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몰라요
김 익 택
그대는 몰라요
어두운 밤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예전에는 달 밝은 밤을 좋아했고
별이 빛나는 밤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혼자 하는 생각은
마냥 부풀어 오르다 터져버린 고무 풍선
찢어진 고무 조각만 가슴에 남았죠
그래도 그대 생각나면
터진 봇물처럼 막을 수 없어
홀로 길을 나서면
보이는 것 마다 외로움 뿐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죠
나 혼자 소통하고
나 혼자 위로하고
나 혼자 외로워 하는 시간은
북풍 찬 바람을 맞고 서 있는
외로 떨어진 산 등성이 소나무 한 거루였죠
친구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부모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달 밝은 밤은 아파서 싫고
별이 빛나는 밤은 꿈이 아득해서 싫었지요
꽃이 피어도 눈 보라가 몰아쳐도
그대 생각은 매일 아픈 자극이었죠
그대 그리움은 들어내면 낼수록 무거워서
오래도록 기억 없이 깊은 잠을 자고 싶었지요
아무 생각 없이
어머니 몸 속에서
10개월 동안 먹고 자랐듯이
그대 얼굴 볼 수 없고
내 얼굴 내가 볼 수 없는
어둡고 깊숙한 밤을 좋아하게 되었죠
그대는 몰라요
깊은 울음을 울 수 있는 것도
슬픈 나를 감출 수 있는 것도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둠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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