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 찾는 동박이
김익택
조석으로 봄 같지 않는 겨울
새 하얀 매화에 앉은 초록 동박이
꽃이 새인지 새가 꽃인지
아름다움을 견줄 수가 없다
나보기에
아름다움을 더한 아름다움인데
부드러운 꽃술에
뾰족한 부리로 마구 쪼고 있으니
매화에겐 어떨지 궁금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벌을 부른 것인데
동백이가 찾아와
지탱할 체력이 못 되어
귀찮을 것 같고
어떻게 생각하면
뜻하지 않는 손님이
찾아와 반가울 것 같기도 하다


동박새의 삶의 교훈
김익택
푸른 잎 보기 드문 겨울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박새는 어디 가서
꿀을 찾아서 먹고 살까
이른 봄
분주히 매화를 찾아 다니며
꿀을 따는 모습 보면
애련한 생각 있을 수 없다
남보기엔 꽃만 찾아다니는
천하의 멋쟁이 한량 같지만
꽃이 있어도
꿀이 없으면 굶는 삶
살기위해 평생
꽃을 찾아 다녀야 하는
피곤한 삶을 생각하면
빛 좋은 개살구
너야 말로
삶을 아는 삶에게 진득한 교육을
삶을 모르는 삶에게
새로운 교훈을 주는 삶 아닐까 싶다


매화와 앉아 꿀을 먹는 동박새 모습
김익택
꽃 속에 꽃을 보았어요
꽃 속에 꽃이
이 꽃 저 꽃을
기웃거리고 있었어요
꽃잎에 앉아 주위를 살피다
꽃 속 깊숙이
뾰족한 부리를 꽂아 놓고 있는 모습
불안해 보였지만
내 눈에 비친 모습
나비가 아니라
조금은 의아했지만
꽃 속에 꽃으로 보였어요


벤치의 희망
김익택
당신은 언제나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죠
앉아서 음식을 먹거나 담소를 나누는 것도
한사람보다 두 사람이 좋죠
외로울 때 바람 불고 눈 내릴 때
추억을 채우는 것 만이 아니죠
다리가 아픈 사람은 쉬어 가고
외로운 사람은 사색을 하기 좋은 곳에서
밤 낮 없이 기다리고 있죠
봄이면 꽃 향기를 가을엔 낙엽의 낭만을
가져갈 것 없어도 마음의 휴식을 제공하죠
찾아오는 삶을 위해 언제나 가슴을 비워두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휴식을



소통부재
김익택
목마를 때 물 한 모금 고마움을 표하면서
답답할 때 호흡 한번 고마움을 무시할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차이를 무시는
양심의 허용치일까
먹어야 살고 죽어야 사는 삶들
소통과 관계 사이 무시는 사람만 그럴까
그들 모두 관장하는 자연
그 품에 사는 삶들은 알게 모르게


삶을 가리지 않는 자연
김익택
바람의 무게를 알았을 때
비로소 아는 것
우리가 아는 것은 바닷가 모래 한 알
그것조차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반복 반복하는 것이
우리네 생활
아픔은 내가 아파봐야 알고
기쁨은 내가 겪어봐야 아는 것임을
그것 또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평상의 일과가 되는 것인데
삶의 선물은
지난 시간이 준 기억과 추억
삶 속에 묻히고 삶 속에 들어나는 법
태풍도 눈보라도
삶을 가리지 않았다는 사실
살면서 깨닫는 것이다


선잠 깬 뒤에
김익택
풀지못할 인생 만다라 그림같은 천정벽지가
내 몽롱한 정신세계가 어지럽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
예측불가가 어두운 밤같이 캄캄하다
보였다 희미했다가 어지럽게 하는 천정벽지가
내가 모르는 내일 일을 암시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눈 감아도 불을 꺼도 말똥말똥한 정신은
생각없이 계획없이 잠들었던 과거를 돌아갈 줄 모른다
이불만 뒤척이고 있는 나를 조롱하는듯
해답 없고 대답 없는 긴 시간 찜찜한 기분
억누르지 못해 한숨으로 검은 밤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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