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안에 시를 묻다

 

 

김 익 택

 

 

날마다 먹는 삼시새끼

소화되고 곰 삭아서 나오는 똥

먹는 것에 삼분의 일 

찌꺼기는 지독한 냄새 뿐

 

나는 내 안의 삶처럼

저렇게 지독하고 알뜰하게 살았더냐

빨래를 쥐어 짜듯 한약을 쥐어 짜듯

남은 것은 버릴 수밖에 없는 오물

내 밖의 인생도 저처럼 치열하게 살았더냐

 

물방울이 바위를 뚫고

바람이 바위를 관통하고

정신이 물체를 움직이는

이데아를 언제 꽤 뚫어 보겠느냐

 

내가 터득한 지식 지혜

역행 순리 모순을

수용하고 용해하고 융합해서

해체 상징 실험 관념 참여 서정을

내 안의 술통 삭이고 삭여

발효된 글 하나 

언제 조탁해 보겠느냐

 

내 안의 먹통 갈고 갈아

백지에 먹물이 

학이 되고 군자 되는

글을 언제 써 보겠느냐

 

죽음 전까지 사는 동안

보고 듣고 배우고 익히고

읽고 느끼고 그래서 얻은 

혜안 하나 

바람 같은 시 한편

눈물 같은 시 한편

소름 돋는 시 한편 

언제 득 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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