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왕릉 연지 물고기의 미학
김 익 택
수로왕릉에는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무심코 넘겨버리고 마는
작은 연지가 있다
그 곳 연지에는 한 무더기 수련이 살고
몇 포기 연꽃이 산다
그리고 정말 살피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잉어가 살고 있다
수차가 돌고 분수가 물 뿜지만
언제나 우중충한 물
그 연지의 물고기는
음지에서 살면서도 활력이 넘쳐난다
태양이 비추고 물고기가 헤엄을 치면
일어나는 소용돌이와 곡선은
그 옛날 수로왕릉 소매자락 같고
허황옥의 치마자락같이 아름답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비밀같이
그 옛날 가야 영혼 같은 신어 같은 잉어는
어느때는 태양이
어느때는 물속에서
어느때는 나무 그림자가
어느때는 물위에서
잉어 움직마다 따라붙는 물결이
아름다움을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 하루도 삶의 본질을 무시하고
김 익 택
오늘도 삶의 본질 뒤로한 채
쓸데없는 아픔과 할 일 없는 생각이
하루를 삼키고 말았네요
많은 것을 들어도 뇌는 거절하고
배꼽 시계는 고도 비만을 무시하고 말았네요
신경조직은 정직해서 아픈 곳을 지적해도
늙음이라는 핑계로 무시하고 말았네요
뇌의 지시는 언제나 무사 안일
거부하지 못하지 못한 안락함을
가슴이 후회를 하고 있네요
오늘 하루 세포를 갉아먹고 희망을 멀리해도
근육은 노력을 제한하고 뇌는 시간을 탓하는 습관이
권리는 의무를 무시하고 책임은 회피하고 말았네요
연지 물고기의 춤사위
김 익 택
하루에 수십명이 너 곁을 지나쳐도
관심조차 없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너를
찾아 주니 반가운가
유심이 바라보는 내가
고맙다는 인사인양
어느때는 조용한 가운데
무용수가 치마를 휘감는 듯
한 마리 학이 날개를 짓을 하는 듯
긴 꼬리의 물결이
살아 있는 그림 놀이를 하고 있다
어느때는 나무가 춤을 추고
어느때는 태양 빛에 호응하는
하얀 물결 금빛 물결이
너의 등위에서
환상의 춤사위를 하고 있다
잉어와 나와 간극
김 익 택
너와 나의 간극을 좁히는 건 소리와 시각 뿐
좋음 싫음의 차이를 이해하기란
빛과 바람을 이해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오해일까
아무튼
내 눈에 너는 춤을 추는 것이고
너는 내가 주는 먹이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먹이를 줄 수 없고
너는 아무때나 춤을 보여주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너도 알고 나는 안다
그리고 약자는 항상 의심하기 마련이라는 것도
매양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는 건 너
삶의 몸부림에는 진실이 있음을 알기에
그럴 때마다 내 눈에는 빛이 난다
그림자의 일렁거림 바람의 움직임과 빛의 반사
그 바탕위에 먹고 살려는 힘과 숨으려는 행동은
언제나 단 한번도 같은 그림이 없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창의적
나는 그 가식 없는 진실을 보고 싶은 것이다
나의 조용한 발걸음은
너에 대한 예의이지만
너의 놀람은 생명보호 차원이다
내 발자국을 번번히 알아버린 너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나
오늘은 빛과 바람이 너의 호응을 기다리며
너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참 고독사의 그 고찰
김 익 택
궁합을 잃은 삶들에게 고독사는
땅에 기어다니는 개미와
날아다니는 벌의 사이를 알아야
면할 수 있는 지혜일까
내가 나를 혐오하는 것은
나 스스로 삶의 의지를 꺾는 것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가위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의 파도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으로 들렸다면
고독사는 고독사가 아니라 회생 아닐까
물고기와 나
김 익 택
나는 가고 싶고 너는 기다리는
사절단과 환영단의 관계인가
보고싶고 만나고 싶은 것은
우연일지라도 인연 아닌가
다 못해 줘 아쉬움 남는다면
미련 아니라 필요불충분 조건
너는 물속에 나는 땅위에서
모순을 사랑한다
뭇사람이 우리관계를 비웃을 지라도
자주보면 정이 들 것이라고
오늘도 난 너에게 나그네가 되어
예술이라는 욕심을 담아본다
물고기에게 부탁
김 익 택
아둥바둥 사는 너를 삶을 영원히 죽지 않고
늙지 않는 너를 만나기 위해
순간 포착하려는 나
오늘도 너에게 욕심을 풀어 놓는다
의도되지 않고 연출되지 않는 자연스러움은
예초부터 걱정한 일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 기대되는 바람은
잔잔한 파고에 네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하지만
나의 의도 네가 모르듯 너의 마음 모르는 나
오랜 시간의 낭비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행운이라고
계산되지 않는 공식을 시간에게 맡긴다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너의 미학은
팔이 아프고 목이 아프고 눈이 아파도 보이지 않아
너에게 부탁이라는 진실을 늘어 놓는다
너와 죽음이 나의 기쁨이 되는 강태공이 아니니
제발 자유롭게 놀아 달라고
비 오는 날의 연지에서
김익 택
오락가락하는 하는 장마처럼
너를 기다리는 내마음도
집으로 갈까 말까 망설임 중
두서없이 떨어지는 빗 방울은
연지에 수없이 원반을 그리는데
너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머리가 어지럽도록
수면을 바라보는 나
무작정 시간을 낚는 시간
너는 허기인지 숨 쉼인지
입을 크게 벌려
물 밖으로 입만 뻥긋 그리다
잠수를 하고 있다
잉어 군무를 기다리며
김 익 택
혼자 보다 둘이 좋고
둘보다 더 좋은
군무를 기다리는 나를 알까
순간순간 현재가 과거가 되는
기억 멈춤 하나를
가슴에 새기고자 하나
너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미워해도 좋고 욕을 해도 좋으니
재발 헤엄 좀 처 주라
바람의 기다림이 화합하는 웃음을
우연의 기회가 주어질까
눈을 때지 못하고 있다
가슴에 그려지는 너의 아름다운 행동
내 마음의 판화가
시간에 흐려지고 있다
세월이 삶을 배척할 때
김 익 택
한때는 나도 청춘 스타
세상 부러울 것 없었죠
세월이 늙음을 배척하고
아픔이 건강을 공격하는 사이
잃어버린 돈과 젊음은 예외가 없었죠
삶이 무거워 주저 앉고 싶을 때
사랑해
다정한 말 한마디가 지팡이가 되어
손 내밀 때
내가 나를 싫어하기 시작했죠
마음에서 피고 지는 꽃이
몇 백송이가 되어도 받아 줄 사람 없어
줄 곳이 없었죠
나눌 수 없는 마음의 통증은
시간의 비례가 되고 슬픔의 배가되었죠
그믐밤이 친구가 되고부터
외로움은 무거운 친구
별똥별이 소원수리가 되었죠
눈뜨면 외로움이 눈감으면 그리움이
나를 감시하는 건 후회막급
죽었는지 살았는 지 모르는 옛 친구들
잠깐 동심에서 나를 찾고
추억에서 미소를 머금었죠
사람은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 없어
베개 밑을 적셔도
내 곁에는 있는 건 침묵 밖에 없었죠
나무 그 위대함은
김 익 택
나무의 눈물은 잎에서 흘리는 것 아니라
뿌리에서 흘리지
의리는 의지의 뼈에서 굳은 것이라
약이 되고 밑거름이 되도록
좋은 일도 자랑하지 않고 숨기는 것이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살이 되고 피는 되는
삶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지
삶들이 싫어하는 탄소 남몰래 받이들이고
삶들이 좋아하는 산소 남몰래 배출을 하지
살아도 죽어도 나 보다 너
설신성인은
자랑을 좋아하는 입 가진 전유물이 아니라
입 없고 발 없는
보편적인 삶이 위대한 삶이었음을
조용한 너
인류 이래 스승이자 미래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