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그대는
김 익 택
나에게 그대는 꽃 속에 향기
조심 또 조심해도 만지면 떨어질까
햇살속에 영롱한 이슬방울입니다
마음으로 담을 수 없고 사랑으로 포용할 수 없는
나만의 비밀 보석상자입니다
듣고 들어도 아쉬운 이름 있다면
그건 또한 바로 그대입니다
귀 멀고 눈 멀고 입 다물어도
기억하고 사랑하는
전설로 피고 신화로 피는 한송이 꽃입니다
한번 흩트리면 맞출 수 없는
퍼즐같은 세상의 길라잡이입니다
시공간 초월해 가슴에 피고 지는
소설속에 살고 영화속의 이야기같이
사랑의 이름으로 살고 희망으로 사는 믿음입니다
나에게 그대는
하얀 종이가 얼룩이 져도
끝 맺지 못한 편지의 주인공입니다
마음으로 부르고 사랑으로 울어도
못다 쓴 한 편의 시입니다
좋아하고 사랑해도 늘 모자라는
존경으로 살고 그리움으로 사는 그리움입니다
2022년12월 30일
12월의 첫 추위
김 익 택
태양이 거둬가지 못한 삶의 잔해를 바람이 레이저를 쏘았다
늦게 핀 국화의 발버둥에 침 없는 등애가 꽃샘을 드나들었다
시기를 놓쳐버린 12월의 질타에 사람들이 옷깃을 세웠다
이유도 모르는 채 휩쓸려 다니는 쓰레기가 울고
양지쪽 화단 사이에 가래를 뒤집어쓴 담배꽁초가 지나가는
사람들 눈치를 보고 있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국화가
향기를 피워도 알아주지 않자 고개를 떨구었다
마지막 완벽한 의무를 실행하듯 바람이 아파트 문을 마구 두드렸다
돌아보는 12월
김 익 택
앙상한 가로수 나목은 사랑의 이름으로
전기줄을 옴 몸에 휘감고 나이트 쇼를 한다
굳어버린 찬 비빔밥같이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이 아쉬운지 알면서도
사과하지 못한 갈등이
계절을 앞세우고 온 찬바람이
지난해 달력을 지운다
흔적 없어도 가시가 되는 지난날은
양심을 비우지 못하고
돌보지 않아도 잊지 않고
생각나는 아픔은 낯짝이 선명하다
늘 곁에 있어 행복한 효자손 같이
기억해야 할 양심은 오래전 외출 중
잊지 말아야 할 좋은 그리움을 잊고
잊어야 할 기억들은 어제같이 또렷하다
하지 못한 말
김 익 택
내마음의 풍금소리는
어제도 오늘도
아득한 그리움
다정다감해서 그립고
포근해서 더 아프다
변치 않는 열정은
빨대 꽂은 팥빙수
내마음의 사랑 밭에는
머저리만 살고
자괴감만 자란다
가슴에 새긴 말
하늘에 묻어두고
온 종일
은유와 비유를 오고 가다
기회를 놓쳐버린
늘 그리운 아쉬움이
화사한 그림속의 봄 풍경이 되었다
2022년12월 크리스마스 저녁 뉴스
김 익 택
12월 영하의 날씨에 개울가 땅은 서릿발에 일어서고
여울목에 도톰하게 언 얼음은 수양버들 가지를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아파트 주방에는 고등어 꿉는
냄새가 탈출하지 못하고 천정에 스며들었다
훤히 보여도 소통하지 못하는 유리창의 안과 밖과 달리
TV 뉴스는 수천킬로미터 밖 지구가 앓는 소식을 알렸다
눈이 내리고 홍수가 쏟아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차는 모습들이
영화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연중내내
정치 싸움에 정신이 없다
타협은 예술이다 그러면 싸움은 사랑인가
합의는 과학이다 그러면 야합은 정의인가
자기모순 빠진 사람들은
연탄이 숯을 숯이 연탄을 나무라고 있다
스마트폰 그 편리함과 잃어버린 진실
김 익 택
나에게는 너는 더 없는 친구이며 하수인이다
고통은 있어도 즐거움은 없었습니까
되지도 않는 말도 대답하고 못났어도 나무라지 않는다
아는 것이 힘이다
시간과 재미를 무궁무진하게 보유한 보물창고다
대백과사전 보다 더 많은 지식창고다
너는 나날이 발전하는 사이에도
나는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
하루 24시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의심없이 걱정없이
노예가 노예를 만든 결과
죽음까지 갖고 갈 전쟁터에서
나를 알려주는 군번과 주민번호를 기억해도
너를 잊어버리면
디지털 세계에 살아도
정보가 단절된 암흑의 세계
사랑하는 사람 부모 자식 전화번호도
모두 잊어버렸다 아니 잃어버렸다
눈보라
김 익 택
숨을 쉴 수 없이 몰아치는 위력 앞에
삶이란 삶 모두
숨통을 끊을 것 같이 무자비하다
그에게 자비란
길 없는 길
출구가 따로 없었고 규칙이 따로 없다
자유는 무질서에 찾고
평화는 무자비가 교육이다
생전 경험하지 못한 위엄한 경고는
따뜻한 심장소리와 조용한 맥박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자비함에 살아 남는 것은
대항이 아니라 회피
기다려야 하고 참아야 한다
기록은 살아 남은자의 몫이다
인내와 고통이 귀감이 될 때까지
기쁨이 슬픔이 될 수 있음을
경험을 통해 배우고 대비해야 한다
글 못 쓰는 12월 삼경
김 익 택
하얀 워드프로세스를 켜 놓고
생각과 시간과 싸우는 삼경
채우는 것 없어도 남아 있는 찌꺼기를
탈탈 털어 쥐 꼬리 잡으려고 쥐어짜도
두서없이 어른거리는 검은 영상에
어지러움만 가득하다
나를 보고 직시하는 백열등
이제 그만 보라는 듯 눈동자가 시리다
멍하니 정신없이 바라보는
워드프로세스 빈 공간에서
이제는 지겹다고 커서가 눈을 깜박거린다
눈치 없는 배 꼬르륵거리고
문을 꼭꼭 닫아도 어디서 들어왔는 지 찬바람이
책상 밑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삶의 역할
김 익 택
보이지 않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생각이 집을 떠났다
바람이 삶의 소통이 되고 비가 에너지가 되는 건
나무만이 아니었다
닭이 아침을 알리고 개가 도둑을 가려내고
소가 농사를 짓는 것은 삶의 제 역할
돼지가 맛있는 삼겹살을 제공한다는 것은
영양분 보충뿐 아니라
삶의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는 사실
이세상의 그 어떤 삶도
사랑의 이름으로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이 없다
보이지 않는 곳 에너지가
세상에 가득한 것도
낮과 밤 그 사이에 별이 알고 달이 아는
삶과 죽음은 내가 아는 정보다 많음을
내가 모르고 있을 뿐
돼지와 꾀꼬리 소리는 달라도
사랑 찾는 본능의 소리는 간절하고 절실하다
집을 떠난 소리의 진실이 바로잡는 일은
해후소에 모두 버리는 일
자존심과 권력은 버려야 가질 수 있고
무시해야 찾을 수 있다
삶의 역할의 공통점은 공평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태양의 사신 바람처럼
2022년 한해를 돌아보며
김 익 택
올 한 해 남을 무시하는
눈보다 빠른 행동과
생각보다 입바른 말을
몇 바가지를 했을까
바람 불고 비 오고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동안
더워서 못살겠다
추워서 못살겠다
나도 몰래 쏟아낸
불평불만 몇 가마가 될까
모르면서 아는 채
알고도 모르는 척
보고서도 못 본채
몇 섬이 될까
한겨울 어두운 밤
검은 양심 일깨우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빛으로 묻고
캐롤노래 향기로 묻고 있다
사진 속의 어머니를 보며
김 익 택
표현이라는 것 마음이라는 것
드러내 놓지 말고 품고 살라는 듯
사진 속의 내 어머니는 웃어도 어색하다
즐거움과 아름다운 미소는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잃어 버렸는가
환한 미소는 감추고 걱정 반 미더움 반이다
그래서일까
칭찬은 인색했고 자랑보다 걱정이 많았다
부모로서 못해 준 자식의 꿈
앞을 가로막지 않았을까
용기를 잃을까 자신감을 잃을까
죄 지은 듯 미안해 했다
2022년 12월 겨울나기
김 익 택
꽃향기를 피우던 가을이 쫓겨난 뒤
세상의 인심은 싸늘했다
바람 손길이 닿는 곳에
서리꽃이 피었고
바람이 입맞춤 하는 곳에
얼음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손을 잡을까
기습적인 입맞춤을 할까
마스크를 써고 다녔다
낯선 것의 냉대는 확실했다
길을 묻거나 물건을 쌀 때도
서로 눈치를 봤다
마스크를 써지 않으면 불신의 대상
출입 제한 거리 격리
밥을 먹을 때는 마스크를 벗었지만
꽃향기를 맡을 때도 벗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도둑의 위력은
보이지 않는 실체를 더 의심을 했다
잘못을 가릴 필요도 없이
눈에 보이는 사람과
날아다니는 새
떨어진 꽃향기와 낙엽까지
사람의 흔적 닿은 곳마다
사랑이라는 말은 구제하는 말
진실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삶의 정체 행위에 오염이 될까
정과 믿음까지 의심했다
너도 살고 나도 살기위해
나도 모르게 내가 감염되었지도 모르니
너는 감염되지 말라고
#6,70년대 이 땅의 부모님은
김 익 택
목에 걸린 밥이 울음을 끌어 올리는 시절이 있었지
가난의 소진은 입구는 있었지만 출구는 없었지
삶이 정신적 극복을 요구했지만 배고픔의 수위는
앞뒤를 가리지 않는 무법자
삶의 정당성은 존재여부 앞에는 무용지물
정의와 진실 설득은 부족했지
눈물이 보석이 되고 앙심이 명예가 되기까지 각오만 있을 뿐
자존심은 지저분한 허울이었지
돈이 있는 곳이라면 돈을 가질 수 있다면
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지
자식 농사만 잘 지을 수 있다면 몸뚱아리 담보로
고난은 친구 노동은 사랑
믿음은 희망 희생은 행복
각오는 이성을 잃어야 이상이 보이는 세상에 생명을 걸었지
한마음 한 뜻으로
악마의 유혹을 마시며
김 익 택
사랑을 알고부터 외로움을 알고부터
악마의 유혹은 삶들의 간이 휴식처
그대 미소와 향기는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마셨는지 먹었는지 모르는
아름다움에 호응하는 사랑 조율의 극대치
그대가 하는 얘기 내가 듣는 얘기는
순간일지라도
평생 가슴에 새겨도 모자라는
기억을 상실하고
삶이 멈추는 그 시간까지
향기를 잃지 않는 언어
아주 오래 전 짧은
지상의 인연이 끝 날때까지
악마의 유혹 시간은
흔적 없고 증인이 없어도
기억으로 살고 추억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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