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가을을 압니다
김 익 택
가여운 이슬에 떨고 있는
단풍잎은
이슬이 서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습니다
구름이 하얗고
하늘이 더욱 파랄 수록
붉음은 푸름을 되돌릴 수 없듯이
붉어서 아름다운 것은
가을 하루가 너무 아까워
속이 타버렸기 때문입니다
만물이 잠자는
까만 밤에도
붉음은 더 붉게 물듭니다
생각이 꿈을 만들고
상상이 기와집 수백 채를 지어도
붉음은 더 붉어질 뿐 푸르지 않습니다
그 이유
단풍은
땅에 떨어져야
새로운 푸름이 시작 된다는
순리를
너무 잘 알고 있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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