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 밤의 비애

김 익 택

 

 

소리를 듣지 않아도

아침을 아는 밤 이슬이

시든 풀잎에 고개를 떨군다

울음과 웃음이 침묵하는 그 사이

졸고 있는 가로수를

바람이 툭 치고 지나간다

시간을 놓쳐버린

조용한 도심 거리에

하이힐 소리가 바쁘다

숲을 잃어버린 개미가 보도블록에서

밤이 없는 도시에 먹이를 찾는다

기념일을 잃어버린 태극기가

잠들지 못하고 펄럭이고 있다

 

빨리 가는 봄 속에는

김 익 택

 

 

 

빨리 빨리가 습관화 되어버린 초록

쉬엄쉬엄 내리는 봄비에

오랜만에 휴식을 한다

 

허기를 채울 수 없는

진초록에 여유 부리던 철새

조용한 숲의 적막에 똥줄이 탄다

꽃잎에 맺힌 이슬

김 익 택

 

 

해가 떠오르면 말라버릴

저 하얀 꽃 잎에 맺힌 이슬은

눈물일까 샘물일까

 

이른 새벽

하늘의 신념을 잃은

물의 영혼이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나뭇잎과 풀의 맺혀 있다가

하늘과 땅을 윤회하는

삶들의 원천이 되는 것을 보면

 

내 눈엔 모두

마음을 맑게 하는

양심이며 양식이다

 

아주 잠깐 꽃잎에 맺혀

태양을 머금은 모습

세상의 어느 보석이

너만큼 아름다울까 싶어

조용히 살펴본다

무엇이 그렇게 위태울로울까

발걸음을 옮기지도 않았는데

뚝 풀숲에 떨어져 흔적이 없다

민들레 하소연

 

김 익 택

 

 

못 생겼다고 무시하지 말아요

향기롭지 않다고 미워하지 마세요

난 당신이

이유없이 짓 밟아도 아무 말 하지 않았지요

내가 태어난 곳 길 한 복판

내 의지 아니었지요

자라서 꽃을 피우기까지는

행운 아니라 천운

삶과 죽음 차이는 바람 한점 차이

살아도 태양과 바람 비와 가뭄은

고난의 연속이었지요

삶은 살아있기에 행복한 것이기에

존재는 삶의 의미로 충분했지요

생명이 소중한 것이면

사랑도 소중한 것이지요

빛이 비추고 바람이 소통하는 곳이라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법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못 생겼다고 무시하지 말고

향기롭지 않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그대 피는 일주일은 꿈만 같다

김 익 택

 

 

그대 피는 일주일은 꿈만 같다

살아도 죽은 듯

검은 가지에 하얗게 피었다가

새싹이 돋기 전에

무엇이 그렇게 바빠서

반가움을 맞이하기전

아쉬움을 남겨 놓고

허겁지겁 지는 것인지

네가 피는 일주일은

알고도 맞이하지 못한 만남같이

아쉽기만 하다

 

 

들꽃에게 기회를

김 익 택

 

 

사연 없는 나무 없고

아픔 없는 꽃 없지

외면하면 섭섭한 것은

자 들꽃도 마찬가지

이제부터

너희들이 주인공이 되고

나는 훌륭한 감독자가 되려 한다

구름 너는 나그네 1. 2

바람 바람 너는 행인 1. 2

그리고 노란 민들레 너는

비바람과 우박을 견뎌낸 주인공

삶이 어떤 것인지

사랑이 어떤 것인지

인내가 어떤 것인지

원없이 한없이 즐기듯

마음껏 펼쳐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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