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위양지의 풍경

김익택

 

 

겨울 남쪽 사람들은

비가 와서 날 좋은 날 없고

바람 불어서 좋은 날 없어도

눈 내리면 좋은 날이다

 

그러므로 눈 덮인 위양지는

봄 보다 평화롭고 가을보다 아늑하다

 

얼굴을 보이지 않는 삶들은

깊이 잠들어 숨을 쉬는 것 같다

 

얼굴을 들어낸 키 작은 삶들은

세배하려는 아이 같고

키가 큰 삶들은 새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읍 하려는 선비 같다

삶이 위대한 이유

김익택

 

 

처음이 설레고 두려운 것은 어느 삶이나 같습니다

얼음을 품은 바람이 봄 꽃을 피우지요

세상은 선구자를 그냥 보고 있지 않습니다

 

얼음이 얼 때 보다 녹을 때 더 차갑듯이

일찍 피는 꽃이 더 향기롭습니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

용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이지요

 

존재한다는 것은 세상의 삶은 어느 것 하나

실험에 통과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귀중하지 않는 것이 없는 이유입니다

깊고 슬픈 여운의 노래 석별의 정

김익택

 

 

세상의 반가운 작별이 있고

아름다운 고별이 있었던가

숭고함이 가슴에 별이 되기까지

아무리 눈동자가 맑아도

꽃의 미학은

아름다움을 뛰어넘어도

정신적인 존경까지

회복하기 어려운 일

귀속을 후벼 파

가슴을 울리는 깊은 소리는

양심을 회복하는 눈물

아름다움을 뛰어 넘은 그 이상의 소리다

쉿 조용히

김익택

 

 

쉿 조용히 쌓인 눈이 놀랍니다

 

시끄러운 평화 없고

혼잡한 질서는 없는 것이지요

 

눈으로 아껴 주시고

마음으로 사랑해주세요

 

도움은 알게 모르게

사랑은 엄밀히 그것 몰라요

 

쉿 조용히 잠자는 바람이 놀랍니다

당신을 찾으려 떠나는 여행

김익택

 

 

내가 찾던 당신은 멀리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길은 있어도 어디 있는 줄 몰라

꿈에서 찾기도 하고 상상에서 찾기도 했죠

밤마다 어둠속에서 그려보는 당신 모습은

이 땅에서 찾을지라도 하늘에서 온 사람

만남 없어 헤어짐도 없는 사랑 찾는 집시

당신을 만날 생각하면 솟아나는 엔도르핀은

황홀했지만 슬펐고 행복했지만 외로웠지요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이렇게 말을 하죠

성격이 맑아서 좋고 성격이 밝아서 좋다고

실재로 나에게 사랑은 밤낮없이 찾아다녀도

만나지 못한 전설이거나 소설속의 이야기

당신을 찾기 위해 간절히 기도를 하지요

어디가면 만날 수 있으며 그때가 언제인지

자유가 무너지고 나면

김익택

 

 

살면서 생각지도 행운은 바라지도 않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아니기를

노력으로 이루어 진 성공일지라도

감사해야 할 일

보통상식이 정치에 지배당하고 나면

한쪽 눈과 귀와 눈이 실명하고

한쪽 팔과 다리가 없어져 정치에 기대어 살 수밖에

삶을 달라는 말은 의지하며 살아야 하거나

비굴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평생을

 

추운 겨울 한가운데에서 서서

김익택

 

 

평생 고민 없고 고통 없는 삶 없듯

자연이 준 시험과 실험에도

무사히 통과한 불굴의 의지에 대한 선물은

평생 행복하고 즐거운 삶 없습니다

 

꾸불꾸불한 소나무의 잎 더 푸르고

말라비틀어진 매화나무에 핀 꽃이

신선한 감동과 희망을 주는 것은

삶의 책임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이다

시 한편의 소망

김익택

 

 

내가 쓰는 한편의 시가

단어 하나하나에

경제성 실용성 기능성

활용성을 겸비한

캘리그래피가 되고

포토그래피가 되었으면

 

내가 쓰는 한편의 시가

한 문장 한 문장이

역사성 예술성 문학성

희소성을 갖춘

에피그래피가 되고

타이포그래피가 되었으면

내가 쓰는 글은 필요 불충분조건

김익택

 

 

살아 있는 동안

평생 밥 먹고 살듯이

사색과 글쓰기는

쓰고 쓰도

대안 없는 창작이다

노력

음소와 단어 어휘와 절

구와 문장을

단 하루도

사용하지 않으면 죽음인데

내가 쓰는 글은

여전히 미완성

논리적 귀결은

늘 필요 불충분조건이다

나에게 한잔의 믹스커피는

김익택

 

 

빨리빨리 돌아가는 세상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대로

아픈 사람은 아픈대로

한잔의 믹스커피는 빨리빨리 치료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이며 나를 위한 살신성인

 

피곤해 지쳐 삶의 회의가 일어날 때도

삶이 무료해 삶의 의지를 잃었을 때도

반가운 사람과 잠깐 대화할 때도

한잔의 믹스커피는

소통이며 믿음 제기의 의욕까지 주는

힘의 원천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위양지 설경을 담으면서

김익택

 

 

내리면 녹아버리는 싸락눈이

머리카락처럼 휘날린다

 

솔잎은 울고 느티나무는 웃는 가

제각기 다른 소리가

하얗게 언 위양지에 바람 몰이를 한다

 

내리는 싸락눈이 비가 되지 않고

펄펄 휘날리는 눈송이가 되기를

바라지만

싸락눈은 눈보다 비에 더 가깝다

 

제발 부디 날씨가 더 추워지기

바라는 맘 간절하다

눈 꽃의 미학을 안다면

김익택

 

 

믿음이 귀신도 웃게 하고

천사를 만든다는 사실 믿는다면

 

저 홀로 눈비를 맞고 있는

소나무도

후드득 떨어지는 겨울 비 보다

펄펄 휘날리는 눈발을 좋아하는

내마음의 미학을 읽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언제

겨울에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언제 겨울에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내 마음 같지 않다면 솔 바람소리도

아름답게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위양지 눈 사진을 담으며

김익택

 

 

오늘 만남은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설렜고 반가웠고 아쉬웠죠

이른 새벽 내린 눈은 한시간도 안 되어

오락가락하다 멈추었고

기온까지 올라갔으니

내리는 눈도 비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눈이 펑펑 쏟아질 수도 있는

행운도 있는 것이죠

위양지는 산골 다름없으니까

바보 같은 믿음 없지 않았지만

역시는 역시

내린 눈마저 빨리 녹지 않았으면 하는 맘

간절했죠

언제 이만큼 눈 오는 날이 있었던가

내린 눈만으로 감지덕지 발걸음은 빨라졌고

눈가대로 손가락이 바빴죠

녹지 않는 눈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어디 내가 보지 못한 구도를 놓쳤을까

뒤돌아보며 발걸음을 옮겼죠

눈 내린 완재정 풍경

김익택

 

 

안개와 눈비가 가득한 위양지

완재정이

꿈속의 풍경인 듯 아련하다

 

머리가 어지러운 것은

내 정신의 이상것이 아니다

 

배처럼 떠 있는 완재정이

선명하지 못해

더 보고 싶고 더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다

 

오롯이 가슴에 새기고 싶은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완재정은 눈비 안개속에 있고

김익택

 

 

날씨는 단 하루도 고독한 날 없습니다

희로애락오욕은

몸과 마음 가진 삶들의 몫일 뿐입니다

멀리 완재정은 보일 듯 말 듯

눈비 안개속에서

마음 바쁘게 쫓아다니는 나를 보고

서둘지 말라는 뜻인지 서둘러 라는 뜻인지

그 의미 알쏭달쏭한데

내리는 눈비는 점점 더 굵고 세차다

 

완재정에 이팝나무를 심은 뜻

김익택

 

 

쉬는 듯 잠자는 듯

조용히 있어도

삶의 진리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면

그분의 만든 위양지와

완재정에 심은

이팝나무 하나만으로

그 대답은 충분하다

눈 그들에게 주는 생명

김익택

 

 

누구에겐 선물이 되어도

누구에겐

들어도 말을 못하고

울어도 듣지 못하고

보고도 모르는 타인

 

지나고 나면 보약이 되어도

누구에겐 흔적이 없고

누구는 반갑다고 환영하고

누구는 귀찮다고 외면한다

 

아낌없는 주는 생명이어도

누구는 모르면서 반기고

누구는 귀찮아서 외면하고

누구는 알면서 싫어한다

사랑의 시작은

김익택

 

 

사랑의 시작은 정신이탈

자존심과 무관심은 처분

생각과 상상이 시작이죠

 

만나면 신나서 행복하고

헤어지면 아쉬운 만남은

마음을 몰라서 궁금했고

가슴이 떨려서 두려웠죠

 

마음을 소통하기엔 아직

시간은 불안을 조성하고

인내심을 돌아 세웠지요

상상과 공상이 만들어낸 허무

김익택

 

 

만남 없는 참 희망이 거짓이 산을 이루는 밤

상상속에서 만난 사람과 공상속에서 사랑을 했죠

사랑은 멀지 않았고 만남은 이상적이었지요

하지만 아무리 마셔도 배부르지 않는 거북함은

상실감에 빠져 허무했고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공기 빠지는 고무풍선처럼 실체 없는 만남은

가벼워도 무거웠습니다

 

왕버들이끼와 나와 상반 관계

김익택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늙은 왕버들에 쌓인 눈에

초록 이끼가 웃을까

 

연초록과 하얀 눈이

너에게 아픈 희망인데

나는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

아름다워서 웃는다

 

나는 하얀 눈이 빨리 녹을까

아쉬운데

 

너는 눈이 녹을수록

더 아름다운 초록이 되어

환하게 웃는다

 

나윤선의 아리랑

김익택

 

 

오래전 우리 할머니 먼 산을 바라보며

하시던 말씀

내년에도 저 푸른 산을 볼 수 있을까

 

그대 목에 걸린 슬픔 쉰 목소리를

타고 넘을 때마다

닦으면 닦을수록 선명하게 드러나는

붉게 녹 쓴 거울속의 옛 시절

 

찾을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지난 날들이 흐르는 눈물에 더 흐리다

 

흐리면 흐릴수록 더 맑은 청아한 목소리가

하늘을 부른다

눈물을 부른다 사랑을 부른다

삶이 위대한 이유

김익택

 

 

처음이 설레고 두려운 것은

어느 삶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얼음을 품은 바람이 봄 꽃을 피우지요

세상은 선구자를 그냥 보고 있지 않습니다

 

얼음이 얼 때 보다 녹을 때 더 차갑듯이

일찍 피는 꽃이 더 향기롭습니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

용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이지요

 

존재한다는 것은 세상의 삶은

어느 것 하나

실험에 통과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귀중하지 않는 것이 없는 이유입니다

빈 가슴에 피는 꽃

김익택

 

 

줄 곳 있어도

받을 수 없는 그를

생각하면

꽃송이를 들었지만

그냥 두고 나오는

내 가슴 한쪽이

울먹거렸습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그대

꽃처럼 향기로운 그대

그 꽃 주인 그대를 위해

 

내가 가질 수 있어도

내가 줄 수 없는

저 꽃을

그대가 좋아할 미소가

가슴을 울컥하게 해

사내답지 않게

또 돌아서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대를 가슴에 담듯

그 꽃을 가슴에만 담고

돌아서는 발길이

멀면 더 가까이 있는

그대가 그리워

빈 가슴에

슬픔이 고였습니다

위양지의 원앙새

김익택

 

 

위양지 얼음에 발 담그고 있는

팽나무와 왕버들 가지는

원앙새 보금자리가 되고

 

꽁꽁 얼어 있는 저수지 한가운데

숨통은 잠자리가 되는 가

눈 덮인 평화로움만큼이나 정숙하다

 

눈보라가 치고 눈비가 내려도

여기보다 좋은 곳이 없는 가

여유작작하다

그대를 내 가슴에 두어도

김익택

 

 

천국은 하늘에 있지만

내 가슴에도 있는

천국은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남의 이야기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은

꿈이라는 걸 알고부터

슬픔은 고독이라는 걸 알았지요

 

누구는 슬픔을

희망의 시련이라고 했지만

남의 말 좋아하는 말장난

 

책임 없는 핑계는

꿈이 여물기 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스치는 바람도

슬픔이라는 것은

울어 본 사람은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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