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산성의 살신성인
김익택
내 안의 너의 생명을 보호한 죄
시 공간을 떠다니는
세월 속에 숨은 얘기를
누가 한번 귀담아 들어 보았던가
담쟁이 넝쿨이 삶의 터전을 삶고
검은 이끼가 집을 짓고
나무가 돌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리는 세월 이천 년
빛에 부셔지고 바람에 깎이고
비에 닳아버린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을
그도 마찬가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불 화살 조총 방패막이가 되어
단 한번도 너를 위해 살아도
나를 위해 살아 본 적 없다



분산성의 나라의 절대적 가치
김익택
민족의 젖줄 그 마지막
김해평야 분산 꼭대기
한 마리 용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분산성은
안으로는 나라 초병으로
밖으로는 태평양 첨병으로
나라의 안녕과
세계의 번영을 지향하는
가야인의 영혼이
숨을 쉬는 산성이다
분성산 노을 질 때
김익택
저 노을이
감정을 가졌던가
내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내 그림자가
그림을 그린다
저 태양이
감정을 가졌던가
구름이
어코스틱 기타 치고
바람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분산성을 걸으며
김익택
온 몸에 땀방울로
흠뻑 젖은 양민 농민 천민
어깨에 장대 걸고
젖 먹은 힘 죽을 힘 다해
영차 영차
돌 나르고 돌을 쌓은 그들
오래 전 가고 없지만
여기 어딘가
바람의 소리로 빛의 음영으로
보고 있을 것 같아
편안히 걸어가는
내 어깨 위에 태양이 무겁다



분산성 봉수대 앉아
김익택
구백리 낙동강이
몸을 푸는 그곳
동해의 태양이
분산성 봉수대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있다



분산성의 가을 노을
김익택
찾아 준 고마움의 인사인가
신선한 바람의 초대가 오히려 고맙다
태양은 마지막 인사를
구름에게 전하려 하는가
흰구름이 붉게 변하고
검은 구름사이 붉은 햇살이
대지를 비추었다
죽음으로써 삶을 유지한
높은 성벽은 조용히 저녁을 맞이했다
아는지 모르는지
그 성벽에 앉은 연인들은
노을을 만끽하고
태양은 서쪽 하늘을 더 붉게 물들였고
시원한 바람이 성벽을 훑고 지나갔다
태양이 서산에 빠져버린 뒤에도
사람들은 성벽을 떠날 줄 몰랐고
붉은 노을이 구름을 뒤집어 놓았다
오늘이 마지막같이
찬란하게



가끔 의심하는 삶
김익택
무시할 수 없는 삶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도
무시하는 삶
돌아갈 수 없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고집하는 사람
내 생각에 나는 그런 사람 아닌데
내가 그런 사람일까
쉽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외면하고
사서 고생을 하는 사람 내가 그럴까
의중에 있는 말을 해도
떠 벌리지는 않고
내가 나의 착한 마음을 숨기고 살고
남을 해코지하지 않고 살아도
잘못이 있는 삶일까
도전 아닌 도전을 하고
안전 아닌 안전을 믿고 살고 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