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홍매화가 말하다
김 익 택
언제 그랬더냐
봄은 추위 속에 숨어서 온다고
통도사 홍매화
세밑에 그 대답을 하고 있다
추위에 더 붉고
바람 불면 더 싱싱한 모습
애처롭다 못해 처절하다
그 모습 안타깝게 바라보는 아가씨에게
매화가 살랑살랑 고개를 흔든다
괜찮아요 나는 괜찮아요
아가씨 감기 조심하세요
나 걱정일랑 하지 말고
몇 일 뒤 따뜻한 날 다시 오세요
잊지 않고 활짝 웃으면 맞겠습니다
매화가 피어도 겨울
김 익 택
겨울이 겨울 같지 않는 날씨
매화가 착각한 것인가
계절이 성급한 것인가
춘분이 오기 전
매화가 활짝 피어서
겨울 속에 봄을 맞이하고 있다
1월말과 2월초는
매화가 피어도 겨울
갑작스런 강 추위에 얼어 죽지 않는다
누가 말 할 수 있을까
삭막한 계절에
꽃이 피워 반갑지만
관심 있는 곳에 사랑 있어
안쓰러움 또한 어쩔 수 없다
매화가 활기차게 향기로 맞이해도
가슴이 놓이지 않으니
새벽 매화
김 익 택
첫 날밤 새아씨
새벽 방문 여는 모습같이
강 추위에도
생기 돋는 연분홍 향기
풋풋해서 싱그럽고
수줍어서 아름답다
매화가 핀다 2
김 익 택
손발이 꽁꽁 얼어
발을 동동 굴리며
웃는 아이같이
매화가 핀다
언 땅에 뿌리박고
칼바람 맞으며
매화가 핀다
봄은 멀지 않았다고
눈비바람 굴하지 않고
매화가 핀다
뒤따라 바람 오면
비가 오고
비가 오고 나면 움트는 초록
대지의 이곳 저곳에서
무자비하게 봄이 따라온다