길이 없어도 갈이 있고
열려 있어도 막혀 있다
자유로워도 자유롭지 않다
누가 어떻게 아무도 아무것도
재제하지 않아도
무엇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없고 해결책이 없다
종교 허울을 쓰고
김 익 택
차량소리 쉬임 없는 도심에서
하나님 말씀을 위장한
소리 꾼들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며
도시를 점령하고
맑은 물소리 끊임없는 산속에서
석가님 설법을 위장한
삶의 진리를 외치며
신록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