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을 꾸짖는 쥐똥나무 열매

김익택

 

 

가을에 열매 맺어 이월에 익는

쥐똥나무 열매를

20년을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일도 관심 없었던 나

 

쓰레기 버리려는 나를 보고

우르르 날아가는 직박구리

날아간 자리를 바라본다

 

까맣게 익은 쥐똥나무 열매

정말 쥐똥처럼

송이송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꽃을 피워도 관심 없고

열매 맺어도 관심 없던 내가

직바구리에게 겨울 만찬이었음을

안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바라지 않는 걱정도 행운이다

김익택

 

 

만족도 아쉬움도 없는

오늘은 그럭저럭

약속하지 않아도 오는 내일은

오늘과 같을지라도 불안하다

삶이라는 것이

행운보다 불행이 많아서

한평생을 겪고 살아도

영원한 불펀한 친구 관계 같다

아이였을 때

청년이 빨리 되고 싶었고

청년이 되었을 때

안전한 가장이 되고 싶었던 꿈

이 평범한 꿈이 평생

걱정을 동반한다는 사실 알고부터

늘 함께 해도 의식하지 않는 바람처럼

걱정과 행운은

유리되는 것이 아님에도

나도 바람이 되어야 함을

멀리하려고 발버둥쳤다

직박구리와 쥐똥나무 열매

김익택

 

 

매몰찬 영하의 겨울

참고 참은 인간의 굴레를 보는듯

빨갛다 못해 진보라를 변하다니

마침내 까맣게 읽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단지 열매 모양이

쥐 똥을 닮았다는 이유로

이름을 얻은 것이

본의 아니게

혐오감으로 인식되어 버린 쥐똥나무

 

이름 모르고 사연도 알 수 없는

직박구리들에겐

오늘을 위해 일주일을 굶은 것 마냥

벌때같이 달려들어

허겁지겁 열매를 따 먹고 있다

생각 없는 밤의 고민

김익택

 

 

오는 잠을 참으며 아이디어를 찾는 밤은

언제나 나의 실력을 절감하는 날이다

한권의 책 한편의 영화 한편의 노래에서

읽고 보고 들었던 노래도 도움되지 않고

뇌도 가슴도 생각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할 줄 몰라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

사랑 이별 사건 사고 책임 의무 권리

그리고 주변의 잡다한 얘기

단어 하나라도 떠 오르면

마인드 맵을 그려 볼텐데

무엇 하나 떠 오르는 것이 없다

오늘 하루 쓰야 할

의무를 채우지 못한 약속만

아쉬움과 미련이 채근할 뿐

 

 


쥐똥나무의 예찬 01

김익택

 

 

그의 일년의 삶

봄부터 겨울까지

찬찬히 살펴보면

척박한 땅에

뿌리박고 사는 삶은

어느 나무 못지 않게 강인하다

 

오월의 봄 작은 잎 사이

오미조밀 맺는 꽃 몽우리는

하얀 쌀 뻥튀기 못지 않게 탐스럽고

작지만 짙은 꽃 향기는

5월여왕 못지않다

 

꽃 진 뒤 열매는

술을 담가 먹으면

집 나간 여인 돌아 세우고

그냥 그대로 두어도

추운 겨울 배고픈 철새 먹이가 된다

 

한줌의 열매가 이처럼

삶에 이룬 것이 많음을 안다면

존경은 못한다고 해도

무시할 삶 아니다

 
 
 
 

사계절이 던지는 삶의 해답

김익택

 

 

먼산에 하얀 눈이 초록이 될 때까지

초록이 단풍이 되고 앙상할 때까지는

시간은 단 한번도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그에게 감정은 금물

슬픔과 기쁨을 가진 삶들의 몫

자연과학의 기록으로 남겨두고

반복의 삶 의미를 깨달아

발전의 기회로 삼기를

 

헷갈리지 않는 삶의 틀 속에

변화를 찾아 발전해 나가기를

그것만 알아도 세계 평화와 유지되고도

남음이 있음이다

쥐똥나무의 예찬 02

김익택

 

 

연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품고 있는

그의 소박한 꿈을 안다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울타리로만 볼일 아니며

애꿎은 이름만으로도

무시할 일 아니다

굶주림과 무시속에서도 꿋꿋하게

제 몫을 다하는

건강한 삶을 생각한다면

삶을 사랑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일

꽃의 미학보다 향기를 생각하고

부부의 삶 7할을 차지하는

애정을 생각하면

치유하고 나누는 고마운 삶이다

 

 

직박구리의 겨울 만찬

김익택

 

 

쥐똥나무 열매가 그들에겐

겨울 마지막 만찬인가

많은 열매를 두고도

서로 먼저 먹으려고

싸움이 장난이 아니다

저장해 줄 수 있는

위장이 하나 더 없는 한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 두는 것이다

여하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씁쓸한 기운데 뿌듯하다

밥 먹듯 하는 말 밥 먹듯이 쉽지 않다

김익택

 

 

기판을 두드리는 것인지

내 머리를 굴리는 것인지

내 엉덩이가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인지

매양 글을 쓸 때마다

하얀 워드에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의심 아닌 의심을 한다

내 두뇌와 마음과

내 양식에 저장된 지식을

끄집어 내어

꿰 맞추는 일은

입만 벌리면 나오는 말같이

밥 먹듯이 해도

글을 쓴다는 것은

밥 먹듯이 쉽지가 않다

꼬마천사 Amira Willighagen

김익택

 

 

백 파이프소리 앞 세우고 나타나는 아이

마치 천사같이

아득한 저 멀리 들려오는 목소리

내 지은 죄를 눈물로 내 마음을 씻어주네

 

듣고 또 들어도 너무 좋아

아까워서 감추고 싶고

슬퍼도 외롭지 않고 울어도

즐거운 목소리

그 소녀 아니면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내 눈이 있고 즐겁고

내 귀가 있어 고마운

거짓을 들춰내는 희망의 목소리

내 빈 양심에 눈물로 녹여 기쁨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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