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꽃밭속의 연인

김 익 택

 

 

 

저 꽃밭속의 연인은

오늘하루가

내일이 되고 한달 되고

일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기억의 필터가

오늘같이 재생해 줄까

있어도 아련한 꿈

그 시절 나도 너도 꽃이었음을

 

 

 

 

저 연인 뒷모습의 이미지

김 익 택

 

 

 

사랑의 시작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

저 연인의 뒷모습이

증명이라도 하듯

내 가슴이 설렌다

눈빛엔 향기가 가득하고

나누는 언어 속엔

나보다 너를 위한 배려뿐이리라

그들 뒷모습의 이미지가

내 것 아니어도

아름다운 풍경같이

아름다워서 부럽고

사랑스러워서 행복하다

 

 

 

이 가을에 비바람은

 

김 익 택

 

 

 

 

 

비가 계절을 몰고 오고

바람이 계절을 거둬가는 사이

 

세상의 삶과 죽음은

새벽같이 와서

저녁같이 거둬가고 있다

 

눈물을 말아먹고

훌쩍 자라는 아이같이

내가 나를 모르는 사이

 

오는 비는 삶의 화두를 던져 놓고

바람은 실과 허를 거둬 들이고 있다

 

 

 

 

가을날의 하루

 

김 익 택

 

 

 

 

수줍은 새색시 볼 마냥

찬이슬 머금고 익는

저 붉은 사과는

바람의 울음소리로 듣고 익는다

겸손을 아는

저 황금 들판의 벼는

태양의 뜨거운 사랑으로 익는다

이렇듯

저 논밭에서 알곡들은

귀 없고 입 없어도

농부의 정성을 알고

노동을 알고 사랑을 안다

그래서 가을은

찬바람이 불기 전

찬 서리가 내리기 전

소리 없이 바쁘다

 

 

가을 풍경

 

김 익 택

 

 

 

 

 

저 들판에 황금 들녘은

낙동강 젖꼭지를 물고

 

파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하얀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먹는다

 

포동포동 살찐 저녁 달은

날아가는 기러기 길 안내를 하고

여치는 이슬 맺힌 풀잎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시냇물은 단풍잎을 모아

살아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고

 

잠자리는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팔자로 한 몸 되어

고요한 호수가 물질을 한다

 

시간은 시간을 기억하지 않는다

 

김 익 택

 

 

무수히 가버린 시간은

과거를 묻지 않고

미래를 묻지 않는다

 

오늘 하루 내가

그저 그렇게 보내는 시간에도

한 아이가 태어나고

또 누가 죽는다 해도

시간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다

 

오늘을 기억하는 것은

땅 위에서 땅 속에서

물속에서 공중에서

무언가 먹어야 사는

삶들의 몫일 뿐

 

흐르는 물 부는 바람

비치는 햇살은 그들의 화수분

무한하게 주기만 할뿐

바라지 않는다

 

火 그리고 禍

 

김 익 택

 

 

 

 

왜 라고 물으면

딱히 할말 없는

내 마음속 언짢음이

불쑥 발끈하는

살다 보면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인내를 저울질하는

그런 실험 많습니다

 

철들지 않았다

망령 들었나

혀를 차는 행위는

내 마음의 거울이 흐릿해

내 것밖에 보이지 않는

의심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너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

에서

和를 얻고

에서

얻어

내가 풀 수 없는

삶의 숙제 지혜를 얻습니다

 

그래도

?

내가 나를 찾아가는 길은

묻고 또 물어서 가는

그것 밖에

 

 

좁쌀 그 속에는

 

김 익 택

 

 

 

 

좁쌀 그 속에는

천둥과 벼락

장마를 이견 낸

숨결이 녹아 있고

 

좁쌀 그 속에는

목타고 피 말리는

인내의 끝 단내 나는

삶의 애환 결정이 응축이 있고

 

좁쌀 그 속에는

생의 불변의 진리

믿음과 사랑밖에 모르는

농부의 진실이 여물어 있다

 

 

물에 대한 예의

 

김 익 택

 

 

 

 

펄펄 끓어도

뜨겁다 하지 않고

꽁꽁 얼어도

춥다 하지 않고

기름에 절이고

오염되어 썩어도

좋다 싫다 말하지 않는

생명의 근원 물

날마다 먹고 사는 우리

감사하다는 말 한번은 하는 가

사랑한다는 말 한번은 하는 가

그 말 한마디

아프든 가 무겁든 가

사랑한다 감사하는

그 말 한마디 하고 마시면

내 몸에 들어가

적에게는 전투병이 되고

아군에게는 백의천사가 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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