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네가 슬프게 하는 것은
김 익 택
너가 가고 난 뒤
남는 것은
사랑해서 슬픈 것이 아니라
빈손이어서 슬프다
바람은 나그네
김 익 택
낙엽을 떨어뜨리는
바람은
삶은 기꺼이 거두어도
희망 모르고 허무 모릅니다
떨어지는 낙엽은
목적지가 없는
바람의 나그네일 뿐
음지와 양지를 모릅니다
바람은 남모르는
그 누가 등 떠미는 대로 했을 뿐
권리 모르고 책임 의무 모릅니다
가을 길목에서 서서
김 익 택
누구는 박수를 치고
누구는 박장대소를 한다
그래
저 희극인에게도
울어도 풀리지 않는 외로움도 있고
외쳐도 돌아오지 않는
박수 소리도 있지
가지지 못한 내 고민이
고흐의 얼룩진 자화상에서
고독이 철철 넘친다
스쳐가는 활발한 발걸음 따라
바바리 코트가 춤을 춘다
딴청을 부리는 나
아무 관심도 주지 않건만
가슴이 외롭다
10월 마지막 밤바람
김 익 택
10월의 바람이
11월로 가는 날
저녁 노을이 미안한듯
하늘을 향해 얼굴을 붉혔다
쌀쌀 맞은 바람이
죄 없는 나뭇잎에 화풀이를 했다
어둠이
모든 걸 잊으라고
그림자마저 감추었지만
아픔마저 감출 수 없었다
서러움을 아는 이슬이
발간 나뭇잎을 적셨다
가야 한다면
가슴이 붉을 때 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